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의 건설업 재도전]DB아이엔씨 키우려던 '건설', 합병 무산에 '독자생존' 선회④지주회사 회피 논란 속 DB메탈 흡수 실패, 열흘 만에 물적분할 결정
신상윤 기자공개 2023-11-14 08:18:41
[편집자주]
DB그룹이 건설업 명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은 '아름답게 솟아오른다'라는 뜻의 '미륭(美隆)'이란 이름으로 세운 건설사(훗날 동부건설)를 토대로 그룹 초석을 다졌으나 과거 쇄락의 길을 걸으며 관련 분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건설업 재건에 다시 힘을 불어넣으려는 모양새다. DB그룹 계열사 내에 있던 건설사업부를 독립 계열사로 분사할 계획을 최근 밝힌 것이다. 그 이면의 의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9일 15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그룹 건설업 계열사 분사는 지배구조 재편 무산 직후 결정됐다. 앞서 DB그룹은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아이엔씨(DB Inc)와 손자회사 DB메탈의 합병을 추진했었다. 이번에 건설업 분사가 이뤄지는 법인이 DB메탈이다. DB그룹은 합병의 배경으로 경영 효율화를 내걸었다.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합병이란 논란에 휩싸이며 최종 무산됐다. 원안대로 합병됐다면 DB Inc가 건설업을 추진했을 가능성도 있다. 합병이 무위에 그치면서 DB월드건설의 독자 생존으로 전략이 수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 Inc가 손자회사인 DB메탈을 흡수 합병하는 내용이 골자다. 유가증권 상장사인 DB Inc는 비상장법인 DB메탈의 기업가치를 외부 평가해 1대 0.3225971의 비율로 합병할 계획을 세웠다.
DB그룹은 DB Inc의 무역사업과 DB메탈의 합금철사업의 시너지 및 경영 효율화를 합병 이유로 내걸었다. 다만 시장에선 DB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을 회피하기 위한 합병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DB Inc는 IT 사업을 주로 영위하지만 DB그룹의 브랜드 'DB'에 대한 상표권 등을 가지고 있으면서 제조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김남호 회장과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상단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도 했다. 하지만 DB Inc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분류되진 않았다. 별도 자산총액 5000억원, 자회사 공정가액이 자산총액의 50% 등의 요건을 충족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DB Inc가 보유한 DB하이텍이 상장사인 탓에 주가 변동성에 자회사 공정가액이 같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DB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통보 및 제외를 1년 만에 뒤바꾼 것도 주가 변동성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 DB Inc가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하려면 자회사 DB하이텍 지분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혹은 자산총액을 늘리는 방법이 있는데, DB메탈 합병이 대안이란 해석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DB그룹은 DB Inc와 DB메탈의 합병 결정을 2달 만에 철회했다. 그리고 합병 철회 열흘 뒤에 DB그룹은 건설업 계열사 분사를 결정했다. 청산 예정 법인이었던 DB메탈의 건설사업부문이다. 예정대로 합병이 됐다면 DB그룹은 DB Inc의 이름으로 건설업을 영위했을 가능성도 있다.
DB Inc의 건설사업부가 됐다면 더 많은 자산과 브랜드 인지도를 배경으로 영업 등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DB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함께 시도했던 DB Inc의 건설업 진출이 무위에 그친 상황이다. 대신 DB월드건설 분사라는 전략으로 선회한 상황이다.
DB그룹 관계자는 "DB Inc와 DB메탈의 합병을 철회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경쟁력을 전문성 있게 키워보자는 의미에서 물적분할을 결정한 것"이라며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다양한 수주 활동을 통해서 DB월드건설도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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