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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호텔사업 점검]M&A로 세운 '호텔·리조트 왕국' 연대기①국내외 호텔·리조트 대거 인수, 유동성 위기 후 효율화 거쳐

변세영 기자공개 2024-08-12 07:51:02

[편집자주]

패션부터 리테일, 식음에 이르는 다방면의 사업을 전개하는 유통 공룡 이랜드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호텔·리조트와 레저사업을 낙점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 매스티지 숙박을 중심으로 운영해 온 사업 틀을 깨고 ‘그랜드켄싱턴’이라는 프리미엄 라인을 론칭해 2막을 열겠다는 포부다. 더벨은 이랜드그룹 호텔·리조트 사업 히스토리와 현 경영 상황, 앞으로의 과제 등을 폭넓게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랜드그룹은 1980년 9월 이화여대 앞 작은 보세 옷가게로 시작해 자산규모 1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곳이다. 이러한 이랜드그룹의 역사를 논할 때 인수합병(M&A) 스토리는 빠질 수 없는 요소다. 뉴코아백화점, 한국까르푸, 우방랜드 등 하나하나 열거가 어려울 만큼 많은 M&A가 이뤄졌다.

이랜드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호텔과 레저 부문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설악산에 위치한 호텔을 인수하면서 숙박업에 진출한 이랜드그룹은 이후 국내외에 연달아 크고 작은 호텔·리조트를 품으며 국내 18개, 해외 3개를 포함해 20개가 넘는 대형 체인망을 완성했다.

◇1995년 설악호텔 인수로 신사업 진출, 경영난 업체 대거 사들여

이랜드그룹은 1995년 설악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호텔 뉴설악을 인수하며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호텔 뉴설악은 1979년 개관 이래로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다가 대우그룹과 논노그룹 등을 거쳤다. 논노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경매를 통해 이랜드가 인수했다. 현재 ‘켄싱턴 설악’으로 운영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켄싱턴호텔 설악

'켄싱턴'(Kensington)‘은 영국 찰스 왕세자(현 국왕)와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이 살던 궁 이름이다. 유럽풍 클래식한 분위기를 콘셉트로 내세워 ‘켄싱턴’이라는 이름을 도입한 것이다.

2006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체인망이 늘어나게 된다. 호텔 위주 사업에서 리조트로 영역을 확대한 것도 이 시점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하일라콘도(법인명 삼립개발)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하일라콘도가 보유했던 고성밸리, 경주, 제주도 마리나(한림) 등 5곳을 한꺼번에 품는 계기가 됐다.

현재 이랜드파크의 본사가 위치한 고성은 삼립개발의 본거지다. 이랜드가 호텔업에 뛰어든 건 1996년이지만 이랜드파크 설립일이 1982년으로 공시되는 것은 삼립개발이 출범한 시점이 1982년이라서다.

이랜드는 주로 경영난을 겪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 제대로 된 운영이 어려운 호텔과 리조트를 업체를 ‘헐값’에 인수하는 방식의 M&A 전략을 택했다. 직접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리기보다는 알짜배기 부지에 위치한 호텔이 매물로 나오면 놓치지 않고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국립공원 등 현재로서는 막대한 돈을 주고도 신규 호텔을 세우기 어려운 금싸라기 부지에 이랜드가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후 2009년 또 한 번 인수합병을 단행했다. 한국 콘도미니엄 역사의 시초로 불리는 한국콘도(6곳) 인수하면서 국내 톱3에 드는 리조트 기업으로 거듭났다. 오랜 역사를 갖는 대명리조트와 한화호텔앤리조트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덩치를 갖게 된 것이다.

◇가파른 성장 이면 '부채비율 급증', 혹독한 체질개선 거쳐

2012년을 기점으로는 해외로 뻗어나갔다. 중국 계림 쉐라톤 호텔을 포함해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사이판, PIC사이판, 코럴오션리조트사이판 3곳을 인수해 글로벌 호텔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2014년 서귀포와 청평에서 리조트를 운영하는 풍림리조트 인수하고 2015년 도고와 해운대에 사업장을 둔 글로리콘도를 차례로 합병했다. 공사가 중단돼 있던 제주 중문단지의 옛 서라벌호텔을 사들여 2014년 켄싱턴제주호텔로 오픈하기도 했다.

당시 호텔과 리조트 사업을 진두지휘한 건 박성경 이랜드그룹 전 부회장이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이랜드 입사한 박 전 부회장은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부회장직을 맡으며 박성수 회장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특히 패션과 호텔사업에 애정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부회장 체제에서 이랜드파크는 2020년까지 호텔·레저사업을 육성해 150개 지점을 갖춘 세계 10대 글로벌 호텔·레저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을 정도다. 이후 박 부회장은 2019년을 기점으로 퇴진해 2022년까지 이랜드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이 같은 광폭 M&A는 매출로 귀결됐다. 이랜드파크의 매출액은 호텔과 외식사업 호황으로 지난 2010년 608억원에서 2014년 5890억원, 2016년에는 8054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문제는 투자 후유증으로 재무상황도 동시에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랜드파크 부채비율은 2016년 379%, 2018년에는 396%로 400%에 육박했다. 실제 이랜드그룹이 재무구조 악화로 2017년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유동성 위기를 겪은 배경에는 이랜드파크의 무리한 M&A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후 이랜드파크는 이랜드월드 등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고 2019년 7월 외식사업 부문을 이랜드이츠로 분할하고 차입금을 이관하는 등 혹독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거쳐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랜드그룹은 경영이 어려운 호텔이나 리조트를 사들이며 빠르게 덩치를 키웠는데 그러다 보니 시설이 낡은 게 한계로 거론된다”면서 “그룹차원에서 신규 출점과 기존 시설 리모델링 등 자금이 소요될 곳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적절히 배분하느냐가 호텔사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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