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이차전지사는 지금]존재감 키우는 세방전지, 캐즘 극복 카드는 'AGM 배터리'①현금흐름 개선에 '순차입금 마이너스'…재무도 긍정적
박완준 기자공개 2024-07-29 09:09:21
[편집자주]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은 '캐즘'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지층 속 단절된 공간이 마치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의 시장 확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말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 이차전지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 이차전지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전기차 캐즘(일시적 성장 둔화기)에 이차전지 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며 이차전지와 관련된 부품 및 소재사들도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상황이다.하지만 세방전지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며 반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축전지 등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도 신사업으로 낙점한 리튬전지 팩 제조 쪽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전략까지 꾀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늦춰지며 미래 대비에 수월해졌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AGM 배터리 주력…'전기차·하이브리드차' 다 잡아
세방전지는 차량·산업용 납축전지 브랜드 '로케트배터리'를 제조·판매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곳이다. 2013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두에 탑재되는 차세대 연축전지인 AGM 배터리를 상용화해 전기차 캐즘에도 실적 우상향을 그리는 데 성공했다.
주력 사업인 AGM 배터리는 차세대 연축전지로, 차량 정차 시 엔진을 멈춰 공회전을 줄이는 ISG 시스템을 갖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모두에 탑재된다. 아울러 운행 조건에 따라 전압을 변화시켜 차량의 에너지 효율과 연비를 개선할 수 있는 스마트 발전 제어 시스템도 장착됐다. 세방전지는 지난해 전기차 캐즘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조6868억원과 영업이익 1316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각각 14.5%, 62.3% 늘었다. 올 1분기도 매출 4666억원, 영업이익 461억원을 기록해 2분기 연속 영업이익 400억원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성공 비결로 꼽히는 AGM 배터리는 일반 연축전지에 비해 판매 단가가 두 배 이상 비싸 세방전지의 수익성 개선에 앞장섰다. 수명이 기존 제품 대비 3배 이상 길고, 강한 내구성이 장점으로 꼽혀 BMW와 폭스바겐, 현대차·기아 등에 납품되고 있다.
세방전지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미래 대비에 한창이다. 내년 AGM 배터리 생산능력을 기존 400만대에서 500만대로 확대한다. 평균 3~5년인 교체 주기에 맞춰 AS(유지보수)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AGM 배터리 등 차량용 ISG 시장 규모는 2022년 12조3000억원에서 2028년 36조6000억원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신사업으로 낙점한 리튬전지 팩 제조 사업도 육성한다. 앞서 세방전지는 2021년 말 1150억원을 투자해 광주에 전기차 모듈, 이차전지 패키징, BMS 생산을 담당하는 신공장을 준공했다. 지난해부터 이차전지 셀을 받아 모듈을 생산 중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42만대 이차전지분의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꾸준히 늘어난 현금흐름, 안정적인 재무 '장점'
세방전지의 재무지표는 긍정적이다. 그 배경에는 호실적에 매년 늘어난 현금흐름이 꼽힌다. 안정적인 수익성을 바탕으로 확보한 현금을 공장 증설 등 시설 투자에 꾸준히 단행하고 있다.
세방전지는 매년 현금흐름이 개선되고 있다. 올 1분기 세방전지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1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09억원) 대비 5배가량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OCF는 1283억원을 기록해 2022년(940억원) 대비 개선됐다. 영업활동으로 유출된 현금보다 벌어들인 현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OCF에서 운전자본 투자 항목 등을 제외해 회사의 실질적인 현금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도 개선됐다. 앞서 세방전지는 2021년 공장 증설 등 자본적지출(CAPEX) 확대로 NCF가 -22억원까지 떨어졌지만, 2022년 637억원, 지난해 145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올 1분기도 330억원을 기록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잉여현금흐름(FCF)도 지난해 1184억원을 기록해 2022년(166억원) 대비 6배 이상 늘어났다. FCF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에서 세금과 투자 등을 차감하고 남은 현금이다. 잉여현금은 통상 기업이 연구개발(R&D)에 사용하는 자금으로, 적자 전환 시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세방전지는 매년 늘어나는 현금흐름에 '순차입금 마이너스'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순차입금은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수치다. 마이너스 순차입금은 차입금보다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는 의미다. 올 1분기 세방전지의 총차입금은 96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성자산은 2582억원을 확보해 순차입금은 -1618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관련 지표도 양호하다. 올 1분기 세방전지의 부채총계는 3268억원으로, 부채비율 24.8%로 집계됐다. 아울러 차입금의존도는 5.9%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은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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