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루닛의 글로벌화, M&A로 확보한 해외 인재 활용법④볼파라 인수 효과 극대화 방안, 인력 이탈 고민
한태희 기자공개 2025-02-25 09:09:45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08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는 인력의 통합 및 운영이다. 특히 연구개발 기술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맨파워가 중요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조직문화가 다른 기업 간 통합은 더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테리 토마스 볼파라 CEO(최고경영자)가 루닛의 CBO(최고사업책임자)를 겸직하도록 해 결속을 강화했다. 비록 그가 반년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신임 CEO로 다시 볼파라 측 인물을 선임하며 현지화된 인력 구성 기조를 유지했다.
루닛은 빅파마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물을 루닛스코프의 CBO로 뒀다. AI(인공지능) 바이오마커의 특성상 빅파마와 협업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작년 말에는 글로벌 빅파마 본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며 기대감을 성과로 입증했다.
◇기존 경영체제 유지…美 네트워크 통한 시너지 창출
국내 기업이 미국 의료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건 쉽지 않은 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보유해도 결국 현지 의사가 처방해야 매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닛은 이 때문에 상장 초기부터 미국 진출을 위한 M&A 전략을 준비해 왔다.
루닛은 2023년 의료AI 기업 볼파라 인수를 결정하고 작년 한 해 동안 PMI(인수 후 통합) 작업에 집중했다. 볼파라가 확보한 미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AI 암 진단 솔루션인 루닛인사이트의 현지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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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루닛은 경영진의 볼파라 개입을 최소화했다. 최고의 현지화 전략은 현지 사정에 능통한 인물을 적절히 등용하는 일이라고 봤다. 볼파라 이사회에 참여 중인 백승욱 의장과 서범석 대표를 제외하고 볼파라의 경영진을 기존 인력 중심으로 꾸렸다.
작년 초 공동창업자 6인 중 1명인 장민홍 전 CBO가 회사를 떠나면서 볼파라의 CEO인 테리 토마스에게 루닛인사이트의 CBO 역할을 함께 맡겼다. 테리 토마스에 모기업인 루닛에서 별도의 직책을 부여하며 양 사의 결속을 강화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 테리 토마스 CEO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다만 루닛이 신임 CEO로 볼파라 내부 인재를 다시 등용한 점은 주목된다. 여전히 자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독립적인 경영을 보장하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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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부터 신임 CEO로 부임하는 크레이그 헤드필드는 공인회계사로 2016년 볼파라에 합류해 9년째 재직 중이다. 볼파라에서 재무관리자(FC),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고객재무책임자(CCFO)를 역임하면서 회사 내부 사정에 능통한 인물이다.
루닛의 볼파라 인수 과정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현재 볼파라의 PMI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볼파라 합류 후에는 수익 구조를 구독형 소프트웨어 모델(SaaS)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이전에는 글로벌 회계법인 EY, 딜로이트 등에 몸담은 바 있다.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단순한 매출 확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볼파라가 현지 병의원에 납품하던 경로를 활용해 기존 고객에게 루닛의 제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세일링 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지화된 인력 구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봤다.
루닛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미국 사보험시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어렵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자문단 등 현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미 잘하고 있는 기업을 직접 인수하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빅파마 본계약 공신, AI 바이오마커 상업화 기반 마련
루닛의 작년 매출은 542억원으로 전년 251억원 대비 116% 성장했다. 작년 5월 인수를 완료한 볼파라와의 시너지를 통해 매출 볼륨을 2배 이상 키웠다. 특히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이 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4.3% 늘어 주목된다.
루닛인사이트와 더불어 암에 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AI 바이오마커 루닛스코프의 사업 성과가 돋보였다. 작년 말에는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AI 기반 비소세포폐암 디지털 병리 솔루션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전까지 연구용으로 집중됐던 루닛스코프의 상업화 기반을 마련했다. 루닛은 루닛스코프 지노타입 프리딕터(Lunit SCOPE Genotype Predictor)를 활용해 폐암에서 발생하는 EGFR 변이 예측 AI 솔루션을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 개발한다.
작년 9월에는 로슈그룹 진단사업부 로슈진단의 디지털 병리 플랫폼에 루닛스코프를 통합하는 협약을 맺었다. 루닛스코프를 통해 바이오마커 발현 정도에 대한 정확하고 일관된 평가 분석과 항암제 개발에 필요한 중요 임상 정보를 글로벌 고객사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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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력 계약 성사에는 켄 네스미스 전무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전해진다. 루닛은 미국 바이오텍 창업 경험 등으로 현지 네트워크가 풍부한 그를 루닛스코프의 그룹장 및 CBO로 앉히면서 글로벌 빅파마와 접점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그는 MIT에서 Biology(생물학)를 전공하고 와튼스쿨 Finance MBA를 졸업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컨설턴트로 경력을 쌓았고 로슈의 자회사 파운데이션메디슨이 인수한 액체생검 회사 Lexent Bio를 공동 설립해 CEO를 역임했다. 2021년 말 루닛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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