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삼양그룹 바이오는 지금]DDS 원천 폴리머 고도화 30년 역량, 이유있는 mRNA 도전⑤이영준 대표 "고성장 mRNA서 핵심 떠오른 DDS, LNP 대비 차별화 SENS"
차지현 기자공개 2024-08-12 09:49:29
[편집자주]
삼양그룹이 의약사업을 한 건 100년 역사 속 무려 30여년이나 된다. 그만큼 오랜시간 중요하게 추진하던 사업이지만 유통 및 화학사업에 가려져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신성장 동력이라는 명분 하에 확장전략이 분명해지면서 업계도 주목한다. 미용성형, 위탁개발생산(CDMO)부터 신약개발 영역까지 도전장을 내민 삼양그룹의 바이오 사업을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8: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은 코로나19가 낳은 최고의 스타였다. mRNA의 개념이 나온 건 1990년대, 빠른 개발 속도와 확장성이 강점으로 부각되며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전달체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30년 간 상용화되지 못했다.'그림의 떡'이었던 mRNA 백신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든 게 약물전달시스템(DDS)이다. 그동안 연구개발(R&D) 단계에만 머물러 있던 기술이 지질나노입자(LNP)라는 DDS를 만나면서 팬데믹 시기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한 게임체인저가 됐다.
이미 30여년 넘게 DDS 개발에 몰두해 온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삼양그룹. 자체개발 DDS 플랫폼을 앞세워 mRNA 의약품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벨은 이영준 삼양홀딩스 대표이사 겸 바이오팜그룹장을 만나 삼양그룹 의약바이오 사업의 비전과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의사 출신 경영인이 보는 바이오 핵심은 '플랫폼', 'DDS 명가' 삼양
의사 출신 전문경영인 이 대표는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동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에임메드 대표이사, 제넥신 부사장 및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을 역임한 전문가다. 2021년 말 삼양그룹에 합류하고 의약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20여년 간 바이오 업계에 몸담은 그가 바이오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건 '플랫폼'이다. 신약개발은 모든 바이오 기업의 꿈이지만 리스크가 상당하다. 이와 달리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다.
특정 약물 또는 적응증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기에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 기술수출 성과를 올릴 수도 있다.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국내서 돈 버는 바이오텍 반열에 오른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알테오젠 등이 모두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빅파마 수준의 신약개발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려운 국내 기업은 플랫폼 기술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이 대표는 삼양그룹을 '폴리머 맛집'이라는 두 단어로 정의했다. 플랫폼 일종인 DDS의 원천이 되는 기술이다. 1950년대부터 제당 사업, 화학섬유 사업 등을 영위하면서 분자가 중합해 생기는 화합물인 폴리머 기술을 고도화했다.
이 기술을 의약바이오 분야에 적용해 세 가지 DDS 플랫폼을 개발해냈다. △폴리머릭 미셀 (Polymeric micelle·PM) △고분자 나노 입자(Polymeric nanoparticle·PNP) △센스(Stability Enhanced Nano Shells·SENS)이 해당한다. 현재 삼양그룹의 DDS 기술력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삼양그룹은 처음 의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했을 시기부터 DDS 연구에 역량을 집중해왔다"며 "30여년이 지난 지금 DDS는 삼양홀딩스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이제 막 개화한 고성장 mRNA 시장, 반드시 필요한 DDS '센스'
플랫폼을 활용한 삼양그룹의 사업모델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자체개발 DDS 플랫폼을 기술수출하는 전략을 가장 우선순위에 둔다. 외부 업체와 협업해 공동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방안도 병행한다. 궁극적으로는 DDS 플랫폼과 신약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전부 내재화해 자체 신약을 개발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사실 신약개발은 삼양그룹의 오랜 꿈이었다. 그동안 DDS를 포함해 항암제, 봉합사 등을 중심으로 의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해왔지만 신약의 끈을 놓진 않았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과 손을 잡고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는 등 꽤 공을 들이기도 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신약개발의 방향성은 유전자 치료제, 이 중에서도 mRNA 치료제로 좁혀졌다. 수많은 기전 가운데 삼양그룹이 mRNA 치료제를 꼽은 건 시장성 그리고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원천이 됐다. 결국 삼양그룹이 보유한 DDS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도 연결된다.
먼저 mRNA 백신은 코로나19 이전까진 상용화된 적이 없는 차세대 기술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시장이 열렸고 향후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대부분 질환은 유전자 이상에서 생기기 때문에 유전자 이상을 정상화할 수 있다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지만 기술력, 정책 등으로 이제껏 확산되지 못했는데 팬데믹을 기점으로 규제 등이 대폭 완화됐고 결과적으로 mRNA 시장이 개화했다"고 했다.
특히 mRNA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DDS다. mRNA 분자는 불안정한 데다 세포 크기가 커서 세포막을 통과하기 어렵다. 인체 내 효소에 의해서도 쉽게 분해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mRNA 치료제가 대중화될 수 없던 이유가 mRNA 분자를 안정적으로 세포 내부로 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에선 LNP가 DDS 역할을 했다. 삼양그룹은 센스 플랫폼이 차세대 mRNA 치료제 개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작용이나 제조 측면에서 센스 플랫폼이 LNP 대비 명확한 장점을 가진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LNP의 경우 정맥주사 시 주로 간세포로 몰려가는데 간에 반복 투여 시 독성이 된다"면서 "간 독성 우려가 있기에 반복해서 많이 투여할 수 없고 사용가능한 적응증 범위도 좁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센스 플랫폼은 생체에 적합한 폴리머를 사용하기에 독성도 없고 몸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며 "간, 폐, 비장 등 질환이 있는 특정 장기에 반복 투여해도 안전하게 약물을 전달하고 효능을 유지할 수 있어 만성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합하다"고도 했다.
계약 조건에 따라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이지만 이른 시일 내 기술수출 등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했다. 삼양그룹은 최근 mRNA 시장에서 부쩍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세계 각국서 열리는 mRNA 콘퍼런스 등에 참가하는 건 물론 LG화학 등 국내외 기업과 적극적인 파트너링을 맺고 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 대표는 mRNA 치료제 개발이 삼양그룹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그가 의대 졸업 후 한참 트레이닝을 받던 1990년대는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던 시기였다. 당시 유전자로 병을 진단하고 병의 원인을 찾으면서 큰 희열을 느꼈고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품었던 적이 있었다.
이 대표는 "나의 꿈으로 끝나면 개인의 인생사에 불과하지만 개인의 소망과 사업의 목표가 맞아 떨어지면 분명 시너지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랜 노하우가 쌓여 탄생한 삼양그룹의 DDS를 바탕으로 한 mRNA 치료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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