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창업대국 이끄는 스타트업의 젖줄, '원팀'으로 뭉쳤다①'회원사 250개' AC협회+초기투자협회 통합…"창업기획자 '위상' 끌어올릴 것"
이기정 기자공개 2024-07-30 08:59:58
[편집자주]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가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로 통합되면서 초기 투자에 나서는 기관들이 하나로 뭉쳤다. 그동안 업계는 AC와 TIPS 운용사 등으로 양분돼 통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벤처캐피탈(VC)과 비교해 역할과 중요성이 저평가 받아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통합협회의 목표는 창업기획자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장에서 투자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AC 대표들이 통합 협회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의 분과장을 맡아 본격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더벨이 초기투자기관협회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9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단법인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는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가장 앞단에서 활동하는 기관들이 모여 설립됐다. 양적으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액셀러레이터(AC)를 시작으로 벤처캐피탈(VC),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대학기술지주, 대기업 등이 참여하고 있다.최근까지 이들은 초기투자기관협회와 한국액셀러레이터(AC)협회로 나뉘어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가 제 4대 한국AC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통합 논의를 시작했고 최근 하나의 기관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공식적으로 협회를 출범한 후에는 발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정부를 대상으로 정책 제언에 나서면서 회원사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중기부가 주관하는 AC 라이선스 발급 업무 이관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또 최근에는 기존 개인투자조합이나 벤처투 또 회원사들의 외부 이미지 개선을 목표로 내부 교육과 기준 설립 등 자정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엇갈린 이해관계 갈등도
기존 초기투자업계는 한국AC협회와 초기투자기관협회로 양분돼 있었다. 초기 투자 운용사들이 모여 있다는 공통점은 있었지만 세부적으로는 △회원사 구성 △협회 역할 등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 때문에 양 기관은 최근까지도 공통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2017년 등장한 한국AC협회의 회원사는 오직 액셀러레이터뿐이었다. 협회 기능 역시 AC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AC협회 회원사는 190여곳이다. 이준배 아이빌트 전 대표가 초대와 2대 협회장으로 활동했고 신진오 와이앤아처 대표가 3대 협회장을 지냈다. 4대 협회장인 전화성 대표는 올해 1월 공식 취임했다.
반면 2020년 등장한 초기투자기관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운용사들이 모여 설립된 단체로 초기 투자기관 전반을 아우르고 있었다. 회원사는 100여곳으로 AC협회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가 기관 설립 후부터 줄곧 회장 자리를 지켜왔다.
구성원이 다르다 보니 양측의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팁스 운용사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다. 예를 들어 AC협회가 팁스는 AC들만 추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 초기투자협회에서는 누구나 팁스 운용사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협회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하게 나왔었다. 다만 양측의 입장이 달라 통합 작업이 논의 수준을 벗어나 한단계 더 진전되지 못했다.
AC업계 관계자는 "두 기관이 대립했다기보다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개념"이라며 "한 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순간 다른 기관이 손해를 볼 수 있어 통합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화성 취임 후 논의 본격화, 얼어붙은 시장 환경에 의견 합일
평행선을 달리던 두 기관이 통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 회장의 영향이 크다. 양 기관에서 모두 인정할만한 인사가 AC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통합 논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또 이용관 대표가 전 회장의 의견에 힘을 실어준 것도 주효했다.
두 기관의 장이 의견을 모으니 생각보다 통합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2022년 시작된 금리 인상 영향으로 업계 내부에 위기 의식이 커진 점도 영향을 줬다. 실제 양 기관은 전 회장이 취임한 올 3월경부터 논의를 시작해 약 3개월만에 모든 통합 작업을 마무리했다.
통합은 회원사 수가 더 많은 AC협회가 초기투자기관협회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초기투자기관협회가 사라지고 구성원들이 AC협회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기관을 만들려면 중기부 승인 등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걸려 이같은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기관명에서 '초기투자'를 앞에 두면서 양 기관을 모두 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협회 통합 TF 장을 맡았던 명승은 벤처스퀘어 대표는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회원사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며 "거시적으로 시장 파이를 확대한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는 설득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37명으로 임원진 구성, 5개 분과 운용…전문성 끌어올린다
통합 후 협회는 한명의 회장과 12명의 부회장, 21명의 이사를 임원진으로 임명했다. AC협회에 초기투자기관협회 임원들이 합류하는 구조다. 추가로 이용관 대표와 신진오 대표가 명예회장으로 참여한다. 감사 역할은 송융준 스마트스터티벤처스 동남권 센터장이 맡았다.
통합된 협회 회원사는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큰 그림에서 통합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아직 실무 차원에서 절차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협회 측에서는 회원사 규모가 250곳은 거뜬하게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직 구성은 회원총회를 가장 상위에 두고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분과는 △투자활성화 △보육시장 확대 △글로벌 협력 △거점확보 △지역 창업생태계 활성화 등 5개로 구분했다. 각 부회장이 최소 2명 이상 한 분과에 참여하며 추가로 2~4명의 이사가 배치된다.
임원진 대부분이 운용사의 경영진이다보니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과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투자활성화 분과에 홍종철 인포뱅크 아이액셀 대표, 글로벌 협력 분과에 황병선 빅뱅엔젤스 대표, 지역 생태계 활성화 분과에 박준상 시리즈벤처스 대표가 부회장으로 참여했다.
협회 자체적인 조직은 협회장 산하에 사무국을 운영하는 형태다. 경영기획·지원팀, 대회협력·소통팀, 산업연구·정책팀 등이 포함된다. 별도로 협회는 액셀러레이터 교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원에는 경영지원팀과 교육 1·2팀이 있다. 이를 모두 더한 협회 인력은 17명이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관계자는 "사무국 조직은 안정화 작업이 마무리되면 보다 다양하고 세분화할 예정"이라며 "인력도 더 충원해 보다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개선 추진, 내부 자정 작용으로 이미지 개선 시도
협회의 최우선 목표는 초기 투자를 하는 운용사들의 시장 지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초기 투자자들을 일종의 용역 개념으로 보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책 출자사업이나 민간 출자자(LP)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협회는 출범과 동시에 중기부가 주관하는 AC 라이선스 발급 업무 이관을 추진했다. 또 최근에는 기존 개인투자조합이나 벤처투자조합과 같이 창업기획자가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비히클을 만들기 위해 정치권에 접촉 중이다.
내부적으로는 자정 작용에 주력하고 있다. 운용사 스스로가 전문성을 확보해야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C의 결성 펀드 공시 메뉴얼 정립, 투자 및 보육간 노하우 전수, AC 교육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전화성 회장은 "통합 작업은 완벽하게 끝이 났고 이제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시점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협회 의견을 하나로 만들어 투자, 보육, 해외진출 등 다양한 분야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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