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3사 승부수] '눈을 돌려라' SKB, SKT 등에 업고 다른 분야 키우기②'에이닷' 맞춤형 기술 선도 해결책 '한계'…AI데이터센터 사업 '올인'
유나겸 기자공개 2025-01-31 11:13:39
[편집자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미디어 산업 지형을 흔들면서 유료방송 업계는 새 먹거리 발굴에 한창이다. 코드커팅을 넘어 코드네버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이제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가 불가피하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 계열 대표 사업자 SK브로드밴드, 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은 최근 각기 다른 성장 전략을 꺼내들었다. 이들 3사가 그동안 걸어온 길을 짚어보고 사업 현황과 미래 먹거리 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브로드밴드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전면에 세운 건 인공지능(AI)이다. 이를 위해 모회사 SKT와 협력을 강화했다. SK브로드밴드의 IPTV에 SKT의 AI 비서 ‘에이닷’을 적용해 고객 이탈 방어에 나섰다.다만 이러한 시도가 유료방송 위기의 돌파구가 될지 미지수다. 수익을 키우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명확하다. 불확실성은 SK브로드밴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에 따라 돌파구로 삼은 건 본업이 아니다. SKT 손을 잡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사업에 진출하며 살 길 찾기에 나섰다.
◇양사 겸직체제 확대, 강화된 AI 협력
SK브로드밴드는 1997년 하나로통신 설립 이후 2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2008년 SK텔레콤이 하나로통신의 후신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며 사명을 SK브로드밴드로 변경했다. 이후 2015년에는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동통신사들의 복수채널사용사업자(MSO) 인수가 활발해지면서 SK텔레콤은 태광산업의 자회사인 티브로드를 인수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재무적투자자(FI)로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을 유치해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당시 5년 이내 SK브로드밴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2020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 합병 작업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의 지분 74.38%을 보유한 최대 주주였고 태광산업이 지분 16.75%를 가진 2대 주주였다. 미래에셋증권 컨소시엄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 엠에이디더블유타이거가 8.01%의 지분을 보유한 3대 주주로 올라 있었다.
정작 SKT는 지난해 11월 태광그룹 및 미래에셋그룹이 보유한 SK브로드밴드 지분 24.8%를 1조1500억원에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5월까지 정해진 절차가 끝나면 SKT가 보유한 SKB 지분은 99.1%까지 늘어나게 된다. SK브로드밴드가 사실상 완전 자회사로 자리잡게 되는 셈이다.
지배구조 재편을 알림과 동시에 SKT 주도로 SK브로드밴드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SKT와 SK브로드밴드 임원의 겸직 체제 확대가 핵심이었다. SK브로드밴드는 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AIDC) 사업을 별도 사업부문으로 독립시켰고 사업부 수장으로 하민용 SKT 부사장을 선임했다.
◇호평받는 AI 서비스…수익화는 '미지수'
이처럼 SK브로드밴드는 모회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AI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의 AI 비서 '에이닷'을 SK브로드밴드의 IPTV 서비스 ‘B tv’에 결합해 ‘B tv 에이닷 서비스’를 출시했다.
에이닷 서비스는 콘텐츠 추천 기능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시청자가 "요즘 핫한 예능이 뭐야?"라고 물으면 B tv 에이닷 서비스는 "'이혼숙려캠프'가 인기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후기와 함께 줄거리 요약을 제공하거나 이용자가 찾고 있는 프로그램 제목을 찾아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SK브로드밴드의 넥스트 스텝은 AI 기반 '스마트 리모컨'이다. 연내 선보일 예정으로 이는 기존 모바일 B tv를 활용하는 형태다. VOD 내 등장하는 의류 등 상품 정보를 시청자가 바로 확인하거나 홈쇼핑 링크를 직접 제공받을 수 있어 시청 경험과 구매 경험 간의 시차를 완전히 좁혔다.
다만 이러한 시도로 위기 극복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AI 기술을 활용해 시청자 편의성과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소비자가 이 서비스를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등 구체적인 수익화 모델로 자리 잡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방송 한계를 넘어라' 새 돌파구로 삼은 AIDC
SK브로드밴드의 돌파구는 유료방송이 아닌 데이터센터 사업이다. 최근 SKT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해 6월 SK브로드밴드와 SKT는 총 3조4000억원을 5년간 투입해 AIDC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하며 본격적인 AIDC 사업 확대를 알렸다. 전통적인 데이터 센터는 SK브로드밴드의 소관이고 데이터 센터 공간도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해 말 문을 연 가산 AIDC가 있다. SKT는 미국 기업 람다와 AI 클라우드 공동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해 엔비디아 GPU를 공급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SK브로드밴드의 가산 데이터 센터 유휴 공간에 람다의 'H100' GPU를 배치했다.
양사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통해 AIDC 사업 부문의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한 만큼 가산 AIDC는 이를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하다. 향후 수천 장 규모의 엔비디아 GPU를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의 AIDC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시청자 경험 강화 서비스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이러한 서비스가 실제 수익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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