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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밸류업 촉진의 아쉬움 [thebell note]

강용규 기자공개 2024-10-11 13:17:54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8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와 당국, 거래소가 내놓은 '밸류업 지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보험업종에서는 생보사들이 모두 빠지고 손보사만 3곳이 포함되는 종목 선정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보험사들의 준비 역시 투자자들에 아쉬움을 안겼다.

여러 금융사들이 앞다퉈 밸류업 계획을 내놓는 가운데 유독 보험사들은 계획을 수립 및 발표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들의 밸류업 계획을 촉진하기 위한 당국의 정책적 안배 역시 미진하다는 점이다.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계약이 한꺼번에 해지될 경우에 대비하는 법정 준비금 '해약환급금준비금'을 별도로 적립하는 중이다. 이 해약환급금준비금의 부담이 올들어 보험사 주주환원 재원 확보에 치명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해상의 경우 상반기 8330억원의 순이익을 벌어들였지만 이 중 7963억원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쌓았을 정도다.

당국은 자본적정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200%를 상회하는 보험사에 한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주주환원 촉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 정책은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개 상장 보험사 중 지급여력비율이 200%를 웃도는 곳은 삼성화재·DB손보·삼성생명 등 3곳뿐이며 이들은 이미 충분한 배당가능이익을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비과세 대상인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줄고 과세 대상인 배당가능이익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3사의 법인세 부담만 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이 보험사 밸류업을 저해하는 사례는 신성장동력 발굴 분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등 보험업을 둘러싼 환경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회사 설립은 보험업법에 의해 진출 업종이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다.

그 사이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보험사를 설립하거나(카카오페이손보) 네이버 등 플랫폼기업이 보험업에 진출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들은 본래 가지고 있던 파이마저 외부로부터 온 플레이어에 나눠주는 형국이다.

밸류업은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시장의 정상화 프로그램이며 주가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반영한다. KRX 보험지수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에 형성돼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보험업의 미래를 현 자산가치의 절반 수준으로밖에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업은 주주환원 등 저평가된 가치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 발굴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서라도 투자자들을 유인해야 밸류업이 가능한 업종이다. 보험업계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책적 안배 역시 중요한 상황에서 '헛발질'만 반복되는 당국의 움직임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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