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rd Keyword]코오롱글로벌 이사진 화두 떠오른 '재무구조 개선''부동산 매각' 14년 만에 재등장…경영위 안건 '약정변경·만기연장' 상위빈도
박동우 기자공개 2024-11-18 08:14:44
[편집자주]
이사회 의안에는 인사부터 재무, 투자, 사회공헌, 내부통제 등 기업 경영을 둘러싼 다양한 주제가 반영돼 있다. 안건 명칭에 담긴 키워드를 살피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경영진의 관심사, 사업 방향성이 드러난다. THE CFO는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명칭 속 단어 빈도를 분석하고 핵심 키워드와 기업의 관계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13일 15:0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오롱그룹 산하 건설 계열사 코오롱글로벌 이사진의 화두로 '재무건전성'이 떠올랐다. 2010년 이후 14년 만에 '부동산 매각' 키워드가 안건에 다시 등장한 대목이 방증한다. 최근 이사회는 서초스포렉스 토지와 건물을 4300억원에 처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이사회 산하 경영위원회 안건 키워드에도 부동산 경기변동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대두된 2022년 일시적으로 '신축공사'를 기재한 의안 수가 급감했다. 건설 경기 침체가 한층 심화된 작년과 올해에는 대출약정 '변경'이나 만기 '연장'과 같은 키워드가 상위 키워드에 등재됐다.
◇'서초스포렉스 처분' 유동성 확충 방편
코오롱글로벌은 이달 12일 이사회를 열고 '부동산 매각 및 임대차 계약 체결의 건'을 가결했다. 서울 강남에 자리잡은 복합 스포츠 시설 서초스포렉스 부지와 건물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넘기는 내용이 골자다. 처분을 계기로 현금 4301억원이 사내로 유입되는데 이사회 의사록에는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의안을 상정했다"며 "거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는 내용이 기재됐다.
이사회 의안에서 부동산 매각을 둘러싼 키워드가 등장한 건 2010년 11월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코오롱글로벌(옛 코오롱건설)은 경기도 과천 코오롱타워 본관 지분 20% 일체를 지주사 코오롱으로 넘겼다. 거래를 계기로 코오롱글로벌은 180억원을 확보했고 주택 미분양 여파로 자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빠듯해진 유동성을 보강하는데 일조했다.
이사회가 14년 만에 부동산 처분 방안을 다시 꺼내든 근간에는 코오롱글로벌의 경영 사정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05억원, 순손실 965억원을 시현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적자 전환했다. 전체 차입잔액이 2023년 6월 말 7088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1조4285억원으로 1년새 2배 넘게 불어났다.
코오롱글로벌이 수익성 악화와 재무구조 불안을 겪는데 건설경기 부진이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회사가 영위하는 △건설 △상사 △스포츠·레저시설 운영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등 4개 사업부문 중에서 단연 실적 기여도가 큰 영역이 건설 분야다. 올 상반기 매출 1조4988억원 가운데 건설계약매출이 1조2827억원으로 전체의 85.6%를 차지하는 대목이 방증한다.
◇경영위, 6년간 360여건 심의 '대출' 언급 1위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건설사업 부침은 경영위원회 안건 키워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영위원회는 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면서 의사결정 신속성을 향상하고 효율성을 끌어올리는데 목적을 둔 기구다. 위원장을 맡은 김정일 대표를 필두로 조현철 건축본부장, 전략기획본부를 총괄하는 박문희 부사장 등 사내이사 3인방이 경영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경영위에서 의결하는 안건은 대부분 건설부문에서 수주한 공사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2019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6년에 걸쳐 경영위에 상정된 의안은 361건이다. 승인·체결·계약 등의 일반적 용어를 제외할 경우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가 '대출'로 총 65회 관찰됐다. 이외에도 △연장(46회) △중도금(40회) △지역주택조합(37회) △연대보증(36회) △여신(35회) 등의 단어가 상위 빈도를 형성했다.
여러 키워드 가운데 '신축공사' 키워드가 기재된 안건 수의 변화가 눈길을 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신축공사가 명시된 의안이 각 3건에 그쳤으나 부동산 호황이 정점에 달했던 2021년에는 7건까지 늘었다. 하지만 2022년 레고랜드 사태와 맞물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촉발된 영향으로 신축공사 의안은 2건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의 경우 대출약정의 뒤를 이어 '변경'이 2위를 기록했다. 한 해 동안 의결한 49건 가운데 8건이 해당됐다. △광주도척물류센터 개발사업 △부산 사직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 △대전 봉명동 오피스텔 개발사업 등의 대출약정을 바꾼 사례가 대표적이다. 책임준공 기한을 늦추거나 사업비 대출을 둘러싼 시공사 연대보증 기간을 늘리는 등의 내용이 반영됐다.
올 상반기 들어서는 대출(9회)에 이어 '연장'(7회)이 두번째로 많이 언급됐다. 2월에 가결된 우리은행 담보여신 만기 연장 의안, 3월에 의결한 사직 하늘채 리첸시아 중도금 대출 만기 연장 안건, 4월에 상정한 하나은행 여신 한도 만기 연장안 등이 여기에 부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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