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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보드]DB아이엔씨 '블록딜' 의결 보니DB하이텍 지분취득 안건 상정 당시 이사회 의장…'일신상 이유'로 불참

박동우 기자공개 2024-11-26 08: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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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15:1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DB아이엔씨(DB Inc.)와 행동주의 펀드 KCGI의 DB하이텍 주식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가 "지분거래를 계기로 DB하이텍 주가가 하락했고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며 KCGI를 고소했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KCGI와 DB그룹의 사전공모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DB아이엔씨의 블록딜 의결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2023년 12월 당시 KCGI가 보유하던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하는 안건을 승인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렸으나 정작 소집권이 있는 의장이었던 '창업주 2세'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일신상 이유'를 들어 불참했다.

◇'사전공모' 의혹 제기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최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가 행동주의 펀드 KCGI를 검찰에 고소하고 금융감독원에도 진정서를 냈다. KCGI가 DB하이텍 주식을 사들인 뒤 되팔면서 주가가 하락해 다수 일반주주들이 손실을 입은 만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혐의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지분을 대거 매입한 후 대주주에게 비싸게 처분해 차익을 실현하는 '그린메일(Green Mail)'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KCGI가 DB하이텍 주식을 취득한 시점은 2023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지배구조개선 제2호 사모투자합자회사(PEF)가 전액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캐로피홀딩스는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확보했다. KCGI 측은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설정하고 이사회 회의록 열람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김준기 창업회장의 DB하이텍 미등기임원 퇴진 등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담은 주주서한도 보냈다.

상황이 달라진 건 작년 12월이다. KCGI 측은 거버넌스 개선이 종결됐다고 선언하면서 보유하던 지분 5.65%(250만주)를 DB하이텍 최대주주인 DB아이엔씨에 매각했다. 당시 DB아이엔씨가 1650억원을 들여 주식을 취득했고 보유한 지분율은 12.42%에서 18.05%로 올랐다. KCGI 측이 소유한 DB하이텍 지분율은 7.05%에서 1.42%로 낮아졌다.


소액주주연대는 KCGI와 DB아이엔씨의 블록딜 이후 DB하이텍 주가가 내려간 대목을 문제로 삼고 있다. 작년 12월 초만 하더라도 주당 6만원을 웃돌았으나 이달 3만1000원 수준까지 떨어진 대목이 방증한다. 11개월 만에 50%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특히 거래를 체결한 당일 종가 5만8600원 대비 12.6% 금액을 가산해 주당 6만6000원을 책정한 점을 근거로 KCGI와 DB그룹의 사전 공모 의혹도 제기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통상적으로 시장가격에 일정한 비율을 할인한 금액을 토대로 블록딜이 이뤄진다"며 "시가에 12% 이상의 프리미엄을 붙여 거래한 DB아이엔씨와 KCGI의 거래는 이례적"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불참사유 증명된 이사, 법적책임 지지 않아"

지난해 DB아이엔씨는 KCGI와 DB하이텍 지분 거래를 진행하기에 앞서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 블록딜 당일인 2023년 12월 28일 소집된 이사회에 'DB하이텍 주식 취득의 건'이 상정됐고 이 자리에는 구성원 8명 가운데 7명이 출석했다. 의안은 참여한 이사진 전원의 찬성으로 승인됐다.

이날 유일하게 불참한 인물이 '오너 2세'이자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김남호 DB그룹 회장이었다. 당시 상황을 기록한 의사록에 따르면 "의장인 김남호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이사회에 참석하지 못했다"며 "참석한 이사들은 이사회 운영규정에 따라 대표이사 문덕식을 의장으로 호선하고 문 대표는 (의장) 직무대행을 수락했다"는 내용이 기술됐다.

김 회장은 2021년 3월부터 올 1분기까지 DB아이엔씨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의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23차례 이사회를 소집했는데 불참한 사례는 2021년 1회, 2023년 3회, 올 3월 1회 등 5회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DB메탈과의 합병계약 승인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제출 건이 상정된 8월 16일, △합병절차 중단 승인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 제출 철회 건을 의결한 10월 20일 회의에서도 김 회장만 홀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이사회 의안 내용이 향후 법적 문제에 연루되는 경우 불참 사유가 증명된 이사는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사전 논의를 거쳐 이사회에서 승인 가결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형식적으로만 불참한 상황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여타 이사와 함께 의안 내용을 둘러싼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DB 관계자는 "당시 DB하이텍이 KCGI의 지분매입, 소송, 비방 등으로 경영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았는데 사전공모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KCGI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었기 때문에 시세보다 더 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사회 불참에 대해서는 일신상의 이유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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