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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 CEO 성과평가]'재무·생산' 공동대표 오일뱅크, 재무체력 회복 과제④신임 송명준 사장, 2년째 사내이사 활동…장기성과금 신설, 최소 3년 유예기간

김동현 기자공개 2024-12-05 08:23:26

[편집자주]

HD현대그룹이 위기 속 변화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로봇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HD현대그룹은 중심축인 조선업의 성장 사이클 진입으로 힘을 받으며 기계·로봇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한 에너지 사업이 대외환경 변화로 힘겨운 한해를 보냈지만 사업재편으로 반등 기회를 살피고 있다. 더벨은 HD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의 올해 성과를 살펴보고 보상체계를 기반으로 CEO의 성과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3일 14: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 연결 매출의 40% 이상을 책임지는 회사다. 단순히 그룹 지주사의 외형을 불리는 데 그치지 않고 꾸준한 배당으로 HD현대의 곳간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이는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의 실적 개선 여부가 시장의 관심을 받는 요인이기도 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여느 정유·석유화학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매출과 수익성이 축소됐다. 3분기 누적 별도 기준으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영업적자 및 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도 전반적으로 올라가는 흐름을 보였다. 핵심 계열사인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 개선을 이끌 '소방수'로 그룹 지주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투입된 배경이다.

◇지주사 CFO·사업회사 대표 겸임 승부수

올해 연말 인사에서 HD현대오일뱅크는 송명준 HD현대 재무지원실장 사장과 정임주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 부사장을 신임 공동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두사람은 이미 지난해부터 HD현대오일뱅크에 자리 잡아 각각 재무와 생산 현장을 담당해 온 인물이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등의 재무를 맡던 송 사장은 지난해 3월 HD현대오일뱅크 사내이사로 합류한 바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HD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신사업팀, 기획부문장 등을 역임한 경험이 있는 그는 그룹 지주사 및 조선 중간지주사를 거쳐 약 10년 만에 회사로 돌아온 셈이다. HD현대 재무지원실장으로 HD현대오일뱅크 사내이사를 겸임하는 형태다.



사내이사 임기 첫해인 2023년은 HD현대오일뱅크에 고난의 시작점을 알리는 시기였다. 2022년 정유업계는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유가·정제마진 하락으로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이익으로 전년도(2조1286억원)의 10분의 1 수준인 286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올해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며 3분기 누적 기준 729억원의 영업적자와 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61.0%에서 192.3%로 30%포인트(p) 이상 뛰었다. HD현대쉘베이스오일, HD현대케미칼 등 연결회사를 포함한 영업이익은 흑자(1105억원)를 내긴 하나 순손실(-1839억원)과 부채비율(230.7%)은 오히려 확대된다.

정임주 부사장도 HD현대오일뱅크로 돌아와 이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다. 정 부사장은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생산공정·기술 엔지니어 출신으로 2020년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 HD현대케미칼로 이동해 해당 회사의 중질유분해설비(HPC) 설립 및 초기 가동 안정화를 담당했다. 2022년 HD현대케미칼의 HPC 투자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안전생산본부장을 맡다 지난해 11월 모회사 HD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으로 복귀했다.

이번 인사로 주영민 사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HD현대오일뱅크는 송명준·정임주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다만 송 사장이 재무, 정 부사장이 생산공정을 각각 전담하는 구조는 큰틀에서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대신 송 사장이 HD현대오일뱅크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시에 HD현대 CFO도 겸임하는 점을 봤을 때 그룹 차원에서 HD현대오일뱅크의 재무 지표 및 실적 개선에 보다 힘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성과 탈피, '3년 유예' 장기성과금 도입

HD현대그룹의 경영성과 지표 중 눈에 띄는 점은 경영진을 대상으로 장기성과금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경영진 성과보수는 경영성과금과 장기성과금으로 구성된다. 이중 경영성과금은 그해 매출, 영업이익 등 계량지표와 리더십, 전문성 등을 바탕으로 한 정성평가를 반영해 다음해 초에 지급된다.

장기성과금은 이와 달리 최소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조직평가(정성), 당기순이익(정량) 등 지표를 종합해 유예기간 종료 후 최종 금액을 산출해 지급하는 성과보수다. 1년짜리 단기성과에 국한해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게 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해 말 도입됐다.

경영진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게 일정 기한을 보장하는 셈이다. 도입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아직 해당 평가에 따라 장기성과금을 받은 경영진은 없다. 대신 주요 계열사 CEO들이 자리를 지키며 앞으로 최소 2년 동안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신설 제도 도입 후 1년 만에 최고경영진에 변화가 생겼다. 새롭게 최고경영진에 오른 송명준·정임주 공동대표 입장에선 주어진 중장기의 시간 동안 순손실을 끊어내고 기초체력을 회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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