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출범 20년, 승계 이슈 적은 이유는 개별 인적 역량 더 중요한 분위기, 보안 등 IPO 논의도 난항
최재혁 기자공개 2025-02-25 08:04:23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13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4년 12월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으로 우리나라에 사모펀드(PEF) 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흘렀다. 국내 1세대 PEF 창업자들의 나이가 60세 전후에 다달으면서 승계에 대한 이슈도 점차 불거지고 있다.일찍이 PEF 시장이 자리 잡았던 미국의 경우 승계 구조가 체계적으로 수립돼 있다. 블랙스톤, KKR, 칼라일 등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창립자 중심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내부 파트너십을 통한 세대교체가 아닌, 명확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로 풀어나간 셈이다.
2004년 이후 양적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우리나라 PEF의 승계 논의는 아직 미진한 상황이다. 1세대 창업자들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을 뿐더러, 개인 역량이 중요시 되는 만큼 승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운용사 브랜드보다 개별 역량 중요, 조직 구속력 크지 않아
PEF의 주요 업무는 좋은 기업을 발굴하고 가치를 끌어올린 뒤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다. 물리적 활동 보다는 경험과 네트워크, 금융적 판단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나이에 따른 역량 저하가 크지 않다.
국내 PEF 1세대로 불리는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송인준 IMM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임유철 H&Q코리아 대표 등은 환갑의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정 나이가 됐다고 해서 물러나야 할 명확한 이유가 없으며, 본인도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승계에 대한 고민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찬가지로 PEF는 운용사 브랜드보다 개별 파트너의 역량과 네트워크가 핵심인 산업이다. 즉 개별 파트너가 계속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1세대 운용사에서 독립해 설립한 PEF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성과보수를 조금만 불공평하게 분배해도 바로 퇴사해서 독립하는게 PEF 업계"라면서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다 보니 조직에 대한 구속력이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성 보장 어려워, IPO 논의도 뒷전
일반 기업들은 자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한다. 동시에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게 핵심 과제가 되고, 승계도 경영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는다. 주주 가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PEF 업계에서도 IPO를 통해 지배구조와 승계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부인이 주주로 참여하면서 보다 투명한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보장해야 하는 만큼 승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국내 PEF의 경우 IPO 여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성격상 기업처럼 지속적인 성장보다는 개별 투자 건에서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조직의 연속성이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뿐더러, 파트너들이 시장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것을 더 중요한 동력으로 삼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PEF 운용사가 지속 가능할 필요는 딱히 없다는 생각"이라면서 "애초에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것이, 투자 한 건을 크게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계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전에 망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덧붙였다.
PEF 운용사는 투자 전략과 밸류업, 엑시트 계획 등 일련의 내부 운영 방식에 있어 프라이버시를 중요시한다. IPO를 할 경우 이러한 기밀성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배격되는 경향이 있다. 상장 후에는 재무 정보와 주요 투자 전략을 공개해야 하며, 외부 주주의 간섭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기존 운용 방식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처럼 국내 PEF 업계에서 승계 논의가 활성화되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개인 투자 역량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향후 대형 PEF들이 기업화되거나 시장 규모가 커질 경우 승계가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PEF 시장의 흐름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승계에 대한 고민이 점차 필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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