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인도, 외국계 옥죄는 규제장벽과 '카스트' 잔재독특한 규제 존재…권위의식 있는 정부·당국 행태도 사업 리스크 요인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21 12:48:38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회사의 진출 의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닿으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증대됐지만 비례해 현지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문화와 규제 수준이 달라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에 시장 공략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제재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리스크 요인인 현지의 문화·규제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7시0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도 금융시장은 전세계적으로도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당좌계좌(Current Account) 규제 등 다른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인도만의 독특한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 이 외 정책자금대출(Priority Sector Lending) 의무 비율 등 후발주자로 영업 기반이 약한 외국계 금융사엔 불리한 면이 많다.명문화된 규제와 함께 카스트(Caste)의 잔재를 기반으로 한 정부·규제당국의 권위적인 태도도 영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외국계 금융사를 하대하는가 하면 수년간 공들인 사업을 한순간의 변덕으로 엎어버린다. 이렇다 보니 다른 시장 대비 인적·물적 리소스가 많이 필요한 곳으로 꼽힌다.
◇새로운 금융허브 인도, 후발주자엔 문턱 높아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계 금융사의 인도 현지 점포는 모두 27곳(현지법인 산하 점포 제외)이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여전사 등 금융 전 업권에 걸쳐 12개 회사의 현지법인과 지점·사무소가 진출해 있다. 주요 소재지는 뉴델리와 뭄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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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연 7%의 높은 경제 성장에 동반하는 기업의 자금 수요, 중산층 성장과 금융니즈 증가, 금융시스템 개방화 등으로 매력도가 부각되며 새로운 금융 허브로 떠올랐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민간 대출 비중이 50%에 불과해 성장 여력이 충분한 블루오션으로 평가된다.
성장 잠재력에 높은 기대를 걸고 은행 등 한국계 금융사들도 인도 금융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현지 진출 한인 은행만 모두 8곳에 이른다. 아직 진출 초기 단계로 수익성이 확보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성장을 고려해 현지 기반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인도 국영·민영 금융사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로서 확보할 수 있는 잠재고객과 네트워크 한계가 존재한다. 은행권의 경우 대출 잔액 기준으로 SBI, HDFC, ICICI은행 등이 점유율의 80%가량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외국계 금융사에 대한 높은 규제 장벽은 부담 요인이다.
유일하게 당좌계좌 규제를 적용해 여신 비중이 10%를 넘는 은행에서만 에스크로(Escrow) 계좌를 보유할 수 있게 하는 등 다른 나라에는 없는 장벽이 있다. 모든 상업은행은 중앙은행(RBI)이 지정하는 정책금융(농업, 종소기업 등) 지원분야에 대한 대출 잔액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
전년도 3월 말 결산 기준으로 대출 잔액과 난외 익스포져 금액 중 큰 금액을 기준으로 정책금융지원 기준금액이 산정된다. 의무비율은 기준금액의 40%이며 정책금융 의무 비율 미준수 시 RBI가 지정 고시하는 '농촌사회간접자본개발펀드(RIDF)' 등에 필수적으로 부족액만큼 예치해야 한다.
◇카스트 기반 권위의식…사업 리스크 요인 되기도
이런 규제장벽을 세우고 관리, 감독하는 기관은 인도중앙은행인 RBI다. 통화 발행, 공급, 유지 등의 업무뿐 아니라 국가의 주요 결제 시스템 관리, 경제발전 촉진, 은행업 전반(상업은행, 비은행금융사)에 대한 관리·감독 등 국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의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막강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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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한국계 금융사 관계자들은 명문화 규제뿐 아니라 외국계 금융사를 하대하는 RBI 등 정부기관의 관리·감독행태가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계 뱅커는 "자국 자긍심이 높고 자신을 높게 생각하는 카스트 영향이 있어 당국의 권위의식이 느껴질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다른 한국계 뱅커는 "금융당국이 과거 사항에 대해 누적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우리나라 관행으로는 생각하기 힘든 기상천외한 사례들이 있다"며 "이렇게도 해석을 할 수 있구나 하는 부분들이 있어 이에 대응하는 인적·물적 리소스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권위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부·당국의 행태는 치명적인 리스크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수억달러의 실적을 만들어야 하는 사업이 한순간에 무산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국계 금융사 관계자는 "국제 금융기관이 인도 주정부와 2~3년 동안 준비한 사업이 재무부 차관의 변심으로 보류된 적이 있다"며 "오래 공들인 사업이라도 일순간 휴지통으로 갈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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