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B]SK온 조달 '총대 멘' 한국증권, SK엔무브 주관 꿰차나자금 급한 계열사, 조달 파트너 자처…그룹 네트워크 강화, 기여도 반영 무게
양정우 기자공개 2024-11-01 07:22:59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엔무브의 기업공개(IPO)가 본격화되면서 증권사 IB 파트마다 상장주관사 자리를 노리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고 있는 건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단에 합류할 수 있을지 여부다.한국증권 내부에서는 근래 들어 SK그룹과의 네트워크가 부쩍 강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룹 전체가 주시할 수밖에 없는 SK온의 자금 조달에서 증권가를 통틀어 기여도가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IPO 조직의 실책이 없다면 주관 자리를 얻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증권가 경계 1순위 '한국증권'…'그룹 숙제' SK온 조달, 기여도 두각
IB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오는 31일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를 마감한다. 지난주 국내외 증권사를 상대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지 10여 일만이다.
증권사 IPO 파트마다 경계 1순위로 꼽고 있는 건 단연 한국증권이다. 그간 자금 수지 개선에 사력을 다해온 SK온은 올들어 두 차례나 대규모 시장성 조달에 나섰다. 그 때마다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서 총대를 멘 게 바로 한국증권이다. SK온의 유동성 확보는 리밸런싱에 초점을 맞춘 SK그룹 차원에서도 주시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만큼 한국증권은 확실한 조달 파트너로서 눈도장을 찍어놓은 상태다.
증권사 IPO 본부장은 "IPO 주관사를 선택하는 권한은 상장예비기업의 경영진이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그룹사 IPO의 경우 독자적 선택이 아니라 결국 그룹 콘트롤타워에서 원하는 방향성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프레젠테이션엔 SK그룹과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임원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SK온은 올들어 대규모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동시에 조단위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증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방식이 동원됐다. 이 두 딜에서 한국증권이 직접 인수한 규모만 4000억원 가량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책임진 물량을 더하면 수천억원이 더 추가된다.
물론 한국증권 입장에서 SK온에 투자하는 게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신종자본증권과 신주 PRS 등 수익 구조는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1.5~2% 안팎의 수익률을 노린 투자라는 게 IB업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한국증권의 행보엔 강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특정 그룹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폭으로 확대된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SPC를 통해 사들인 물량도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발행을 통해 투입 자금 대부분을 회수했겠으나 한국증권의 신용보강은 유지될 수밖에 없다. 완전히 셀다운을 마친 게 아니라 잠재적 리스크가 계속 유지되는 셈이다.
이렇게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딜을 통한 수익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최대 고객인 SK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앞으로 한국증권이 SK그룹 계열의 자본시장 딜에서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장 SK엔무브 IPO에서도 한국증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차례 대규모 조달 '1조5000억 확보'…그룹 오너 간 인연도 눈길
SK온은 올해만 두 차례에 걸친 시장성 조달을 통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6월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근래 들어 1조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에도 나섰다.
이 가운데 한국증권이 홀로 40%를 넘게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두 딜에 모두 참여해 직접 4050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신종자본증권엔 한국투자증권이 세운 키스이제이제칠차가 1000억원을 인수했다. 유증 때도 제이온포스트라는 SPC가 150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모두 합하면 6550억원까지 투자 물량이 늘어난다.
IB업계 관계자는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한국증권은 위기 상황 때마다 조달 파트너를 자처하고 있다"며 "상장 주관사단이 대규모로 꾸려질 전망인데 국내사 중 하나로 한국증권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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