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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개 돌아다니는 SK이노 울산CLX [르포] 파이프라인 관리 시스템 자체 개발…스마트팩토리 통해 연간 100억 비용 절감

울산=박완준 기자공개 2024-05-27 08:06:22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6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 업체의 생산 공장은 보통 사람들에게 위험하다는 인식이 가득하다. 원자재로 사용되는 원유가 불에 잘 붙고, 폭발 위험이 있으며 고약한 냄새까지 풍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로봇개와 드론이 현장을 점검하는 등 석유화학 산업생산에 자동화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안전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품은 SK이노베이션의 울산콤플렉스(CLX)도 최첨단 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1962년부터 가동한 울산CLX의 외관은 구불구불한 수많은 파이프라인만 눈에 띄었다. 생산 시설에서는 으레 있어야 할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생소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실내에서 원격 조종…파이프마다 붙은 '자동화 장치'

지난 23일 방문한 SK이노베이션의 울산CLX는 스마트 플랜트 도입을 위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기술 개발에 한창이었다. 공장 외부를 돌아다니는 직원보다 실내에서 모니터를 주시하며 프로그램 위주의 공장 관리에 주력하는 직원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16년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생산 현장에 스마트 플랜트를 도입했다. OASIS(생산관리), OCEAN-H(설비관리) 등 데이터 및 업무 관리에 대한 기간 시스템을 구축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추진 기반을 확보했다.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개발 및 적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 생산 공장 옆에 위치한 조정실은 언뜻 보기에 석유화학 기업보다는 IT기업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대부분의 직원들이 모니터만 바라보며 공장 관리에 힘쓰고 있었다. 다만 눈 닿는 곳마다 보인 모니터에는 원유를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의 온도와 습도가 보였으며, 원유의 보관 상태 등 다양한 부분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있었다.

울산CLX의 자동화 시스템이 모니터를 넘어 현장에서도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장 내부를 직접 걸어 다녀 봤다. 울산CLX 전체는 각양각색의 파이프라인이 시설을 감싸고 있다. 특히 빨간색의 파이프라인은 물이 흐르고 있어 화재 진압 체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울산CLX 내 파이프의 총길이는 약 6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거리다. 파이프는 대부분 'ㄷ'자 모양이나 'ㄱ' 모양으로 굽혀지는 등 기상 변화 등 외부 변수에 받는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장거리 송유관은 434km로 성남까지 이어져 있다. 원형 모양의 자동화 장치도 붙어있다. 스팀 조절을 통한 온도 조절이 가능하며,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를 감지해 조정실에 정보를 송출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

울산CLX 내 위치한 700여개의 석유저장 탱크도 살펴봤다. SK이노베이션은 보관 제품에 따라 크기와 성능을 다르게 구축했다. 다만 모든 탱크 지붕은 비축량에 따라 위아래로 오가는 부유식(플로팅 루프) 지붕이 탑재됐다. 이곳에는 5만, 25만, 50만, 75만 배럴 등 다양한 용량의 탱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 기술 기반의 엔지니어 기술 챗봇을 자체 개발 중"이며 "올 하반기부터 엔지니어 업무에 도입해 효율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봇개·드론 활용한 스마트 플랜트…연간 100억원의 '비용 개선'

울산CLX는 효율성이 대폭 개선된 스마트플랜트 2.0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설비 관리 부문에서 드론과 로봇개 등 첨단 기계를 투입해 직원들의 안전성을 강화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을 도입해 작업 검증 속도를 끌어올렸다.

울산CLX 내 스마트 플랜트를 시범 운영 중인 곳을 방문해 로봇개의 활동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로봇개 하단에는 가스 감지기와 30배까지 줌이 가능한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됐다. 로봇개는 생산 공장을 돌아다니며 폭발성을 감지하거나, 이상 온도가 발견될 시 조정실에 즉각 보고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도입된 로봇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제품으로, 하루 6번 공장을 점검할 수 있으며 1회당 40~50분가량 돌아다닌다. 로봇개를 직접 만져보기 위해 로봇개에 다가서자 자동회피 기능이 작동해 사람과 멀어졌다.

정창훈 SK에너지 스마트 플랜트 추진팀장은 "로봇은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을 검사할 수 있는 등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뱀 모양의 로봇도 있지만, 이물질이 자주 끼는 등 구조적인 문제를 겪어 점검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울산CLX는 AR과 VR도 적극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현장에서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 공간 적합성을 가상 현실에서 검토할 수 있으며, 초급 검사자가 정기보수 기간이 아니더라도 설비 검사 및 진단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드론도 비슷한 맥락이다. 150m 상공까지 올라갈 수 있는 드론은 직원이 고소지역 설비 검사를 지상에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이같은 첨단 기술로 매년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경쟁력을 높이고 사고 및 설비 고장을 예방하는 안전성까지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 팀장은 "현재 스마트 팩토리는 검증을 위해 주간에만 운영 중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야간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로봇개와 드론, AR·VR 기술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공장 전체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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