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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초고압변압기 활로 개척 LS일렉트릭, 주가도 '훨훨'창사 이래 최고 주가, 증설·인수로 포트폴리오 확장

조영진 기자공개 2024-06-05 13:59:0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31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최근 세 달 사이 주가가 260% 상승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인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1974년 설립 이후 전력과 자동화 분야 주요 기업으로 성장한 LS일렉트릭입니다. 지난해 7월 말 고점인 13만7500원에서 10월 말 6만4000원까지 하락했을 때는 최근 같은 반등을 예상하긴 쉽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 말 이후 LS일렉트릭 주가는 4개월간 6만4000원에서 7만4000원 사이를 맴돌 뿐이었으니까요.

2020~2022년 3년간 LS일렉트릭의 주가는 2019년 말 주가(5만4600원) 기준 50~150% 범위에서 등락을 거듭했습니다. 코로나19 창궐로 인한 제로 금리 및 유동성 공급에 다른 종목들의 주가가 세 자릿 수 상승률을 기록한 데 비하면 제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죠. 2023년 상반기 2차전지주 투자열풍이 LS그룹주까지 번지며 13만7500원을 터치한 적도 있습니다만 하반기 들어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9일 LS일렉트릭의 종가는 23만1500원입니다. 올해 2월 말 주가가 6만4100원이었으니, 3개월만에 3.6배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네요. 아예 다른 기업이 됐다고 봐도 될 이러한 흐름은 미국 전력시장의 시설투자 확대로 전력인프라 사업부문이 성장하면서부터 펼쳐졌습니다. 챗GPT발 AI산업 확장, 또 이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셈이죠.

최근 5년 LS일렉트릭 주가 추이

◇Industry & Event

이번 기업가치 제고의 중심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을 필두로 한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전력망 현대화 정책 등에 있습니다. 송전, 배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전력사업과 전력소비 효율화 기반의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자동화사업. LS일렉트릭의 매출이 즉각 확대될 수 있었던 것도 두 사업 영역을 모두 영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죠.

미국 내 전력수요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습니다. 현재 증권업계는 올해 미국의 연간 전력수요가 전년동기 대비 2.5% 증가한 4099TWh(테라와트)일 것으로 전망 중인데요. 인공지능 및 제조산업의 생산활동 증가로 산업용 전력수요가 1.7% 증가할 뿐만 아니라, 냉난방 전기사용 확대로 주거용 전력소비 또한 3.8% 늘어날 것이란 분석입니다.

AI산업 확장으로 미국 내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8000개 이상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중 약 33%는 미국에, 16%는 유럽에, 10%는 중국에 위치해 있는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미국에서 건설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만 약10GW(기가와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2023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의 전력 소비량이 60GW라고 하니, 6분의 1에 준하는 규모가 신설되고 있는 셈이죠.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를 중요시하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법안이 통과된 것도 전력 인프라 기업에게 호재로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IRA 법안 통과 이후 최근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의 청정 에너지 제조시설 증설투자가 발표됐는데, 대부분 조지아·미시간·애리조나·네바다주 등에 집중돼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도 버지니아·뉴저지·시카고주 등에 대규모로 위치해 있는데, 해당 지역들은 대부분 해안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 해상에서 신재생에너지인 태양광 및 풍력 에너지원이 발생되고 나면 이를 송전·배전 과정을 거쳐 전력을 필요로 하는 곳에 공급하기 위함이죠. 여기서 LS일렉트릭은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대비 배전 인프라에 강점을 지녔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계획돼 있는 신규 전력발전소 설치규모는 약 56GW로 이 중 32GW가 태양광, 6.4GW는 풍력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집니다. 청정 에너지로 분류되지 않는 석탄과 같은 내륙의 전력발전소는 꾸준히 가동정지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죠. EIA에 따르면 2030년 말까지 44GW 규모의 석탄발전소가 퇴출될 전망입니다.

◇Market View

증권가는 연일 LS일렉트릭의 목표주가를 상향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말 13만원을 제시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27만3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고, NH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목표주가를 기존의 2배 수준(26만원)으로 상향하며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최근 증권사들이 제시한 LS일렉트릭의 목표주가는 최저 25만원에서 최고 27만5000원입니다.

목표주가 상향의 근거는 연속된 초고압 변압기 CAPA(생산능력)의 증가로 인프라 부문의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업계는 지난해 LS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CAPA가 약 1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산 공장의 초고압 증설, KOC전기 인수 등으로 2025년 말 CAPA가 최소 5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1일 부산사업장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 옆 유휴부지를 활용한 증설을 발표했습니다. 투자금액은 약 800억원으로 진공건조로, 조립장, 시험실, 용접장 등 전 생산공정을 확충할 계획이며 오는 2025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기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사업부문은 향후 4000억원 수준까지 2배가량 늘어날 수 있죠.

23일에는 부산과 울산에 생산설비를 갖고 있는 KOC전기의 지분 51%를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KOC전기는 초고압변압기 뿐만 아니라 선박용 특수변압기도 제작하는 업체로 지난해 매출액 935억원, 영업이익 81억원, 순이익 59억원의 알짜회사로 꼽힙니다. LS일렉트릭이 지분 취득에 사용한 금액은 591억원으로 외부 차입 없이 보유 자사주 29만9000주를 모회사에 매각해 조달했습니다.


변압기 부문 외에도 신재생 부문에서 예상보다 빠른 턴어라운드를 나타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습니다. IDC(인터넷데이터센터)의 주목과 함께 태양광·ESS(에너지저장시스템)의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된 분석입니다. LS일렉트릭의 경우 신재생 부문에 있어 글로벌 레퍼런스를 보유 중이기 때문에 빠른 실적개선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뒤따르는 이유죠.

LS일렉트릭의 신재생 부문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LS일렉트릭 측은 분산전원 관련 사업, RE100 시장 시장 확대가 지속 예정돼 있다며 수익성 위주의 수주를 통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비금 태양광, 영국 Botley 및 Widowhill 프로젝트의 매출 실현, 해외 대형 ESS 사업 발굴, 국내 수상태양광 등 신규 신재생 프로젝트 수주 추진 등을 꼽았습니다.

◇Keyman & Comments

LS일렉트릭의 키맨은 구자균 회장입니다. 1957년생인 구 회장은 2005년부터 LS일렉트릭에 재직하며 회사의 성장세를 오랜기간 지켜본 인물이죠. 약 20년 전 LS산전(현 LS일렉트릭)의 부사장(관리본부장)이었던 그는 2007년 대표이사(사업본부장), 2008년 대표이사(사장), 2010년 대표이사(부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60대의 적지않은 나이에도 적극적이고 기민한 사업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구 회장은 "30년 만에 돌아온 글로벌 초고압 변압기 수요 호황기를 예측해 대응하고 있다"며 "초고압 이후에는 배전 솔루션 사업이 급성장하는 만큼 회사에 더 큰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죠.

현재 증권업계는 LS일렉트릭이 2025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타사 대비 낮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송전에서 배전으로 이어지는 전력 전달 과정에서 현재 공급부족은 주로 송전 쪽에 치우쳐있기 때문에 배전에 강점을 지닌 LS일렉트릭으로선 수혜 시기가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이죠.

하지만 회사는 긍정적 전망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송전 사업을 중심으로 변압기 부문에 슈퍼 사이클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사이클에 앞서 IRA가 불러온 국내업체의 미국 진출 등이 배전 수요를 크게 증가시켰다"며 "향후 송전 부문의 수급 확대가 지속될 경우 배전 부문 또한 함께 확대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증권업계의 평가와 향후 전망도 대체로 긍정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 외 전력기기 부문만 놓고봐도 LS일렉트릭은 미국 내 도매를 담당하는 메인 딜러들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나가는 중"이라며 "대리점에서 판매되는 전력기기는 어떤 딜러들을 확보하는지가 중요한데, 현재 미국 시장을 독과점 중인 15개 메인딜러 가운데 2곳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시장 활로 개척이 순항중인 만큼 향후 전력기기 부문의 성장도 가시화될 수 있다는 분석인데요.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영업활동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 추정은 어렵지만 10~20%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사실"이라며 "미국시장 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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