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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북미 대관조직 분석]반도체·배터리 미 접점 확대, 정책 '기상도' 파악 제1과제로①트럼프 1기때와 달라진 입장…대관 컨트롤타워 신설, 역량 총결집

정명섭 기자공개 2025-02-24 07:36:41

[편집자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내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각종 투자 보조금 축소뿐 아니라 국가와 품목을 막론하고 관세 부과에 나서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받을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동향을 빠르게 포착하고 자사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지도록 하는 현지 대관 업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SK그룹 북미 대관 조직의 변천사와 주요 인물, 역량, 정책 변화에 대한 대책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9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래 북미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공통점은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SK그룹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이 미국 내 투자가 많은 업종으로 손꼽히는데 SK그룹은 이 중 2개(반도체·배터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만 해도 SK그룹의 북미 사업 비중은 크지 않았으나 2010년대 후반부터 배터리와 반도체 사업을 키우면서 미국 정부를 상대할 일이 늘었다. 어느덧 현지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을 정도로 투자 규모가 커졌고 자연스레 대관 조직을 강화로 이어졌다.

◇내수 비중 컸던 SK, 배터리·반도체 사업 비중 커지며 미국 접점 늘어

SK그룹은 2020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대관 조직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다. 정유와 통신 등 그룹 주요 사업의 국내 비중이 컸던 탓이었다. SK그룹 상장 계열사 15곳(SK㈜ 제외)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내수를 처음 넘어선 시기는 2014년이었다. 1953년 그룹 창립 이후 61년 만이었다.

주요 생산설비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주로 포진했던 점도 한몫했다. 이에 대관 업무는 주로 오너와 관련한 법적 현안, 정부와 소통이 잦은 라이선스 사업(SK텔레콤) 등에 집중됐다. 보좌관 등 국회 4급 이상의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대관 담당으로 기용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SK그룹이 북미 정책 변화에 따른 영향이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에너지 생산을 장려하는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국제유가 안정, 저유가 기조 유지 등으로 그룹 핵심 사업인 정유업은 호조가 전망되기도 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생산 공장(출처=SK온)
그러나 2010년대 후반 미국에 배터리 설비 투자를 늘리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현지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할 일이 늘어 글로벌 대관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부(현 SK온)가 분사하기 전인 2018년에 미국 조지아주에 1조1300억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1년에는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기차 공장 3곳을 짓는 데 합의했다. 당시 포드와 합작 투자는 양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이면서도 미국 배터리 공장 투자 중에서도 최대 규모라 큰 주목을 받았다.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 역시 2021년에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솔리다임)를 인수하는 등 미국과 접점을 늘려갔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패권다툼에 따른 공급망 관리를 명분으로 민감한 영업 정보를 요구하고 현지 투자를 압박하면서 대관 업무의 강화 필요성은 커졌다. 이외에도 미국은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바이오, 수소 등의 분야에서도 자본과 인재, 기술 등이 집중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반드시 공략해야 할 지역으로 부상했다.

SK그룹은 2022년 들어 북미 대외협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유정준 SK E&S(현 SK이노베이션 E&S) 부회장을 북미 대외협력 총괄로 임명한 게 시작이었다. 그룹을 대표해 미국 정부와 소통하는 직책이 신설된 건 처음이었다.

이듬해 초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글로벌대외협력(GPA·Global Public Affairs) 조직을 신설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1급) 출신의 김정일 부사장을 총괄로 영입했다. GPA의 역할은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반도체법(CHIPS Act),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국의 정책 이슈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2030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최태원 회장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GPA의 임무였다.

◇그룹 북미 대관역량 'SK아메리카스'로 일원화

미국 제2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작년 3월, SK그룹은 북미 대외협력을 총괄하는 SK아메리카스를 신설했다. 북미지역 사업전략을 담당해왔던 'SK USA'와 그룹 계열사들이 각각 보유한 대외협력 조직을 통합해 출범한 법인이다. 지주회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 E&S(현재 SK이노베이션과 합병), SK텔레콤 등이 출자했다.

SK USA가 계열사들의 현지 사업 개발을 맡았다면 SK아메리카스는 오로지 대외협력 기능만 수행한다. 그룹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부상한 만큼 현지 정·관계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구축해나가고 '미국통'을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SK아메리카스 인력은 30여명으로 전원이 뉴욕과 워싱턴 사무소에 등에서 근무한다. 이 중 60% 이상이 미국 국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임원으로는 폴 딜레이니 부사장, 애비 콘 부사장(뉴욕), 켈시 플로라 시니어 디렉터(워싱턴) 등이 있고 한국인 임원으로는 유 부회장, 손상수 담당 등이 있다.

SK아메리카스 대표는 유 부회장이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역임한 인물로 작년 7월 SK아메리카스에 영입됐고 같은 해 12월 SK아메리카스 미주 GR 총괄에 임명됐다. 손 담당은 SK하이닉스 출신 임원이다.


SK아메리카스 출범 이후 GPA는 주요 인원이 각 계열사로 재배치되는 등 규모가 축소됐다. 김정일 부사장은 SK하이닉스로 이동했고 나머지 인력들도 SK하이닉스와 SK온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창원 의장 체제 이후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슬림화된 점 등이 고려됐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목표 완공 시점은 2028년이다 현지 반도체법(칩스법)에 따르면 투자 보조금 대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비판적인 입장이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SK온은 올해와 내년에 포드, 현대차와 각각 합작 설립하는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조지아주 단독 공장과 함께 미 IRA상 세제지원 대상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혜택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아메리카스는 미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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