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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메리츠 그 후 1년]증권·화재 '원 북(one book)' 투자…신속한 자금집행②지주 이동 최희문 부회장 여전히 '진두지휘', 직접 짠 리스크관리 구조가 뒷받침

백승룡 기자공개 2024-07-10 13:14:17

[편집자주]

메리츠금융지주가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해 '원 메리츠'를 출범시킨 지 1년여가 지났다. 국내 상장사들이 물적분할 등을 통해 '이중 상장'을 단행하면서 논란을 빚던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파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이후 1년여의 시간 동안 메리츠금융그룹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더벨은 '원 메리츠' 체제에서 나타난 다양한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로 합쳐진 메리츠금융그룹은 비즈니스를 향한 특유의 ‘야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팀 단위에서 경쟁적으로 딜(deal)을 발굴하면 메리츠지주를 중심으로 과감하고 발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메리츠화재에서 지원사격을 하는 유기적인 체계가 완성되면서다. ‘원 메리츠’ 이후 각 계열사의 이사회 결정과 자본 이동이 신속하게 이뤄진 결과물이다.

◇ 족쇄 끊어낸 메리츠…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기업금융 비즈니스 ’3조’ 육박

메리츠금융그룹이 ‘원 메리츠’ 체제로 재편한 이후 가장 두드러지는 사업적인 성과는 과감한 기업금융 비즈니스다. 지난해 초 롯데건설을 필두로 SGC E&C(옛 SGC이테크건설), 홈플러스, M캐피탈 등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상대로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단행했다. 롯데컬처웍스 등 자본 잠식 기로에 놓인 기업을 상대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도왔다. 모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뤄진 굵직한 딜이다.

SGC E&C(약 1000억원 안팎)를 비롯해 M캐피탈(3000억원), 롯데컬처웍스(2000억원) 등 1000억~3000억원 수준의 딜은 메리츠증권이 단독으로 소화했다. 롯데건설(9000억원)과 홈플러스(1조3000억원) 등 대규모 딜은 메리츠증권·메리츠화재·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이 유기적으로 참여해 자금을 모았다. ‘원 메리츠’ 이후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사실상 ‘원 북(one book)’으로 통합 운용된 덕분이다.

본래 메리츠금융그룹은 부동산금융에 강점을 보였는데, 메리츠증권이 딜 소싱을 해오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투자하는 연계 구조를 이때부터 특화했다. 다만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가 상장사이다 보니, 배당을 통해 투자 주체가 되는 계열사로 자본을 이동 배치하는 과정이 길게는 수개월까지 걸렸다. 메리츠 측은 “과거 3사가 전부 상장사일 때는 자본 재배치에 6개월 이상 걸렸다”며 “100% 자회사 편입 이후 8~10영업일 수준으로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황이 악화되면서 기업금융에 힘을 주고 있는 메리츠로서는 ‘원 메리츠’ 이후 신속한 의사결정과 자금집행이 차별적인 경쟁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초 롯데건설의 조 단위 공동펀드 조성에 성공한 이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연달아 메리츠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들은 자금 여력이 안 되고, 대형사들은 내부 리스크 심사 허들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억 규모를 기동성 있게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사실상 메리츠뿐”이라고 덧붙였다.


◇ 지주사 이동 최희문 부회장, 투자 구조도 짜고 리스크관리도 '진두지휘'

‘원 메리츠’ 체제에서 기업금융 비즈니스가 속도감을 더하게 된 배경으로 최희문 부회장의 지주회사 이동이 꼽힌다. 메리츠증권 특유의 리스크관리가 그룹 전반에 적용되면서 계열사를 넘나드는 투자 의사결정도 거침없이 빨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 부회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4년간 메리츠증권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리스크관리 구조를 설계했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말 메리츠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그룹운용부문장을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의 리스크관리는 확실한 담보잡기다.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투자기업이 국고채를 매수하게 하고, 이에 대해 질권을 설정하는 구조를 즐겨 사용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같이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이면 이를 담보로 잡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의 기업이라면 무위험자산인 국고채를 매수하도록 해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출한다”며 “메리츠증권이 코스닥 부실기업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면서도 거의 손실이 없을 정도로 탁월한 리스크관리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구조는 최 부회장이 직접 설계한 구조로 알고 있다”며 “최 부회장이 메리츠지주에서 그룹운용부문장을 맡게 되면서 메리츠증권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리스크관리가 이뤄져 ‘통합 메리츠’의 투자 보폭도 커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스크관리에 자신감이 높아진 메리츠금융은 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스크가 큰 만큼 대부분 10% 안팎의 금리가 책정됐다.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9000억원을 투입했던 메리츠그룹은 1년 2개월 만에 이자 수익만 1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1조3000억원) 금리도 10%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M캐피탈을 대상으로 한 대출 금리도 9~1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일회성 딜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롯데건설도 올 초 공동펀드 만기가 돌아오자 메리츠그룹과의 딜을 종료하고 은행·증권 공동펀드를 다시 조성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의 포지션은 사실상 제도권 내 ‘최후의 보루’”라며 “달리 선택지가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해 금리를 높여 받을 수 있지만, 해당 기업과 파트너십을 이어가긴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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