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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에 '베팅' thebell desk

최명용 부국장 겸 THE CFO 부장공개 2024-05-22 08:20:09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0일 07:4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ETF가 나오면 무조건 투자해야죠."

자본시장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 대학교수가 사석에서 밸류업 프로그램 옹호론을 펼쳤다. 본인도 하반기에 출시될 밸류업 지수 ETF에 많은 자산을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실속이 없다, 알맹이가 없다는 등 비판 일색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정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밸류업프로그램은 이미 해외에서 검증됐다. 정부가 모든 리소스를 동원해 주가를 부양하는 정책은 시차가 있을 지 언정 꽤 높은 확률로 성공을 거뒀다.

일본 증시는 도쿄거래소의 PBR개혁에 힘입어 강세를 띠고 있다. 도쿄거래소는 시가총액이 순자산가치를 밑도는 PBR 1미만 기업들에게 자본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방침과 구체적인 이행 목표를 공개하도록 요구했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의 조치들이 나왔다.

일본의 PBR 개혁도 개별 정책 면에선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저금리 기조와 십수년간 이어온 거버넌스 개혁 등이 더해졌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지만 PBR개혁 자체는 기업들의 자율 이행목표에서 시작했다.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보고 난 뒤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자율로 해서 되겠느냐, 과감한 정책이 안 보인다는 비판이 일지만 밸류업이란 게 원래 새로울 게 없는 개념이다. 일본의 PBR개혁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단점을 보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꾸준히 기업을 압박하면 되는 일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할 두번째 근거는 투자 저변의 변화다. 코로나19 사태가 있기 전, 불과 4~5년 전만해도 주식 투자자수는 500만명 수준이었다. 이젠 주식 투자자수가 1500만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투자자수의 변화는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준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 중 하나로 세제 지원 얘기가 오가고 있다. 투자 관련, 특히 배당과 관련한 세금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부자감세'란 프레임으로 야권에서 크게 반대할 사안이다. 하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이란 프레임에선 1500만 유권자들의 이해에 맞는 사안이 된다. 최소한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에 대한 감세 조치는 여야가 모두 찬성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거론되는 것은 거버넌스의 변화다. 이미 한국 대기업들은 거버넌스의 변화를 겪고 있다. 창업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4세대로 오너십 승계가 이뤄졌다.

승계 과정 속에 오너들의 지분율은 1/2, 1/3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자릿수도 유지하지 못하는 오너들이 대다수다. 신흥 IT 재벌들은 아예 처음부터 승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지배구조를 짰다.

오너 1인의 지배력이 높던 시절엔 배당 확대보다 회사에 유보금을 남겨 두는 게 좋았다. 배당으로 현금을 유출하면서 이중으로 세금을 내느니 잉여금을 회사에 유보하는게 오너에겐 더 유리했다. 지분이 분산되고 거버넌스가 투명해질 수록 유보금 축적의 니즈는 낮아진다.

오너 1인이 기업 경영을 전적으로 좌지우지하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오너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주가를 억눌러야 하는 시절도 지났다. 이사회의 파워가 점점 커지고 경영진과 주주도 주가 상승을 원하는 거버넌스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파격적인 새로운 정책을 찾는 작업이 아니다. 특별한 정책을 발표해 반짝 주가 부양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거버넌스를 선진화하고 주주환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서 밸류업은 시작된다. 너무나 뻔한 당연한 논리일 뿐이지만 이게 밸류업의 본질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베팅하겠다는 교수님의 의견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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