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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ard Keyword]삼성전자, 이사회 최다 키워드는 '출연'…No.1 기업의 '숙명'2021년~2024년 상반기 의안 140건 분석…'출연' 17회 최다 언급, '기부금'도 11건

박동우 기자공개 2024-09-20 08:15:18

[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0: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핵심가치 중 하나가 '정도경영'이다. 세계 초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른 만큼 재계 모범으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녹아들었다.

이사회 역시 '투명성'을 제고하는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 조치가 10억원 넘는 기부와 자금 출연 건에 대한 이사회 승인 의무제다. 후원금과 기금에 대한 사안을 이사회가 반드시 심의하도록 하면서 자금 집행 신뢰도를 향상하는데 일조했다.

2021년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 140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출연'(17회)으로 나타난 배경이다. '기부금' 역시 11회 등장하며 상위 키워드에 올랐다.

다만 재계에선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이 이사회 안건 키워드에 담겨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및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이다. 투자와 기술이란 키워드 대신 출연과 기부금이 더 많이 언급됐다는 것은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정치사회적 시선과도 연관이 있다.

◇'10억 이상 집행' 이사회 승인 의무제 영향

2021년 이래 올 상반기까지 3년 6개월 동안 삼성전자 이사회가 처리한 의안 140건을 살펴보면 단연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가 '출연'이다. 총 17회로 집계됐는데 매년 2월에 처리한 '학교법인 충남삼성학원 후원금 출연'과 4월마다 정기적으로 의결한 'DS부문 우수협력사 인센티브 기금 출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부금' 역시 11회 언급되며 등장빈도 상위 단어에 올랐다. 작년 11월 희망2024 나눔 캠페인 기부금 출연, 삼성 글로벌 골즈(Samsung Global Goals) 기부금 출연 의안을 비롯해 2023년 7월에 처리한 사회공헌 기부금 출연 등의 안건이 돋보인다. 10위권에 든 키워드로는 1위 '출연'과 8위 '기부금' 외에도 △위원(14회) △사외이사(13회) △운영실태·내부회계관리제도·가입(각 12회) △삼성(11회) △이사·사내이사(각 10회)가 포진했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자금 출연과 기부 의제를 심의하는데 힘쏟는 건 준법경영 기조와 맞물렸다. 2017년 2월 이래 삼성전자는 10억원 이상을 기부·후원·출연하거나 사회공헌 기금을 지출할 경우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있다. 자기자본의 0.5%가 넘는 기부금에 한정해 이사회가 금액 집행 여부를 결정했던 과거 조치와 견줘보면 이사회 차원의 감독 범위가 넓어졌다.


당시 삼성전자 이사회가 심의 권한을 강화한 건 미르·K스포츠재단 후원 논란과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취지와 맞닿아 있었다. 2015년 삼성전자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했는데 이듬해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 최서원(본명 최순실)씨가 재단 설립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지며 물의를 빚었다.

자연스레 금액 집행을 한층 정밀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사회 의결 대상을 확대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가 첫 발을 뗀 '10억원 이상 후원금 이사회 의결 의무화' 조치는 기업 경영 투명성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도 뒤이어 이사회 승인 의무제를 도입하는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된 점이 방증한다.

◇'준법' 키워드 빈번하게 거론, 준감위 안건 7회 등장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삼성전자 이사회의 관심사는 '준법'을 둘러싼 키워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7차례에 걸쳐 거론됐고 △준법통제체제 △준법점검 △준법문화 등의 단어는 각각 3회 등장했다. 준법과 관련된 안건 면면을 살피면 준감위원 위촉, 준감위 규정 개정, 준법통제체제 유효성 평가 결과 보고, 준법문화 구축 방안 보고 등이 존재한다.


준감위가 출범한 시점은 2020년 2월이다. 당시 이재용 회장이 '준법경영'을 선언하면서 발족한 외부 독립조직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7개사의 법규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준법 감시 제도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권고사항을 제시하는 역할도 부여됐다.

현재 준감위에 몸담은 인물은 7인으로 법조계, 학계, 경영인, 언론인 출신 인사가 포진했다. 이찬희 법무법인 율촌 고문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2022년 부임해 올 1월 연임에 성공했는데 임기는 2026년 2월까지다. 이외에도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원숙연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윤성혜 전 경찰청 사이버안전과장, 한승환 삼성생명공익재단 대표, 홍은주 전 문화방송(MBC) 논설실장이 위원으로 위촉됐다.


단순히 위원회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법령 준수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투명경영 실효성을 증진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발간한 2024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 부패 방지 분야의 주요 법령 위반 행위를 유형화하고 발생 가능성과 영향도를 분석해 핵심 위험을 선정한다"며 "회사의 준법 통제 체제가 관련 규정에 부합하게 운영됐는지 평가하고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다"고 기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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