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5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2000년대에 처음 언급된 케케묵은 표현임에도, 아직도 연초가 되면 한 번쯤 접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골드만삭스처럼 투자은행(IB)의 본분을 다하는 증권사를 육성하자는 의미로 쓰였다.투자은행의 본질은 막대한 자기자본을 토대로 기업 대출, 기업 인수합병(M&A), 부동산 투자 등 각종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들이는 데 있다. 이 관점에서 눈길이 가는 하우스가 있다. 이번 영풍-고려아연 분쟁에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메리츠증권이다.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이 발행하는 1조원 사모채를 전액 인수했다. 사모채의 특성을 고루 살려 브릿지론 대주단 중 가장 빠르게 납입까지 마쳤다. 하나은행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1일을 차입일로 설정했다.
이처럼 발 빠른 사모채 발행은 비교적 높은 금리 조건의 배경으로도 여겨진다. 통상 AA+ 신용등급을 가진 우량기업이 공모채를 찍으면 3%대 금리를 보장받는다. 다만 고려아연의 사모채 금리는 6.5%로 결정됐다. 사안의 시급성과 대규모 자금 조달 필요성을 감안한 선택이다.
고려아연 이전에는 롯데건설도 있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롯데건설을 지원하는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이 과정에서 13%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13%의 고금리는 자금 수요가 그만큼 절박했단 의미로도 여겨진다. 당시 롯데는 대형 인수합병을 단행한 데다 계열사의 재무적 부담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금리 비용을 감내하는 결단을 내린 이유다.
메리츠증권이 국내 증권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영업 전략을 취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리스크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토대로 이자 수익이 보장된다면 급전을 수혈해 주는 증권사로 포지셔닝하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메리츠식 장사 수법'이라고 낮춰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자본시장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필수적인 자금을 융통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지 않은가. 메리츠증권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최근에는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증권사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된다. 메리츠증권은 아직 인가를 받지 못했다. 대주주 적격성, 내부 통제시스템 마련 등의 자격 조건을 갖춰 진정한 한국판 골드만삭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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