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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K-금융 빌드업]강력한 관리자 MAS, 무거운 '내부통제' 과제②통제에 의해 보장되는 금융사 자율성…자체 전략·정보 교류로 내부통제 강화

싱가포르=강용규 기자공개 2024-08-07 12:39:42

[편집자주]

싱가포르는 작은 국토의 한계로 인해 제조업 육성이 쉽지 않지만 천혜의 입지 조건 덕분에 일찍부터 무역업이 발달했다. 이러한 '창구'의 역할을 금융으로 넓혀 이제 아시아 최고의 금융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이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헤드쿼터로 삼고 있다. 국내 금융사들의 진출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의 특성과 현황, 그리고 이곳에 자리한 국내 금융사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5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에서 금융당국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은 통화청(MAS)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은 물론이고 통화와 환율을 관리하는 한국은행의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한다.

막강한 권한을 지닌 당국의 관리 아래에서 영업을 지속해야 하는 만큼 내부통제는 싱가포르에 자리한 모든 금융회사들의 숙제다. 한국계 금융사들 역시 내부통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전략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MAS 통제력의 기반 '막강한 권한'

MAS는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임직원 수가 200여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기관이다. 이 인력으로 싱가포르에서 영업 중인 3000여곳의 금융사를 관리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검사의 외주'다. MAS가 정기검사의 방향성을 외부 회계법인에 통지하면 회계법인이 금융사의 검사를 대행하는 것이다.

개별 금융사가 MAS와 직접 마주할 일이 많지 않다는 것은 MAS의 존재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현지에서 일하는 한 한국계 은행 직원은 "MAS는 점포나 법인의 존속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수준의 커다란 문제 요소가 포착되지 않는 한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며 "때문에 직접 직원을 파견한다는 통지를 받으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난다"고 말했다.

MAS가 보유한 통제력의 기반은 막강한 권한이다. 금융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은 물론이고 통화발행 권한까지 보유해 경제 전반을 홀로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 이들 역시 엄벌주의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법률에 따라 통제를 받는 만큼 정경유착에 의한 금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국의 통제력이 강력하기는 하나 이 통제력은 법률과 규제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금융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네거티브 규제'의 형태로 작동한다. 부정 적발시의 처벌이 강력할 뿐 허들 자체는 낮다.

게다가 권위주의 정권이 지속되고 있어 규제의 기조가 흔들릴 여지도 적다. 금융사들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처럼 강력한 통제력은 의외로 금융사들의 활발한 영업을 떠받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최근 싱가포르 상업은행들의 보유 자산은 대체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MAS)

◇한국계 규제 대응 '따로 또 같이'

싱가포르에서 강력한 통제에 기반한 금융의 자율성을 누리기 위한 전제조건은 개별 금융사들이 자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계 금융사들 역시 내부통제의 강화를 장기적으로 지속 수행해야 하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들은 현지인을 컴플라이언스(준법) 관련 부서에 채용하는 '파격'에 나서기도 했다. 리스크 관리의 총책임자는 한국인이 담당하지만 직원들은 현지인으로 구성하는 모습이 복수의 한국계 금융사에서 나타난다. 자체적인 내부통제장치 관리에 있어 의사소통의 수준까지 균일하게 맞춰 더욱 원활하게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한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 인력이 관리를 맡고 현지 인력이 하부를 담당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며 "조직 전체가 하나로 움직여야 컴플라이언스 조직 역시 수월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기조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개별 금융사 차원을 넘어 한국계 전체 차원의 대응 역시 이뤄지고 있다. 현지 금융인들의 모임을 통해 규제의 내용과 대처 방안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해마다 주싱가포르대사관 주관으로 개최되는 '싱가포르 금융인의 밤' 행사가 대표적 모임이다.

한 한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MAS의 규제는 금융권 공통의 규제도 있지만 업권별로 세분화된 규제들도 있다" 며 "싱가포르에 진출한 금융사들의 리더들은 국적별 모임뿐만 아니라 업권별 행사를 통해서도 규제 대응 솔루션을 공유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다양한 길을 모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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