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불황 속 호실적 낸 비결은 업황 악화에도 수익성 '날개'…영업 전략 변화·리스크관리 '주효'
서하나 기자공개 2024-08-09 07:45:1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거둔 데 이어 상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능동적인 영업 범위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 기반 마련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 도입 등이 맞물린 성과다. 건설경기 악화 속에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뒤 여러 방면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변화의 주역은 지난해 취임한 김종서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직무대행)이다. 김 이사장은 곧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025년 자산 1조5000억원, 자산총이익률(ROA) 3% 당기순이익 450억원 등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업황 악화 속 '역대 최고 실적'…방위·항공우주 저변 넓혀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상반기 2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 166억원 대비 약 32.5%(54억원)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으로 325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수익을 거둔데 이어 또 다시 수익성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단순 추산했을 때 연간 4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하반기 대급금 지급 증가분 등을 고려해 100억원 정도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건설 업계의 업황 악화를 감안하면 상당히 주목할 만한 성장세다.
총자산도 꾸준히 불었다. 2022년 말 처음으로 자산 규모 1조원을 넘겼고 2024년 상반기 말 기준 1조2304억원까지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6.7%(770억원) 늘어났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에 따르면 전통적인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발굴한 일이 주효했다. 그동안 공제조합이 기존에 찾아오는 조합원사를 대상으로 보증을 발급해 수익을 내왔던 것과 달리 선제적으로 조합원사를 확보하기 위해 방위산업·항공우주 등으로 저변을 넓혔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화이바,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신규 합류했다.
김 이사장(사진)은 "기관의 보증 대상은 건설산업 기본법상 '기계공사'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선제되어야 하는데 방위 산업 보증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 국내 유명한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법적인 검토를 마쳤다"며 "전차(탱크), 우주선, 항공기 등에도 모두 냉난방 설비 등 기계장치가 들어가는 만큼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는 '기계공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방식 변경과 경영 효율화 등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의 비결이 됐다. 확정형과 수익형으로 구성된 투자자산 배분율을 조정해 수익성을 키웠다. 공제회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인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전문가 2인을 배치하기도 했다. 오피스 재배치 등을 통해 한 달 3500만원, 1년에 4억2000만원에 이르는 고정비(임대료)도 절감했다.
◇'언더라이팅·셀프보증 도입'…수익 창출+리스크 관리 비결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4년 연속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올초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지난해 말 태영건설의 부도 사태가 드러나면서 자칫 대형업체들의 부도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장기적인 리스크 대응을 목적으로 법무실 중심의 '리스크관리대책반'을 꾸리고 꾸준히 업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언더라이팅(Underwriting) 보증심사 제도도 비상경영제체의 일환이다. 언더라이팅은 보증사가 가입 희망자의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심사로, 종합적 리스크 검토를 통해 보증인수를 거부하거나 담보제공 등 별도의 신용보강 조건을 제시하는 게 목적이다. 예를 들면 자산의 변동이 클 경우 심사를 제한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보증 신청 건을 특별 심사하는 등이다. 월평균 30여개사 정도를 대상으로 언더라이팅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 보증기관 최초로 셀프 보증 시스템도 도입했다. 2000만원 이하의 보증 건에 대해 조합원 심사를 건너 뛰고 공제회에서 바로 승인을 해주는 제도다. 기존엔 조합원이 보증을 신청하면 조합원 심사를 거친 뒤 공제회에서 보증을 제공했다. 불필요한 심사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단 취지다. 비용 절감 뿐 아니라 확보한 시간을 고액 보증이나 리스크가 큰 보증건을 검토하는 데 쓸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게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측 설명이다.
조합원과 소통 강화로 시기적절한 상품을 내놓은 것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반기 시공책임 의무를 보증하는 '시공보증', 금융기관 상환채무를 부담하는 '대출보증'을 신설했다. 지난 6월엔 중대재해배상책임공제, 생산물배상책임공제 등 두 가지를 신설해 호응을 얻었다. 하반기 중엔 건설현장 가설기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대여금 지불을 담보하는 '기설기자재대금지급보증' 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곧 취임 1주년을 앞두고 2025년까지 자산 1조5000억원, ROA 3% 당기순이익 450억원의 포부를 담은 'Appointment 2025' 경영전략을 선포했다. 대외 환경의 변화 등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신규 상품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과 리스크 관리 등에 힘쓰면 못해낼 것도 아니란 자신감을 보였다.
김 이사장은 "조합은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조합원의 우산을 뺏는 게 아니라 비가 올 때 우산을 씌워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며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 '작지만 강한 조직'이 되어 조합원과 상생 경영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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