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유전병' 치료제 이엔셀, 실적 우려 '또' 제기 금융당국, 이익미실현 위험성 수차례 지적…'주관사' NH증권 주주로 참여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29 10:25:18
[편집자주]
올해 6월은 IPO 청약 일정이 빽빽했다. 한국거래소 인사가 예년과 달리 2분기로 늦춰지면서 밀려있던 상장 심사 일정이 대거 집중됐다. 시프트업, 이노스페이스 등 기대주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복병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 상장사들에게 한층 엄격해진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당국이 지적한 정정 요구 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예비 상장사들의 개선책 마련을 위한 행보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5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생산기업(CMO) 이엔셀이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고 대대적인 증권신고서 수정 작업을 마쳤다. 금융당국은 단순 치료제 전망, 신약 임상 관련 위험 등에 대한 상세 보완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2차적으로 미래 이익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에 대한 근거 자료를 추가 요청했다.이엔셀은 장종욱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교원 겸직으로 창업한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삼성가의 투자를 받고 임상 중인 '샤르코마리투스병' 등 치료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설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엔셀은 기술 이전으로 사업이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투자를 기반으로 향후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비전과 함께, 미래 이익 미실현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고지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대적 수정…사업 전망·임상실패 위험 등 세세한 보완
IB업계에 따르면 이엔셀은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2차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지난 5월 최초 신고서를 제출한 뒤 벌써 두 차례 수정작업을 진행한 상태다.
이엔셀은 지난해 7월 상장예심 청구를 접수한 뒤 약 9개월 만에 심사를 통과했다. 일반적으로 예심 청구 45일(영업일 기준) 안팎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랜 시일이 걸린 것이다. 파두사태 이후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대한 거래소의 잣대가 깐깐해지면서 반년도 더 넘게 심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거래소의 문턱을 넘었다지만 고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 금융당국의 심사 관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이엔셀은 지난 5월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뒤 6월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당국이 공시를 통해 정정신고서를 요청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통상적으로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거짓 기재, 중요사항을 누락했을 경우 지적하는 사안이다. 올들어선 이엔셀과 함께 DXVX 등 정도가 해당됐다.
실제로 이엔셀의 1차 정정신고서를 살펴보면 대대적인 수정 노고가 깃들어져있다. 주요사업 CDMO의 전망이라던지, 세포치료제 시장 비전의 불확실성, 신약 임상실패에 따른 위험, 재무 등 어찌보면 가장 '기본적인' 사안들에 대한 보완작업이 주를 이뤘다.
정정 내용은 총 52항목에 달한다. 청약일정 모집방법 등에 대한 내용까지 합하면 70건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이 10~30곳의 항목에 대한 수정을 진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신고서 전체를 수정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엔셀이 적자기업인데 개발 중인 신약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에 대해 잘 알려진 바 없어서 당국의 지적을 받은 듯 하다"고 설명했다.
이엔셀은 2018년 3월 장종욱 삼성서울병원 줄기세포재생의학연구소 교수가 교원 겸직으로 창업한 바이오 벤처 기업이다. 장 대표가 지분 22.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가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병' 개발 박차
이엔셀 사업은 크게 둘로 나뉜다. 줄기세포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과 샤르코마리투스병·뒤센근위축증·근감소증 등 희귀 난치 근육 질환 대상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EN001) 개발 등으로 구분된다. 신약개발은 임상 1상이 끝난 상태다.
샤르코마리투스병과 뒤센근위축증은 질병관리청이 관리하는 희귀 질환이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시중에 치료제가 없다. 발과 다리, 손과 팔에 신경 손상을 일으켜 근육을 위축시키고 손·발에 변형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삼성가'가 대대로 앓고 있는 신경계 유전병이기도 하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부인인 고(故) 박두을 여사,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앓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그룹의 투자를 받은 배경이다. 주요 투자자로는 삼성그룹의 벤처캐피털인 삼성벤처투자, 삼성서울병원 운영 기관인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이 꼽힌다. 삼성벤처투자가 결성한 SVIC38호신기술사업투자조합은 이엔셀 지분 5.55%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은 5%를 지니고 있다.
◇추정손익 미달성…미래 이익 미실현 '우려도'
하지만 당국은 이달 초 2차 정정을 요구했다. 아무리 기술특례상장 트랙으로 심사를 한다지만, 미래 이익 미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엔셀은 작년에 이어 올해 1분기도 29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4월과 5월, 6월 월별 영업손실은 각각 9억, 11억, 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엔셀은 2차 정정신고서에서 1차에서 지적받았던 내용 상당수를 다시 보완했다. 담당 임상의의 복수 임상 관련 위험, 사업계획에 근거한 추정손익 미달성 위험, 이해관계자 거래에 관한 위험 등에 대해 세세하게 보완했다.
대표 주관사인 NH증권도 한번더 검토한 점이 눈에 띈다. NH증권은 주관사이면서 이엔셀 주주다. 지난 2021년 IPO 주관사로 선정된 뒤 기업실사 중에 이엔셀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지분투자에 나섰다. 프리IPO를 통해 20억원 어치 전환우선주 4000주를 매입했다. 이후 보통주 전환, 무상증자 등을 거쳐 공모 후 지분율은 1.02%에 달한다.
NH증권 입장에선 아쉬운 부분도 있다. 취득가 대비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것이다. 주당 취득가는 약 2만1000원으로 공모 밴드(1만3600원~1만5300원) 상단 보다도 훨씬 높다. 게다가 주관사로서 공모주의 3%(4만7004주)를 공모가에 취득해 상장 후 3개월간 의무 보유해야 하는 조건도 지켜야 한다.
이엔셀은 156만6800주를 공모해 공모 규모는 약 213억~240억원에 달한다.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내달 2일~8일 진행되며, 일반투자자 청약은 내달 12일~13일 사이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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