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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명성도 필요한 시대

박완준 기자공개 2025-03-05 17:10:44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07시0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명해져라. 그러면 당신이 뭘해도 세상은 열광할 테니."

2010년대 초반부터 예술 작품의 완성도 대비 높은 작가의 이름값을 풍자하는 문구로 떠오른 말이다. 하얀 벽에 바나나와 테이프를 붙이거나 다리미에 못을 박는 등 난해한 현대 미술 작품들이 작가의 명성에 따라 수십억원에 거래되는 '유명무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명성을 중시하는 기조는 산업계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에 더해 명성까지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사용되면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졌다. 기업들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추구하면서 기술 격차가 줄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한 끗 차이는 '명성'이 꼽힐 정도다. 기술과 명성 두 가지를 모두 갖춘 '명불허전'이 성공 키워드로 떠오른 배경이다.

명성의 중요성을 먼저 인식한 우리나라 기업은 현대차그룹이 대표적이다. 100년이 넘는 자동차 역사를 지닌 유럽에서 디자인과 성능 부분에서 인정받은 인재를 영입해 '푸른 눈의 정의선 사단'을 구축했다. 피터 슈라이어, 루크 동커볼케, 알버트 비어만이 주인공이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외국인 사단을 구축하면서 '명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기술과 디자인이 아무리 좋아도 '동양의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며 "명성이 높은 외국인들을 영입해 선제적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2년 만에 통했다. 매번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고배를 마셨던 제품들이 여러차례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두각을 드러냈다. 통상 자동차 시장은 오랜 역사를 가진 탓에 다른 산업군보다 변화에 보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성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들도 현대차그룹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명성이 높은 외국인을 경영진으로 선임해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최근 삼표그룹은 신사업으로 낙점한 부동산 개발의 총괄에 처음으로 외국인을 선임했다.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도 외국인을 사업부 총괄로 선임했다. 신사업을 글로벌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기술에 더해 명성까지 갖춰야 하는 세상이 도래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꾸준한 기술 개발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런 차원에서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이 더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전략을 구축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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