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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S 출자 프리패스, VC 우수운용사]수시출자 바늘구멍 통과한 영예 하우스 10곳 면면은②정시 콘테스트 '산 넘고', IRR 허들 '물 건너야'…한투파·에이티넘·LB, 2회 이상 훈장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05 08:07:56

[편집자주]

국민연금공단(NPS)이 출자한 펀드로 우수한 운용성과를 기록한 벤처캐피탈(VC)은 ‘우수운용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한다. ‘높은 허들(IRR 12%)’을 넘어 실력을 입증하면 경쟁없이 큰 손인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을 기회를 얻는다. 정시출자에 비해 큰 금액을 출자 받을 수 있을뿐 아니라 출자자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하는 만큼 의미가 상당하다.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수시출자 제도가 국내 VC 펀드 대형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 더벨은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 수시출자 제도의 의미를 짚어보고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VC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에 국민연금의 우수운용사로 선정되는 건 최고의 영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의 인정을 받았다는 상징성과 함께 이전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펀드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국민연금 우수운용사 타이틀은 다른 출자기관들에게 하우스를 어필할 수 있는 중요 포인트가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수운용사로 선정되는 것은 어렵다. 국민연금이 VC 우수운용사를 대상으로 처음 수시출자를 진행한 2007년부터 약 17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단 10곳이 선정되는 데 그쳤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약 250여개가량 되는 점을 감안하면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할만하다. 국민연금의 정시출자 펀드 운용을 성공적으로 마쳐야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업력이 필요하다. 요구되는 성과의 허들도 상당히 높다.

◇17년간 타이틀 획득한 곳 10곳 불과…3~4년 주기로 등장

국민연금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이력은 국내 VC들에게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진다. 실제 다수 운용사가 국민연금 우수운용사 제도를 발판으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며 국내 대표 VC로 자리매김했다.

하우스의 능력과 업력을 나타낼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우수운용사 선정 경험을 가진 VC 한 관계자는 “수없이 많은 트랙레코드를 써 왔지만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국민연금 우수운용사라는 타이틀만큼 임팩트 있는 건 없다”며 “해외 출자자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때도 그들이 주목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우수운용사 이력이 상징성을 가질 수 있는 건 그 타이틀을 보유한 하우스가 희소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우수운용사에 선정된 이력을 가진 하우스 숫자는 10곳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수시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곳은 9곳이다.




2007년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처음 국민연금으로부터 수시출자를 받은 이후 다음 수시출자로 선정사가 나오기 까지는 3년이 걸렸다. 2010년 SL인베스트먼트가 두 번째 주인공이 됐다. 다시 3년이 지난 2013년 LB인베스트먼트, 신한벤처투자(당시 네오플럭스)가 합류했다.

다시 3년이 지난 2016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우수운용사 제도’라는 표현이 공공연히 사용된 것은 이때부터다.

이후에도 많은 우수운용사가 나오진 않았다.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우리벤처파트너스, 인터베스트, SBVA(당시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4곳이 2020년 이후 각각 우수운용사의 영예를 안았다. 3~4년 주기로 우수운용사 타이틀을 획득한 하우스가 나오고 있다.

◇‘1조 클럽’ 이상 대형 VC도 얻기 힘든 타이틀

국민연금이 특별히 정해놓은 업력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수운용사 선정 프로세스를 고려할 때 신생사들 입장에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국민연금의 정시출자에는 국내 VC 출자사업 중 업력이 오래된 하우스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우수운용사로 선정되기 위해선 국민연금 정시출자에 지원해 콘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이때 경쟁사를 압도할 청산 트랙레코드가 필요하다. 통상 펀드 결성 이후 청산까지는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정시출자에 지원하기 위한 청산 트랙레코드를 만들고 정시 콘테스트를 통과한 이후 결성한 펀드가 성과를 내고 청산하기까지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 이상이 넘게 소요된다. 운용성과뿐만 아니라 관리체계 등 다양한 정성적 요인을 까다롭게 본다. 웬만한 업력과 운용성과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배경이다. 실제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하우스 가운데 21세기에 설립된 운용사는 없다. 모두 2001년 이전 설립됐다.






정시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하더라도 수익률 허들을 넘기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성과보수 제외 수치를 기준으로 12%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가 수취한 수익을 모두 포함하는 그로쓰 IRR(Gross IRR) 기준으론 15% 이상을 달성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업력과 규모를 갖추고 국민연금의 출자를 받았음에도 우수운용사 자격을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국내 벤처캐피탈업계에서 공룡으로 불리며 가장 큰 규모의 AUM을 자랑하고, 수많은 투자성과를 낸 IMM인베스트먼트도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경험이 없다.

AUM 2조원이 넘는 K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프리미어파트너스도 우수운용사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했다. 1조원이 넘는 SV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DSC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SBI인베스트먼트, TS인베스트먼트 등도 아직 이 허들을 넘지 못했다.

◇신한벤처투자 선정 후 감액 사례도, SBVA는 프리패스 반납

우수운용사에 선정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출자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수시출자는 콘테스트를 거치진 않지만 정시출자보다 훨씬 더 깐깐한 잣대로 진행되는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게 VC업계의 전언이다.

실제 우수운용사로 선정됐지만 출자로 이어지지 않거나 제한적 출자만 이뤄진 사례도 있다. 신한벤처투자의 전신인 네오플럭스는 지난 2014년 국민연금으로부터 500억원의 수시출자를 받아 펀드레이징을 진행하던 중 핵심운용인력의 이탈로 출자금액이 350억원으로 삭감됐다.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는 2011년 결성한 에스비팬아시아 펀드의 운용성과를 바탕으로 우수운용사에 선정됐지만 실제 수시출자로 이어지진 않았다. 우수운용사로 선정된 이후 1년 안에 펀드 결성을 완료해야 한다. SBVA는 당시 펀드 결성보다는 운용 및 회수에 집중하던 시기라 국민연금의 프리패스를 반납했다.

IRR 기준 수익률 12%를 넘어도 우수운용사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2% 허들을 넘긴 펀드를 보유한 하우스가 여러개이고, 이들이 요청한 출자 금액이 당초 국민연금이 수시출자에 배정한 금액을 초과할 경우 수익률을 기준으로 우선 배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SV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2014 SV-성장사다리 갭 커버리지' 펀드를 청산하며 IRR 17%를 기록했지만 수시출자를 받지 못했다. SV인베스트먼트 대비 더 높은 청산 트랙레코드를 기록한 곳이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SV인베스트는 같은해 정시 콘테스트에 지원해 국민연금으로부터 출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으로 감사원으로부터 상시적 감사를 받기 때문에 수시출자에 형평성 논란이 따르는 것을 민감하게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며 “출자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 등에 대해 콘테스트를 통한 정시출자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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