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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금융 수도권 상경기]DGB금융, 시중은행 전환 단초 된 '남진→북진' 전략 수정①동남권 노렸으나 경남은행 인수 실패로 수도권 선회…외연 확장 끝 iM뱅크 탄생 결실

최필우 기자공개 2024-07-12 12:39:40

[편집자주]

대구은행이 iM뱅크로 간판을 바꾸고 수도권 진출을 선언하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방 소멸로 고객층이 얇아지는 와중에 시중은행에게 본진을 위협받고 있어 어느 때보다 수도권 진출이 절실하다. DGB금융과 달리 JB금융과 BNK금융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수도권 진출을 도모해왔다. 지방금융지주의 수도권 진출 시도와 차별화된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0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은 국내 최초 지방은행 타이틀을 갖고 있는 대구은행이 모태다. 지방은행으로 대구·경북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 역사에 자부심이 강하다. iM뱅크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한 이후 대구 본점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연고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영업 권역 확장도 대구은행이 깊이 뿌리내린 영남권 중심으로 논의됐다.

당초 DGB금융의 전략은 남진정책이었다. 경남은행 경영이 어려워진 틈을 타 사세를 확장하고 영남권 지역금융 맹주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었다.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북진정책으로 선회하게 된 건 경남은행 인수가 무산되면서다. 결과적으로 신규 진출 전략 수정은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는 단초가 됐다.

◇영남권 맹주 자리 놓고 부산은행에 맞불

DGB금융의 영업 지역 확장 논의는 초대 하춘수 전 회장 시절 본격화됐다. 하 전 회장은 대구은행장 출신으로 DGB금융지주를 출범시킨 장본인이다. 지주사 출범을 기점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 대구·경북 지역 밖에서도 존재감을 키운다는 포부였다.

하 전 회장은 수도권, 동남권 공략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신규 진출은 영남권 내에서만 이뤄졌다. 오프라인 점포 중심으로 영업을 해야했으나 수도권에 새로 지점을 내는 건 녹록지 않았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 만으로 지점 운영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은 부산·울산·경남 소재 지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은 같은 영남권으로 묶여 생활 권역 측면에서 넘지 못할 장벽은 없었다. 2010년 4곳이었던 부울경 소재 지점은 2011년 7곳, 2012년 8곳, 2014년 9곳, 2015년 10곳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 소재 지점은 3곳으로 유지됐다. 북진정책보다 남진정책이 우선시된 것이다.

당시만해도 지방은행이 다른 지방은행의 영업 권역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주영업지에서 지방은행 기능에 충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온 만큼 지방은행 간 경쟁이 벌어질 일이 없었다. 농협은행과 같은 특수은행이나 시중은행 지방 지점 정도가 경쟁 상대로 여겨졌다.

하 전 회장은 대구 지역 경기 침체에 대구은행의 운명이 연동되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구은행은 외환위기 때 고비를 넘기고 생존한 경험이 있다. 대구·경북 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유지하면 추후 위기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DGB금융의 경남권 진출 의지는 2014년 매물로 나온 경남은행 인수에 도전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대구은행에 경남은행을 더하면 부산은행을 밀어내고 영남권 맹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봤다. 경남은행이 부산에도 상당 수의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부산은행의 본진도 위협할 수 있었다.

BNK금융도 DGB금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탓에 인수전은 과열 양상을 띄었다. 결국 하 전 회장은 오버 페이를 감수하지 않기로 했고 BNK금융이 경남은행을 품게 됐다. BNK금융에 경남은행을 뺏긴 DGB금융은 더 이상 남진정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전화위복 된 경남은행 M&A 실패

대구은행은 경남은행 인수 실패를 기점으로 부울경 지역에 영업점을 추가하지 않았다. 2020년까지 지점 수 10개를 유지했고 2021년 9개로 1개 감소했다. 현재 부산 5곳, 울산 1곳, 경남 3곳에 지점을 두고 있다.

경남은행 인수전이 끝나고 10년이 흐른 현재 DGB금융 입장에선 전화위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남은행 인수에 성공했다면 영남권 지방은행 색채가 더욱 강해지는 수순이었다. 대구·경북과 마찬가지로 경남도 지방 소별과 지역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구조 개선이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DGB금융은 수도권 진출로 선회했다. 2010년대 초중반 3개에 불과했던 수도권 점포는 지난해 말 기준 9개로 3배 늘었다. 일반 영업점이 아닌 기업금융에 특화된 대형 점포가 대부분으로 영업력도 갖췄다. 지난해에는 금융 당국 차원의 제도 개선이 맞물리며 대구은행을 iM뱅크로 재출범시킬 수 있었다. 남진정책에서 북진정책으로 전략을 수정한 게 시중은행 전환 단초가 된 셈이다.

지방금융 관계자는 "iM뱅크 시중은행 전환에 있어 주주 구성이 요건 충족에 결정적이었고 대구은행만 있는 원뱅크 체제여서 원활한 전환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었다"며 "투 뱅크 지방은행으로 지역 밀착 정도가 더 강하고 자산 규모가 비대했으면 수도권 진출 여력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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