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07: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의 사업구조개편(리밸런싱) 작업이 한창이다. 과거 SK그룹은 투자 블랙홀이었다. 사업 확장에 방점이 찍히면서 M&A 거래의 인수자로 주가를 높였다. 얼마나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투자를 하느냐가 최고경영진의 성과를 평가하는 척도였다.하지만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돈줄이 막히자 확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곧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중복 투자처를 정리하고 자산 효율화에 집중하는 재무 전략을 세웠다. 그렇게 리밸런싱 수순에 들어갔다.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사업부 재편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계열사 간 합병이 신호탄이 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간 합병,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SK엔텀의 합병,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센코어의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편입 등이 대표적이다.
합병은 큰 판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이제는 계열사 매각을 포함한 미세 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실제 SK그룹은 SKIET와 SK스페셜티, SK엔펄스 매각을 준비 중이다. 큰 그림을 그릴 때보다 훨씬 험난하고 지난한 여정이 예고되고 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기 때문이다.
당장 매각 대상 기업의 임직원들과 소통 문제가 걸림돌이다. 매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만으로 조직원들의 동요가 우려된다. 과거 SK그룹은 대부분 매수자 입장에서 거래를 진행했다. 피인수 기업들은 SK그룹으로의 편입을 두 팔 벌려 반겼다. 하지만 정반대 상황에 놓이면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 SK그룹은 계열사 매각 소식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할 때가 많다.
다만 이 역시 리밸런싱의 일환이라면 명확한 대응 시나리오와 플랜이 필요하다. 임직원들과의 긴밀한 협의와 사전 교감 역시 리밸런싱의 계획하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쉬쉬해서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리밸런싱에 있어 철저한 사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SK그룹 스스로 이번 리밸런싱을 위기로 인한 구조조정이 아닌 포트폴리오 최적화의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적화는 효율성이 핵심이다. 그 핵심 기조에 대해 임직원들의 공감이 전제돼야만 리밸런싱은 완성될 수 있다. 스스로 임직원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시장에서 당위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나.
리밸런싱은 사업구조 재편을 포괄한다. 당연히 타깃이 되는 계열사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임직원들의 동요를 걱정하기에 앞서 그들의 불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밸런싱의 시작과 끝 모두 사람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리밸런싱이 시작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갈등 상황은 앞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리밸런싱의 순조로운 진행을 원한다면 곰곰이 되짚어 볼 대목이다. 불안은 불통에서 기인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피플&오피니언
-
- [thebell note]호텔롯데의 '새출발'
- [thebell note]롯데관광개발을 둘러싼 '단어와 숫자'
- [thebell note]코스맥스, 'C-뷰티'로도 웃을 수 있을까
- [thebell desk]어피너티의 렌터카 딜레마
- [thebell note]금감원에도 '부장뱅크'가 필요하다
- [thebell desk]집단사고와 에코체임버, 그리고 터널비전
- [thebell note]2030년에는 '서울의 봄'이 올까요
- [thebell note]플랜트의 '추억'
- 삼성전자, '언더독'을 인정해야 할 때
- [thebell note]오리처럼 생겨서 오리처럼 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