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배터리사 점검]5000억 투자 '속도조절' 켐코, 동맹군이 '뒷받침'②신설 제련소, 잔여 투자액 4600억…HMG 자금 조달, 투자여력 확보
김동현 기자공개 2025-04-25 07: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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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기)이라는 단어가 일상화한 지금,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속한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 업체도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그러나 미래 전기차 시장에 베팅하며 이들 사업자들은 투자를 지속하며 내실을 쌓고 있다. 과거 이차전지 열풍 속에 새롭게 산업군에 진입한 업체들도 투자 의지를 놓치 않고 미래 주요한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더벨이 이차전지 밸류체인에 진입한 중견 업체의 사업, 재무, 지배구조 등의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13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이차전지 밸류체인의 중심에 있는 켐코가 신설 제련소의 목표했던 양산시점을 약 1년여 미루며 투자 속도를 조절 중이다. 전기차 캐즘과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대외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5000억원에 육박하는 잔여 투자액이 남았으나 캐즘 이전에 맺은 외부 업체와의 '동맹'으로 사전에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지난해 켐코가 자본적지출(CAPEX)로 집행한 금액은 약 512억원이었다. 2017년 설립 후 최대 CAPEX였을뿐 아니라 연간으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도 2018년(120억원) 이후 6년 만이다. 이 사이 켐코의 CAPEX는 많아야 96억원(2019년)일 정도로 큰 금액의 투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지난해 '올인원' 니켈제련소 신설투자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며 CAPEX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켐코의 모회사 고려아연은 이차전지 밸류체인 사업을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꼽으며 켐코를 중심으로 한 투자 집행 계획을 밝혔다. 켐코는 이차전지 핵심 원재료인 황산니켈을 담당하며 다양한 중간재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신설 올인원 제련소 투자에 돌입했다.

2023년 8월 공개한 계획대로라면 신설 제련소 투자에 약 5063억원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해 말부터 본격화한 전기차 캐즘 영향이 이차전지 산업계를 덮치며 회사는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신설 제련소의 양산시점을 내년 초에서 내후년으로 미뤘다. 대신 예상 투자액도 5154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지난해까지 집행한 투자액을 반영, 올초 기준 앞으로 집행할 예정 투자액은 4590억원 규모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가지만 켐코는 이미 모회사 고려아연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켐코 투자 발표 당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인 HMG글로벌로부터 5272억원 규모의 금액을 조달했다. 이차전지 최종 고객사인 완성차 업체를 동맹군으로 확보한 것으로 HMG글로벌은 고려아연 지분 5%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켐코 제련소 투자를 위해 조달한 자금 가운데 집행한 금액은 1479억원이다. 2023년 고려아연이 켐코를 연결 종속기업으로 편입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1584억원)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전까지도 켐코의 최대주주(지분율 35%)였지만 보유 지분 50% 미만으로 켐코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했다.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출자를 통해 켐코에 조달 자금을 실어줬다. 현재 고려아연의 켐코 지분율은 73%까지 올라갔다.
앞으로 4600억원의 금액을 CAPEX로 집행해야 하는 켐코 입장에선 모회사를 통해 넉넉한 투자 자금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켐코 자체적으론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 225억원에 불과하지만 모회사 고려아연이 2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해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켐코뿐 아니라 고려아연의 다른 이차전지 밸류체인 자회사도 과거 이러한 동맹 방식으로 투자 자금을 충당했다. 고려아연은 동박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하고 시설투자에 나설 때 한화그룹 미국 계열사 'Hanwha H2 Energy USA'로부터 4728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고려아연과 한화그룹이 신재생에너지, 수소,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 영역에서 사업 협력을 약속하며 동맹을 맺은 것으로 조달 방식은 HMG글로벌과 동일한 3자배정 유상증자였다. Hanwha H2 Energy USA는 고려아연에 자금을 대고 지분 5%(당시 지분율 기준)를 확보했고 고려아연은 동박 등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했다. 이후 케이잼은 모회사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한 3차례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시설자금 900억원, 운영자금 541억원을 조달했다.
또다른 이차전지 계열사인 한국전구체도 외부 업체와 동맹을 맺으며 사업을 개시했다. 켐코는 이차전지 소재 중 양극재 사업을 영위하는 LG화학과 합작해 한국전구체를 설립했다. 켐코와 LG화학의 지분율은 각각 지분 51%와 49%로, 양사가 힘을 모아 2000억원을 투입했다. 켐코는 황산니켈을 한국전구체에 공급하고 LG화학은 양극재의 원료인 전구체를 한국전구체로부터 조달받는 공급망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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