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중간배당 실험]'밸류업 프로그램' 동참 유도...증권사 '안 따라오네'②기업가치제고 공시 참여율 미미…적극적 세제혜택 등 유인책 필요 시각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07 08:14:31
[편집자주]
한국거래소 이사회가 2005년 1월 설립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중간배당은 선진화된 주주친화정책으로 여겨지지만, 국내에선 아직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일부만 실시하고 있다. 거래소가 모범을 보이며 상장사들에게 밸류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거래소가 배당을 확대하기 위해선 수익원 확보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거래소의 배당 전략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과 거래소의 향후 계획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30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스로 '중간배당'까지 실시해봤지만 막상 주요 주주인 증권사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거래소가 주문해왔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증권사는 아직 4곳 뿐이다. 밸류업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안내 계획도 공시하지 않은 증권사가 대다수인 셈이다.일각에선 거래소가 보다 더 실질적인 유인책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변동성이 큰 증권업 고유 특성상 자기자본익률(ROE)나 주주환원율 등 핵심 제고 계획을 현 수준보다 높게 책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증권사들 입장에선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크지 않는 한 배당 계획을 크게 늘려잡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시 증권사 4곳 뿐…밸류업지수 실효성 있나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DB금융투자 등 4곳 뿐이다. NH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일찍이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으며 DB금융투자는 이달 5일 중소형사 중에선 처음으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계획을 자율 공시했다.
지난 5월 정부가 밸류업 정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참여율은 미미한 상태다. 물론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 자체가 적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참여율만 저조하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까지 DB하이텍, 현대차, 신한금융지주회사, 메리츠금융지주 등 30곳이 채 안되는 기업 정도만 참여한 상태라서다.
다만 거래소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중간배당'까지 실시하며 참여를 독려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거래소는 지난 10일 주당 3000원의 중간배당(577억원)을 결정했다. 2005년 1월 설립된 이후 처음 실시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꾸준히 배당을 확대해온 결과, 배당률도 2019년 2.1%에서 작년 3.4%까지 늘어났다.
지난달에도 삼성전자, SK, LG, POSCO홀딩스 등 10대 그룹 상장사 재무 담당자들을 불러 호소한 바 있지만, 사실상 실질적인 지원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에게 더 강력한 당근책을 부여했다는 평가다.
거래소 입장에선 주주인 증권사가 밸류업프로그램 추진 과정에서 믿을 만한 우군이기도 했다. 작년 말 기준 증권사 등 30개 금융투자업자가 86.10%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거래소의 밸류업 지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가 1차 공시한 밸류업 지수에는 상장사 100여곳이 포함됐는데, 직전까지 공시를 낸 기업은 금융사, 비금융사 합쳐 30곳도 채 안된다. 사실상 밸류업 공시를 안 한 기업들로 지수를 꾸리게 되는거나 마찬가지라 밸류업 지수가 힘을 받긴 어렵다는 평가다.
◇변동성 높은 업종 특성…ROE 개선·주주환원율 공시 어려워
일각에선 거래소의 중간배당이란 유인책이 증권사에게 그리 실효성 있는 당근책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선 워낙에 변동성이 큰 비즈니스라 실적도 들쭉날쭉할 뿐 더러 미리 주주환원책을 공시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제조업 회사가 한해의 주주환원 계획을 미리 예단할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올해도 배당 규모를 눈에 띄게 늘릴 만큼 수익이 발생하지도 않았다. 지난 몇년간 하우스마다 수익을 견인해왔던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리스크로 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커졌다. 적자를 면할 수 있는지의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매력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까지 마련하기란 역부족이다. 당장 신수익원 찾기가 급한 상황이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직전 3년 평균보다 5% 넘게 주주환원을 계획한 상장사의 경우 그 초과분의 5%를 법인세액에서 떼주는 세제혜택 제도가 있지만, 주주에게 배당되는 배당금 증가분에 비해 법인세 감면 폭이 최대 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의 중간배당이 증권사 입장에선 큰 메리트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공시에 참여한다고 밸류업 지수에 다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던 NH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DB금융투자는 지난 5일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으로 늘리고, 향후 3년간 주주환원율을 40%로 늘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역시 지수에선 빠졌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의 배당 액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증권사 입장에선 중간배당 등의 주주환원책이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소가 밸류업지수 참여를 독려할 목적이었다면 세제혜택이나 다른 방향의 당근책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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