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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상장주식 투자 전문가 라쿤운용 홍진채 대표롱온리-롱숏 함께 구사…연평균 두자릿수 성과

조영진 기자공개 2024-08-12 07:38:36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6: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주식 투자로 올해 상반기 눈도장을 찍은 헤지펀드 하우스가 있다. 상반기 30.7%의 수익률로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 전략 7위에 오른 라쿤자산운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PEF 전략을 가미한 얼라인파트너스와 글로벌주식에 투자해 성과를 낸 토러스운용을 제외하면, 국내 상장주식으로는 VIP운용과 라쿤운용, 현대운용만이 30%대 수익률을 거둔 상황이다.

라쿤자산운용 하우스 대표펀드인 '라쿤 agile 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 1호'는 지난 2017년 4월 최초설정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183.4%의 누적 성과를 기록중이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멀티 매니저 체제의 주축인 홍진채 대표가 있다.

◇성장 스토리: 평생의 부업으로 삼으려던 투자, 본업이 되다

1982년생인 홍 대표가 운용업계에 처음 발을 들인 때는 지난 2007년 대학교 마지막 학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학사 졸업을 앞둔 그는 교내 투자연구회인 스믹(SMIC)의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회생활 1순위는 운용업계가 아니었다.

투자란 경제활동을 위한 직업이라기 보다는 평생의 부업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교내 활동도 운용업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 아닌 오롯이 열정과 흥미로 시작했다. 그해 겨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입사를 지원한 것도 당시 이채원 CIO(최고투자책임자)를 향한 호기심과 존경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공채 1기에 덜컥 합격해 업무를 수행하고 나서야 홍 대표는 투자를 본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2007년 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입사한 그는 2016년 퇴사하는 순간까지도 여러 섹터에 대한 리서치를 투자업무와 병행하며 상장주식 펀드 매니저로서 역량을 쌓는 데 매진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훗날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가치투자로 정형화된 하우스 투자철학은 그와 다소 맞지 않았지만 모든 것들에 배움이 존재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근무하며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사고방식과 글로벌 거시경제의 흐름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이를 활용해 투자후보군을 걸러낼 때 쓰는 '네거티브 스크리닝'의 판단기준을 더욱 다양하게 꾸릴 수 있었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나온 2016년은 홍 대표가 만 34살에 접어든 때다. 2003년부터 주식투자를 해온 그는 10년 이상의 구력이 쌓인 시점에서 자신만의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일들을 펼칠 에너지는 아직 충분했고 재직 당시 쌓은 트랙레코드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었다.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만 있다면 퇴사는 그리 어려운 선택이 아니었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특정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투자

홍진채 대표가 라쿤파트너스로 홀로서기에 나선 것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퇴사한 직후다. 그는 이듬해인 2017년 2월 일반사모집합투자업을 등록하고 라쿤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에도 명패에 특정 투자철학을 새기지 않았다. 고착화된 투자스타일이 펀드 운용성과에 악영향을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명에 라쿤이 들어간 것도 이 같은 마음으로부터 비롯됐다. 영리하고 민첩한 동물로 꼽히는 라쿤은 시장상황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라쿤자산운용과 여러모로 닮아 있다. 라쿤자산운용이 특정 환경에서만 유의미한 몇몇 철학과 원칙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홍 대표는 "개인적으로 투자철학이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투자란 자욱한 안개 속에서 그저 하나씩 더듬어 짚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특정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 겸손한 자세로 이 과정을 반복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수익률을 제고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보다 하우스 투자철학이 앞서면 여러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며 "특정 아이디어에 몰두해 과한 비중을 구성하려 하지 않고, 여러 요소들을 검증해 결론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만 투자를 집행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한투밸류 책임운용펀드 8년간 103% 성과

홍 대표의 이러한 자세는 첫 직장에서부터 준수한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투자밸류 시절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펀드'의 책임 매니저를 맡은 그는 2008년 5월부터 퇴사하던 2016년 5월까지 약 102.6%의 누적수익률을 달성했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4.8%)을 훌쩍 웃돈 성과다.

준수한 운용성과에 기관의 뭉칫돈을 맡아 운용하게 됐다. 당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은행, 보험사 등 여러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을 유치해 수조원에 육박했다. 이 중 채권형 자산을 제외하고 홍 대표가 맡은 순수주식형 자산규모만 약 3000억원에 달했다.

부책임 매니저로는 더 큰 자산을 관리했다. 지난 2015년 1조6000억원 규모에 육박한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등 굵직굵직한 주식형 펀드들을 당시 이채원 최고투자책임자 외 팀원들과 함께 관리했다. 지난 2015년 고점을 찍은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6년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현재 2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트랙레코드2: '라쿤Agile1호' 누적 수익률 200% 육박…코스피 압도

일반사모운용사 설립 직후 결성한 1호 펀드의 성과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최초설정된 '라쿤 Agile 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1호'는 올해 6월 말 기준 183.4%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26.9%)을 크게 제친 성과다. 유연한 투자를 중요시하는 라쿤자산운용답게 민첩하다는 뜻의 'agile'을 펀드명에 기재했다.

더벨 헤지펀드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라쿤 Agile 일반사모증권투자신탁1호'는 올해 상반기 수익률 30.7%로 롱바이어스드 전략 상위 7위에 랭크됐다. 63개 롱바이어스드 헤지펀드(설정액 100억원 이상, 설정기간 1년 이상)의 단순평균 수익률(14.4%)을 2배 이상 웃돈 성과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약 17.8%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펀드는 펀더멘털 롱숏 및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구사하며 멀티 매니저 체제로 운용된다. 각 운용역이 판단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와 마켓 타이밍을 반영하는 데 주력하며, 집단지성으로 단일 매니저 리스크를 축소하고 시장환경에 유연히 대응하려 하는 게 주요 특징이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상호 신뢰관계 구축, 고객과 장기동행"

준수한 운용성과에도 라쿤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500억원 남짓이다. 운용 중인 펀드도 Agile 시리즈 4개와 Gene, Chang 등 도합 6개로 한정해 성과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홍 대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보다는 본 업무인 운용에 집중, 이와 뜻이 일치하는 고객과 장기 동행하길 바라고 있다.

홍 대표는 "순자산총액에 급격한 변동을 줄 수 있는 마케팅 및 펀드레이징에 치중하기보다는 운용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성과를 제고, 기존 고객들에게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돌려드리고 싶다"며 "하우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운용에만 집중해도 복리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우스 출범 이후 현재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상장주식 투자에만 매진하겠다는 것 또한 부수적인 업무에 힘을 쓰지 않기 위해서다. 가령 메자닌 투자의 경우 발행사, 주관사 등과 긴밀히 소통해야 하고 펀드가 청산절차를 밟고 나면 앞선 절차를 계속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상호 신뢰관계가 구축된 고객과 장기동행하는 데 주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신뢰는 기본적으로 시간의 함수라고 생각한다"며 "빈번한 자금유출입은 서로에게 좋지 않으므로 결국 운용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한편 운용역량을 결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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