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띵깜' 문화 베트남, 진입도 실익 확보도 어려워국가 특성상 관 그립 강해…시장 공략 첫 단추는 당국과 정감 쌓기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24 12:40:41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회사의 진출 의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닿으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증대됐지만 비례해 현지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문화와 규제 수준이 달라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에 시장 공략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제재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리스크 요인인 현지의 문화·규제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9일 07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트남 금융시장 공략의 첫 단추이자 핵심 과제는 금융감독당국인 베트남 중앙은행(State Bank of Vietnam, SBV)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다. 베트남 금융시장은 규제와의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규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성패가 달린 것으로 여겨진다.글로벌 시장 어디든 현지당국과의 관계는 중요하다. 다만 베트남은 접근방식이 다르다. 관계를 중시하는 특유의 '띵깜(Tình cảm)' 문화가 있어서다. 국가 특성상 관의 그립이 센 베트남에서 띵깜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장 진입부터 영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도 띵깜은 필수다. 아무리 견실한 영업 기반을 갖췄더라도 당국의 환심을 사지 못하면 승인을 얻기 어렵다. 당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시장이다보니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고려해 현금배당 등 실익을 거두어들이기도 어렵다.
◇시장 공략 첫 단추는 금융감독당국과의 관계 형성
베트남은 아세안(ASEAN) 중 성장잠재력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세계의 차세대 공장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에도 7.0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 성장에 따른 금융수요 확대로 금융성장률은 연초 설정한 목표치 15%를 초과 달성한 15.08%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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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은행 등 많은 한국계 금융사가 베트남 시장에 나가 있다.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계 금융사의 현지 점포는 모두 55곳(현지법인 산하 점포 제외)에 이른다. 40개 회사의 현지법인과 지점·사무소가 하노이와 호치민 등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현지 당국의 엄격한 규제와 시장 내 경쟁압력 증가 등으로 향후 신규 진출뿐 아니라 이미 진출한 회사도 경영활동에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 특히 베트남 금융산업은 규제와의 싸움이라 불릴 정도로 규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자 난제로 꼽힌다.
난제를 풀어나가는 첫 단추는 금융감독당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형성이다. 베트남 금융산업의 관리·감독을 통할하는 곳은 중앙은행(SBV)이다. 국내의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재부 재정정책 기능을 모두 합친 곳이다. 외국은행의 베트남 내 설립 인허가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청(FSA)도 SBV 산하 기관이다.
사회주의 기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만큼 시장 시스템보다 SBV 등 관의 권력이 막강하다.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지당국과의 관계 형성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베트남의 경우 그 성격이 다르다. 당국자와 정감을 바탕으로 우정과 신뢰를 쌓는 '띵깜'이 중요하다. 시장 진입에서부터 큰 영향을 미친다.
당국의 인허가 기간은 명시된 규정이 있지만 보완 지시로 기간 연장이 가능하다. 과정을 거쳐도 명문화된 절차가 없는 총리실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 띵깜이 작용한다. 2017년부터 법인전환 문을 두드리고 있는 IBK기업은행도 관계 형성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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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 내도 한국 본사에 현금배당 주저
띵깜을 바탕으로 한 정부당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실질적인 이익 회수에도 어려움이 있다. 베트남 정부당국의 경우 특히 배당이 아닌 현지 재투자에 대한 요구가 높다. 실제 현지법인이 한국 본사에 현금배당을 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물론 장부에 실적이 반영되지만 실제 현금 흐름이 없어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에서도 실적이 좋은 신한은행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도 2009년 법인 설립 이래 현금배당을 실행한 기록이 없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누적 순이익은 264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13.4% 증가한 규모였다. 이런 호실적에도 현지 사정 등을 고려해 배당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의 현지법인 베트남우리은행은 지난해 2023년 순이익의 10%인 469만달러를 현금배당하기도 했다. 2017년 법인전환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첫 현금배당이었다. 하지만 점검 차원의 소액 배당으로 현지법인에 의한 투자금 회수·이익 실현의 의미와는 거리가 있었던 현금배당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크지 않은 금액으로 실제 배당하는 데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례적으로 했던 것"이라며 "향후 현금배당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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