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만 40세에 LG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구광모 회장에 대한 기대는 작지 않았다. 젊은 리더가 기업의 수장으로 취임할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는 젊음이 상징하는 이미지와 맞닿아 있다. 도전정신과 변화, 과감한 결단과 혁신과 같은 일들이다.그간 LG그룹의 행보 대부분이 '안정적인'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돼왔다. 젊은 총수가 일으킬 변화에 관심이 더 컸던 이유다.
구 회장은 LG그룹 총수에 오른 이래 변화를 주도해 나갔다. 안 될 사업을 과감히 접었고 될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통해 간판사업을 전장·이차전지로 바꿔 끼웠다. 인적쇄신을 통한 순혈주의 타파, 신상필벌을 위시하는 성과주의 도입 역시 구 회장이 이룬 일이다.
그렇다면 구 회장 취임 이후 6년이 지난 지금 LG그룹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그룹이 됐을까. 구체적으로 따지면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LG그룹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오'. LG그룹이 과거와 다르게 과감하고 담대한 성향을 가진 곳이 됐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구 회장이 변화를 추구하기는 했지만 결국 기저에는 안정을 최우선시하는 그룹의 기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안정 속 변화'는 구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의 기조를 가장 잘 나타내는 어구다. 선대 회장 시절의 부회장단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이루기까지 걸린 기간만 5년이다. 구 회장 체제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전장·이차전지 사업 역시 새롭게 진출한 것이 아니라 20~30년간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대부분의 굵직한 변화들은 급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LG그룹의 지주사 ㈜LG가 5000억원을 들여 LG화학과 LG전자의 지분을 각각 1.23%, 1.12%씩 취득하기로 한 일은 크게 놀랍지 않다. ㈜LG가 투입한 금액은 1조원 이상 규모로 배정된 성장 투자 예산을 재원으로 한다. 완전히 새로운 기업에 투자해 승부를 걸기보다는 먼저 신사업을 주도하는 계열사를 밀어주는 'LG다운' 길을 택했다.
세대가 변했어도 LG그룹의 경영에 있어 안정의 가치를 결코 떼놓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환경에서 무엇이 정답인지는 당장 알기 어렵다. 최근의 상황은 과감함만이 답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수년 후에는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LG그룹의 안정 속 변화는 정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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