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화승엔터프라이즈, 준수한 '참여도'…경영성과 '발목'255점 만점에 117점, 평점 4점 초과 항목 '부재'
김혜중 기자공개 2024-12-12 14:26:02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07:3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발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글로벌 브랜드 ‘아디다스(adidas)'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잘 알려졌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이 1조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업계에서 '숨은 강자'로 통한다.화승엔터프라이즈는 이사회를 10회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했고 참여율도 높았다. 소위원회 역시 활발하게 개최됐다.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나 내부거래 통제에서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다만 주요 기업인 아디다스의 재고 축소 방침에 따른 실적 하락과 부진한 주주환원에 경영성과에서는 평점 1점이라는 아쉬운 점수를 받아들었다.
◇활발한 이사회 및 소위원회 활동, 견제기능도 ‘양호’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55점 만점에 117점을 받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건 ‘참여도’ 항목이다. 총 40점 만점에 31점으로 평점 5점 만점에 3.9점이다. 공시대상기간동안 10회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사진 평균 출석률은 100%다. 경영위원회와 내부거래위원회, 감사위원회로 구성된 소위원회 활동도 연간 12회로 활발하게 개최됐다.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연 4회 제공되며 각각 5점의 점수를 획득했다.
다만 참여도 항목에서도 아쉬운 측면은 있었다. 감사위원회 개최는 연 3회에 그쳤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사외이사 후보 풀(pool)에 대한 관리 측면에서 1점을 받아갔다.
참여도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건 ‘견제기능’ 항목이다. 40점 만점에 29점으로 평점 3.6점을 기록했다. 감사위원회가 3인 이상의 사외이사로 구성됐고 그중 한 명은 공인회계사 자격도 보유해 감사업무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갖췄다.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및 내부거래 통제도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톡옵션을 부여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된 보수 체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이 마련되지 않은 점과 사외이사만의 회의가 개최되지 않아 각 항목에서 1점을 받아갔다.
‘정보접근성’ 항목에서는 평점 2.7점을 기록했다. 총점 35점 중 16점을 획득했다. 다만 최고점인 5점을 받아간 문항은 없었다. 이사회 활동 내역과 이사회에 관한 내용, 지배구조보고서 등을 주주에게 공개하고는 있지만 이사회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기재, 홈페이지에는 공개하지 않는 등 결격 사유가 있었다.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도 53% 수준이었고 주주환원정책 공개도 중장기가 아닌 연간 계획에 그쳤다.
◇아쉬운 이사회 구성, 경영성과는 ‘개선 필요’
‘평가개선 프로세스’ 항목에서도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35점 만점에 14점, 평점 2점이다.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기에 이를 공개하지도 않으며, 평가 결과를 개선에 반영할 수 없어 해당 항목들에서 연달아 1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다행히 외부 거버넌스 평가기관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은 B등급으로 4점을 기록했다. 사회적 물의 및 상법 이슈에 휘말린 임원이 이사회에 포함되지도 않는다.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는 45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다. 평점으로 따지면 5점 만점에 1.8점이다.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3명이 사외이사로 사외이사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이사회 의장도 전문경영인 이계영 대표가 맡고 있다. 총 3개의 소위원회(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중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건 2개 뿐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조직되지 않았고 이사회 역량 구성표도 만들지 않아 1점이라는 점수를 받아갔다.
이에 대해 화승엔터프라이즈 측은 “이사후보 추천에 있어 독립성 제고를 위해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주제안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 이를 존중하여 이사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등 주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하여 노력할 예정”이라며 향후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3년 주요 고객사 아디다스의 재고 축소 방침에 따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경영성과’ 항목에서 평균 점수 1점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경영성과의 경우 투자, 경영성과, 재무건전성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나뉘는데, 세 개의 지표에서 모두 최저점을 거뒀다.
경영성과를 책정하는 기준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 가운데 변수 최소화를 위해 지표값 상·하위 10% 기업의 데이터를 제외하고 산정한 평균치다. 기준 수치 대비 20% 이상 아웃퍼폼(outperform)한 경우 만점(5점)으로 채점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023년 매출액 1조2138억원, 영업이익 130억원을 기록했고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6.6%, 75.3% 감소했다. 실적 부진으로 KRX 300 평균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각 항목별 1점에 그쳤다. 영업이익 감소에 따라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도 각각 마이너스(-) 4.4%, -1.78%를 기록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2023년 말 기준 PBR이 1배로 KRX 300 평균치 2.38배에 미치지 못했다. 타 기업 대비 밸류를 높게 인정받지 못한 만큼 주가수익률과 총주주수익률에서도 1점을 받았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은 각각 143.23%, 5.11, 0.35배로 KRX 300 평균치 91.96%, 1.12, 9.72배를 하회했다. 배당수익률 역시 0.53%로 주주환원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영성과 모든 항목에서 1점만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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