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항공업계]에어로케이항공, 지배구조 리스크 또 다른 국면?분쟁 정리한 대명화학, '석화·패션·유통' 주력산업 위기로 긴장감 고조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12 14:02:00
[편집자주]
항공업계가 새로운 경영환경을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은 FSC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란 모순에 직면했다. 또 FSC 산하 LCC들 인수합병이 추진되며 단거리노선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이 틈을 메우는 것은 LCC들이다. 장거리노선 사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단거리노선도 확장하고 있다. 도서지역 공항 개항에 맞춰 소형항공사들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항공시장은 새로운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더벨은 항공시장을 진단하고 각 항공사들이 준비하는 미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9일 10: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어로케이가 경영 정상화를 이루지 못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지배구조 불안정이다. 오랜기간 주주들간 분쟁이 이어지면서 경영 안정화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영진들이 제대로 회사 경영에 몰입할 수 없었다.대명화학그룹이 2022년 8월 에어로케이 최대주주로 등장하며 지배구조 분쟁은 표면적으로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주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강병호 대표이사 등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반대하는 주주들도 있어 잡음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석유화학산업이 긴 불황에 빠지면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대명화학그룹의 입지에 리스크가 생기는 모습이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에어로케이에 대한 지원이 예정돼 있지만 즉각적인 자금수혈 등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출범 후 지속된 주주간 분쟁…주주구성 다변화
에어로케이항공의 첫 주주는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로 2015년 12월 설립됐다. 에어로케이항공 출범을 위해 에이티넘파트너스와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자녀들이 설립한 투자회사 에스에이치벤처스가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초기부터 에어로케이항공 지분 100%를 보유하던 에어이노베이션코리아는 에어로케이홀딩스로 사명을 바꿨다.
에어로케이홀딩스 주주는 초기부터 2018년말까지 에이티넘파트너스 18.15%, 에스에이치벤처스 18.15%, 강병호 대표 9.01%, 기타 54.69%였다. 이후 에어로케이홀딩스 주주간 지분율은 계속해 조금씩 변경됐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은 매년 조금씩 희석됐고 신규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경영권 분쟁 요소도 많아졌다.
주주간 잡음이 커지면서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상황까지 연출됐다. 2018년 전후 강 대표와 에이티넘파트너스간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주요 주주인 에이티넘파트너스 측이 소액 주주이자 경영권을 행사하는 강 대표를 이사회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당시 에어로케이항공은 항공사업면허(ACL) 발급을 위해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내분이 발생하며 ACL 발급은 지연됐다. 2020년 ACL 발급 이후 운항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 발급 절차를 밟는 가운데서도 경영권 분쟁은 지속됐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에어로케이항공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펼치지 못했다. 누적된 부실과 순손실 등으로 자본잠식이 시작된 것도 이 즈음부터다. 이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은 더 악화됐고 결국 에어로케이항공은 2021년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에어로케이항공은 부실을 겯디지 못하고 제3자에 매각됐다. 2022년 8월 대명화학그룹이 에어로케이항공을 300억원에 인수했다. 대명화학그룹의 계열사인 디에이피는 에어로케이홀딩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225만5639주를 취득했다. 2023년 말 기준 디에피는 에어로케이홀딩스 지분 64.04%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에이티넘파트너스 6%, 에스에이치벤처스 6%, 강병호 대표 등 기타주주 23%를 기록 중이다.
◇주력산업 침체기, 대명화확그룹 추가 지원여력 리스크
주주간 계약에 따라 디에이피는 2023년 7월 기준 2년 내 에어로케이홀딩스의 전환사채(CB) 200억원도 취득하기로 했다. 에어로케이항공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 시키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다만 주주간 계약이 체결되던 시점과 최근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단기 부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던 석유화학산업이 긴 불황에 빠지면서 대명화학그룹의 투자여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대명화학그룹이 신규 먹거리로 육성하던 패션 및 유통업도 불황을 겪고 있다.
대명화학그룹은 대명화학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업, 통기성 컴파운드 및 부직포 제조·판매 등 산업용소재, 부동산 매매, 임대 및 관리업, 패션 및 유통 등을 영위하고 있다. 대명화학은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한 디에이피를 포함해 산하 47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대명화학그룹의 또 다른 지배구조 정점은 어센틱브랜즈코리아다. 2000년 3월 대명소재로 설립돼 황사 및 미세먼지 방지 마스크 제조·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17년과 2021년에 걸쳐 상호를 변경했다. 산하 10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대명화학과 어센틱브랜즈코리아 모두 에어로케이항공을 인수할 당시인 2022년까지 안정된 경영실적과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경영환경이 악화하며 실적과 재무 모두 악화하고 있다.
대명화학의 최근 4년 경영실적은 2022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세를 보인다. 연결 기준 2022년 매출 2조1988억원, 영업이익 1347억언, 순이익 49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매출 2조1610억원, 영업이익 745억원, 순이익 43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매출 1.72%, 영업이익 44.69%, 순이익 11.59% 각각 저하됐다.
수익성 저하는 더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11.31%에서 2021년 9.17%, 2022년 6.13%, 2023년 3.45%로 매년 저하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은 2020년 8.60%를 시작으로 2021년 5.50%, 2022년 2.24%, 2023년 2.10%로 낮아졌다.
어센틱브랜즈코리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별도 기준 매출은 2020년 852억원에서 2023년 21억원을 크게 감소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매출처를 상실한 모습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6억원에서 영업손실 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순이익 역시 2020년 1140억원에서 2023년 순손실 591억원으로 큰 폭 적자를 보고 있다.
수익성 지표는 크게 손상됐다. 영업이익률은 2020년 67.61%를 시작으로 2021년 5.71%, 2022년 마이너스(-) 22.45%, 2023년 마이너스(-) 147.62%로 각각 악화했다. 순이익률 역시 2020년 133.80%에서 2021년 1942.85%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마이너스(-) 291.84%, 2023년 마이너스(-) 2814.29%로 크게 하락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설립 이후 지속적으로 주주간 분쟁으로 경영환경에 리스크가 있었다"며 "대명화학이 절대적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장하면서 분쟁은 일단락되고 있지만 올해 대명화학의 추가 투자여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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