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발행 재개…연내 ‘13조’ 상환청구서 도래 2022년 30조 넘게 차입한 한전, 올해부터 연달아 만기
백승룡 기자공개 2024-06-17 15:33:2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4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공사가 9개월 만에 채권시장을 찾는다. 한전은 지난 2022년 대규모로 한전채를 발행,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구축한다는 지적을 받자 지난해부터는 자금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면서 한전채 발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2022년 당시 발행해 뒀던 한전채 만기가 올해부터 도래, 리파이낸싱을 위해서는 다시 한전채를 찍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차환의 시간’ 돌입한 한전, 올해 첫 공사채 발행 추진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총 5000억원 규모 공사채 발행에 나선다. 만기는 2년과 3년으로 나눠 각각 2500억원씩 모집한다. 이날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고 당일 발행을 마치는 일정이다. 한전의 공사채 발행은 올해 처음이다. 마지막으로 한전채가 발행된 시점은 지난해 9월이었다. 한전의 신용등급은 최상위 등급인 AAA이다.
한전은 지난 2022년 무려 30조가 넘는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채권시장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불렸다. 당시 연간 영업손실이 별도기준 34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상위 신용등급을 보유한 한전채가 쏟아지자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입지가 위축되는 구축 효과로 이어진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채권시장 수급 안정을 위해 채권 발행 물량 축소를 권고하면서 한전은 지난해 공사채 발행규모를 11조9300억원 수준으로 낮췄다. 그 외 자금은 은행 대출과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외화채, 자회사 지분매각 등으로 다변화해 조달했다.
한동안 채권 발행을 자제하던 한전이 재차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올해 만기도래 물량이 대규모로 도래해 차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달에만 8700억원 규모의 공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고, 올 하반기에는 12조6500억원 규모의 만기가 차례로 돌아온다. 지난 2022년 대규모로 공사채를 발행할 당시 만기가 짧게는 2년, 길게는 5~10년 등으로 다양했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상환 청구서가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이달 만기도래 물량을 포함해 한전이 연내 상환해야 하는 만기물량(13조5200억원) 중에서 80% 이상(11조2900억원)이 2022년 발행한 채권이다.
◇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만기물량, 차환 불가피…크레딧 시장 수급 우려도
한전이 올해부터 ‘차환의 시간’에 직면하면서 한전채 발행물량이 다시 큰 폭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지만, 연결기준 분기 영업이익은 2조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도 7조9000억원 안팎이다. 자체 현금창출력으로는 연내 13조원 규모의 만기 물량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이번 발행을 필두로 한전채 발행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전채 발행물량 증가는 크레딧 시장의 수급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변수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만기물량만큼만 한전채를 찍는다고 하면 13조원 규모로 결코 적은 편은 아니지만, 2022년 대규모 발행 당시에 비하면 채권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싶다”면서도 “통상적으로 회사채 시장은 ‘상고하저’ 흐름으로 하반기에 비교적 약세인 편인데 이 시기에 한전채 차환 물량이 쏟아지면 일반 회사채의 입지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사채발행한도가 이미 턱밑까지 차올라 차환 물량 외에는 신규 발행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초 한전의 연간 사채발행한도는 직전연도 결산 재무제표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것의 2배까지였는데, 2022년 말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을 통해 이를 5배까지 늘렸다. 그럼에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지속, 자기자본 감소로 발행 한도가 줄어들 우려가 커지자 7개 자회사의 총 3조2000억원 규모 중간배당을 받아 자본 감소 폭을 완화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연간 사채발행한도는 87조6172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전체 사채발행잔액은 75조5890억원 규모로 발행 한도의 86.3%가 채워진 상태다. 남은 발행 여력은 12조원 수준인데, 이는 연내 만기도래 규모와 엇비슷한 규모다. 올해 만기 물량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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