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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SMR]10년 전부터 시작된 경주…두산·SK 미리 뛴 이유①미래사업 낙점 후 탈원전·무관심 풍랑…기업 관심에 기술개발 이어져

허인혜 기자공개 2024-07-08 16:21:13

[편집자주]

'게임체인저'는 산업 참여자를 넘어 아예 판도를 뒤바꿀 만한 신드롬을 일컫는다. 차세대 에너지로의 변화가 흐름이라면 소형모듈원전(SMR)은 에너지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탄소배출량은 낮고 효율은 높아 클린 에너지원의 필수요인을 모두 갖췄다. 글로벌 부호와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며 상징성을 넘어 사업성도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일찌감치 SMR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준비해둔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도약하고 있다. 더벨이 국내 기업들의 SMR 산업 현황과 글로벌 시장과의 공조를 살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16: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3년 전인 2011년, 당시 지식경제부는 2025년 한국을 먹여살릴 6대 미래사업을 점친다. 청사진은 꽤 잘 들어맞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신체와 IT의 융합, 해양 플랜트 등이었는데 모두 국내 주력 제조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하나로 꼽힌 차세대 먹거리는 다목적 소형 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다.

SMR은 이때 꼽은 6대 산업 중에서는 가장 늦게 개화 중인 산업이다. 그만큼 필요한 기술이 넓고 깊다는 의미다. 기술도 인력도 인프라도 필요한 산업인데 수익성은 어떨까. 손꼽히는 부호 빌 게이츠의 선택 만으로도 답을 대신할 수 있다. 빌 게이츠와 미국 유수의 기업, 국내 대기업들도 앞다퉈 본격적인 SMR 시대에 뛰어들었다. 특히 수십년 와신상담의 시간을 거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선두로 치고 나가는 중이다.

◇글로벌 기업 달리는 동안 국내는 엇박자

SMR은 출력이 300MW보다 작은 소형 모듈원자로를 뜻한다. 작은 만큼 어느 곳에나 설치가 용이하고 온도도 빠르게 식힐 수 있다. 방사능 누출이나 탄소배출 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초기에는 사업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대형 원자로는 규모의 경제를 노릴 수 있지만 소형 원자로는 그렇지 못하고 기술이 실제 에너지 생산에 접목돼 수익을 얻기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리라는 전망 때문이었다. 따라서 당장의 사업성이 없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가능한, 정부의 지원이 확실한 국가와 기업만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잇따른 대형 원전 사고 등의 여파로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고 있던 각국 정부, 특히 미국에서 정부차원의 투자가 이뤄졌다. 오바마 정부가 SMR에만 4억5200만달러를 배정한 바 있다. 일본과 러시아, 중국, 아르헨티나 등이 적극적이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이미 빌 게이츠가 테라파워와 밥콕 앤 윌콕스를 중심으로 SMR 개발에 손을 걷었다.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맞손을 잡고 SMR 공동 개발에 나섰다. 대부분 상용화 시점을 2025~2030년으로 잡았는데 개발기간이 길게 전망됐던 점을 감안하면 공력을 집중하겠다는 의미였다.

국내 사정은 어땠을까. 그 기간 국내에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손발이 맞지 않아 상용화 속도가 느렸다.

시도는 잦았지만 성공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테라파워와 함께 SMR의 일종인 소듐 고속냉각로(SFR)에 매진했지만 2014년 소통 불발로 공동개발 계획이 백지화되는 위기를 겪는다. 2030년까지 미국과 동행할 기회를 놓치며 국내 SMR 개발에는 제동이 걸린다.

2012년 역시 SMR의 일환인 다목적소형원전(SMART)을 개발해 표준 설계 인증을 획득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까지 상용화도 하지 못했다. 이후에는 탈원전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SMR 개발은 더 발이 묶였다.
스마트 원전 일체형 원자로. 사진=두산에너빌리티
◇가치판단 빨랐던 두산·SK

하지만 정책 영향으로 상용화가 느렸을 뿐 기업들은 물밑에서 SMR을 개발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곳이 두산그룹, 그중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박지원 회장이 SMR 사업에 관심을 기울이며 명맥이 끊기지 않을 수 있었다.

두산그룹은 국내 스마트 원전과 소형모듈원전 사업을 모두 이끌고 있다. 한국-사우디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 원전의 주요기기 설계 업무에 참여하고 있다. 원전 핵심 기자재 공급을 목표하는 중이다.

미국 뉴스케일과의 협업도 일찌감치 시작했다. 탈원전 기조가 자리를 잡았던 시기에 미국으로 활로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뉴스케일파워의 소형모듈원전 설계 제작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UAMPS 원전 프로젝트의 핵심 기기인 원자로 모듈도 공급하기로 했다. 2019년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에 4400만달러, 2021년에 6000만달러 지분 투자를 완료한 바 있다.

최근 원전 지원 정책이 활발해지며 국내 SMR 사업도 10년 만에 훈풍을 맞았다. 때마침 선진국과 성장세를 맞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동시에 SMR 개발에 관심을 보이며 글로벌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단지 착공식을 연 테라파워. SK그룹이 투자했다. 사진=SK그룹
SK그룹도 SMR 개발에 적극적인 곳 중 하나다. SK㈜와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빌 게이츠가 창업자인 테라파워에 2억5000만달러(약3000억원)를 투자하며 본격적인 물꼬를 텄다. 지난달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실증단지 첫 삽을 뜬 테라파워의 착공식에도 유정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 김무환 SK㈜ 그린부문장이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국내 SMR 산업 활성화 단체인 SMR 얼라이언스 회장사도 SK다. SMR 개발에 몸담은 국내 기업들이 모여있다. GS에너지,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 31개 기업이 속했다. HD현대 등도 SMR 개발·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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