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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펀드 론칭]중소형 운용사에 기회온다…대형사와 한판승부 예고②TDF·ETF 시장 탈피, 1사1상품 원칙으로 진검승부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18 07:46:02

[편집자주]

올해 금융투자협회의 핵심 연금사업 중 하나는 디딤펀드 론칭이다. 금투협회는 올 9월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온라인 모바일 채널에서 디딤펀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현재 자산운용사와 퇴직연금 사업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디딤펀드 사업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추진 배경과 향후 활성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15:04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약 382조원. 1년 전 대비 13.8%(약 47조원) 증가했다. 적립금이 지금의 속도로 꾸준히 불어난다면 2030년께 10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구조에 변화가 일지 않는 한 TDF와 ETF 시장을 점유한 소수 운용사가 이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TDF의 경우 상위 운용사 5곳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퇴직연금 DC·IRP 계좌에서 ETF 매매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국내 ETF 시장 역시 상위 운용사 5곳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TDF와 ETF 라인업이 부족한 중소형사에 퇴직연금 시장은 그림의 떡과 같다.

금융투자협회는 디딤펀드 라인업 구축을 통해 중소형사에 연금시장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사업자 모바일 채널에 디딤펀드라는 별도 플랫폼을 구축한 뒤 각 운용사로 하여금 시장 중립 성격이 짙은 BF(밸런스펀드) 라인업을 선보이게 함으로써 TDF와 ETF 일색의 DC·IRP 적립금 운용 행태에 적잖은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가 하나의 디딤펀드만을 출시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점도 중소형사 진입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한 운용사가 다양한 전략의 BF를 디딤펀드로 출시할 수 있게 하면 라인업 확대가 용이한 대형사는 여러 가지 상품을 동시에 선보인 뒤 이중 성과가 좋은 상품만을 선별할 수 있다. 사업 여건이 부족한 중소형사는 자칫 불리할 수 있다.

상품 교체를 허락하지 않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디딤펀드를 한번 출시하면 그 상품의 성과가 좋든 안 좋든 첫 상품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디딤펀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하우스 전체 자산배분 역량을 전부 동원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런 취지를 감안해 디딤펀드 라인업 구축에 참여키로 한 상당수 운용사들은 신규 펀드를 통해 디딤펀드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 운용사의 경우 디딤펀드 라인업 추가에 그간 회의적 목소리 일색이었지만, 운용사 간 BF 경쟁 속 성과가 뒤떨어지기라도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운용사 명성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그간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BF 라인업을 구축한 중소형사의 경우 기존 펀드 라인업을 활용해 디딤펀드에 활용하려는 모습도 속속 관찰되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활용한 BF 라인업은 운용사 상품의 엑기스와 같다"며 "운용역량이 높은 운용사를 발굴해 가입자들에게 소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출시돼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 자산배분 전략 공모펀드는 모두 176종. 자산배분 전략을 구사하되 미리 설정한 시기에 맞춰 리스크가 동적으로 조정되는 TDF를 제외한 나머지 자산배분 펀드들이다. 개별 펀드들의 설정액과 수익률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최근 1년 수익률 표준편차는 1~2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할이다. 가입자에 상품을 공급하는 주체는 운용사가 아닌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가령 금융그룹 소속의 퇴직연금 사업자가 계열 운용사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할 경우 디딤펀드 정책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27개 운용사 상품을 모두 디딤펀드 라인업에 거는 것 역시 부담스러울 수 있다.

디딤펀드 라인업이 증권업계에서만 출시되는 점도 한계일 수 있다. 잠재적 디딤펀드 투자자는 결국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통해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가입자인데,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은행과 보험업계 사업자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금투협회는 디딤펀드 정책이 효과적일 경우 타 업권 사업자 참여도 가시화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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