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해외 투자자가 본 기업 거버넌스 "갈 길 아직 멀다"정성엽 소달리앤코 대표, 국내 기업 해외투자자 대응 조력 역할
이돈섭 기자공개 2025-02-28 08:16:1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13시5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야흐로 주총 시즌이 도래했다. 지난해 기업이 거둔 성과를 비롯해 이사회 개편 방안 등에 대해 경영진과 주주 사이 문답이 오간다. 최근 기업 주총에서 일어난 변화 중 하나는 국내 주주뿐 아니라 해외 투자자 참여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내 투자자가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해외 자문사 조언을 참고하는 경우도 빈번하다.소달리앤코 한국법인은 외국인 주주 요구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기업들이 개선 방안을 마련토록 돕는데 주력한다. 주총 시즌을 앞두고 각종 주주 요구가 들끓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정성엽 소달리앤코 한국법인 대표(사진)를 만났다. 정 대표는 대신증권과 한국ESG연구소 등을 거쳐 2021년 소달리앤코 한국법인 대표로 합류했다.
모든 기업 활동은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법 기준은 특정 국가 안에서만 통용될 뿐, 해외에서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플레이어 중 하나는 외국인. 외국인 투자자 기준을 면밀히 파악해 대응하는 것은 주주 관리에 있어 필수적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대표도 해외 투자자 요구를 만족하는 것은 준법 의식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기업들이 일부러 법을 어기진 않지만 법이 정한 기준을 초과 달성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면서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기업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 기업이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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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과거 우리나라 기업은 외국인 투자자와 소통하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해외 투자자가 기업에 레터를 보내는 등 경영에 관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해외 투자자 소통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라면서 "주총에 올리는 안건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곳이 많다"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의 현대모비스의 경우 사외이사가 해외 기관 투자자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국내 기업 관계자 상당수는 기업 밖 인사인 사외이사가 해외 투자자를 굳이 직접 만나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해외 기관 입장에서는 사외이사가 IR 활동에 참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주주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해외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이 이사회 특히 사외이사를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활동을 외부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하는지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국내 법 체제가 요구하는 기준에만 맞출 경우 생각하기 어려운 액션"이라고 강조했다.
이사회 구성이 법정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사회가 이사회 역할을 실질적으로 수행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과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박 회장 조카인 박철원 금호석화 상무 간 경영권 분쟁이 발발했을 때 박 회장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것이 외국인 주주의 지지를 얻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곤 했다.
금호석화 측에 자문을 제공한 소달리앤코는 박 회장이 이사회에서 나올 것을 권고했지만 금호석화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갈등이 쉽게 사그러지지 않자 박 회장은 지분 27% 가량을 보유한 외국 주주 협력이 절실하다고 판단, 결국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놨다. 박 회장의 퇴임은 거버넌스 개선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이 밖에도 DB하이텍이 물적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 연합과 부딪혀 갈등이 촉발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 우려 사항을 사전에 불식시키면서 동의를 이끌어내는가 하면 SK텔레콤이 인적분할을 추진하면서 생길 수 있는 돌발 변수를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대비케 함으로써 주총에서 100%에 가까운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간 갈등은 더 많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플랫폼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다양한 주주들의 목소리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이 대표적 사례"라면서 "기업이 변화하는 데 주주행동은 트리거로 작용하는데, 이 트리거를 잘 소화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총 시즌이 지나도 소달리앤코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간다. 주총 피드백을 개선안으로 만들고 다음 주총에서 제기될 문제를 사전 검토한다. 소달리앤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해외 NDR 활동을 돕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정 대표는 "외부 투자자 시각을 기반으로 기업 스스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데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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