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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금융 수도권 상경기]JB금융, '탈지방' 행보 15년차…'시중은행 전환' 안부럽다①취약한 호남권 영업 기반, 수도권 외연 확장으로 극복…고객층 차별화로 전략 진화

최필우 기자공개 2024-07-09 12:39:20

[편집자주]

대구은행이 iM뱅크로 간판을 바꾸고 수도권 진출을 선언하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방 소멸로 고객층이 얇아지는 와중에 시중은행에게 본진을 위협받고 있어 어느 때보다 수도권 진출이 절실하다. DGB금융과 달리 JB금융과 BNK금융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수도권 진출을 도모해왔다. 지방금융지주의 수도권 진출 시도와 차별화된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JB금융은 지방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수도권 금융시장에 눈을 돌렸다. iM뱅크(옛 대구은행)가 올해 시중은행 전환에 성공하면서 최근에야 지방은행의 수도권 진출이 화제가 되고 있으나 JB금융의 탈지방 행보는 15년째 이어지고 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호남에 자리 잡은 JB금융에게 수도권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방 소멸과 인구 고령화 추세를 받아들이기보다 수도권에서 시중은행과 정면으로 승부하는 게 살 길이라고 봤다. 회장 교체를 거쳐 변모한 JB금융의 수도권 영업 전략은 최근 수년 간의 폭발적인 성장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출신' 김한 회장 외연 확장…김기홍 회장 '투 트랙' 안착

지방은행 출범은 196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금융 활성화를 원했던 박정희 정부가 '1도 1은행' 원칙을 수립하면서 지역 거점별 은행 설립 논의가 전개됐다. 대구은행이 1967년 10월 7일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으로 출범했고 3일 뒤인 10일 부산은행이 탄생했다.

JB금융의 모태인 전북은행은 2년여 뒤인 1969년 12월에야 설립됐다. 마땅한 출자자가 없었던 탓이다. 주주가 된 삼양사는 울산에서 제당 사업을 하다 1969년이 돼서야 전주에 폴리에스테르 공장을 설립하면서 호남 지역과 인연을 맺었고 전북은행 출자를 제안받았다. 호남권 산업 기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북은행은 설립 취지대로 지방은행 역할에 충실했으나 김한 전 JB금융 회장(사진)이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김 전 회장은 '탈지방은행'을 기치로 내걸고 수도권 진출을 핵심 아젠다로 삼았다. 행장 취임 전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KB금융 등 서울에 거점을 둔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김 전 회장이 수도권 진출을 타진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김 전 회장이 삼양사 오너 일가라는 점도 과감한 전략 변화가 가능했던 요인이다. 당시는 2015년 풀린 지방은행 경기도 영업 규제가 존재하던 때로 수도권 진출에 장벽이 있었다. 지방은행의 수도권 도전하는 게 당연시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은 호남권의 산업 발전이 뒤처져 지방에만 머물러선 한계가 있다고 봤다. 또 지역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판단해 서울 공략을 서둘렀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인수한 광주은행에도 전북은행의 서울 진출 전략을 그대로 입혔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나란히 수도권 점포를 확장해 고객 접점을 늘렸다. 리테일과 기업금융을 가리지 않고 시중은행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형국이었다. 형태만 다를 뿐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프로젝트를 10여년 앞서 나간 것이다.

김기홍 회장(사진) 체제에선 수도권·지방 '투 트랙' 강화 전략이 자리 잡았다. 권역 확장만큼이나 전략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과 같은 방식으로 수도권에서 맞불을 놓기보다 니치 마켓인 중저신용자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해 고객층을 차별화했다. 핵심 고객층을 투텁게하려면 인프라가 깔려 있는 호남권 영업을 등한시할 수 없었다.

*김한 전 JB금융지주 회장(좌),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우)

◇수도권 여신 비중 30%대 안착…시중은행 전환 없이

김 전 회장 대의 수도권 외연 확장은 김 회장 체제에서의 순이익 성장세를 더 폭발적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김 회장 취임 직전해인 2018년 3210억원이었던 연간 순이익은 지난해 5860억원까지 늘었다. 중저신용자 고객층을 공략하는 전략이 주효했고 고객 저변이 호남권과 수도권을 아울려 형성돼 성장폭이 더 커졌다.

JB금융의 수도권 대출금 비중은 30%대에 안착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북은행의 수도권 여신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1%다. 광주은행은 35.9%를 기록했다. 광주, 전남, 전북과 함께 수도권이 대출 영업의 한 축이 된 것이다. 지방은행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지만 비즈니스 권역이 지방에 국한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다.

JB금융은 광주은행 또는 경남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타진하지 않고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은행금융지주 동일인 지분한도 10% 규제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삼양사와 2대 주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지분율은 각각 14.75%, 14.18%로 10%를 훌쩍 넘어선다.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를 봤을 때 실질적으로 시중은행 전환이 필요치 않다는 견해도 있다. 지방은행 브랜드를 내세워 영업을 해야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차별받는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방금융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수도권 진출로 성장 동력을 만들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영남권에 비해 약한 지역 기반 의존도를 낮추려 했던 JB금융이 대표적"이라며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JB금융이 수도권 영업으로 쏠쏠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시중은행 전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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