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07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급작스런 회생신청이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기업의 영속성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 구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사안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자구 노력이나 채무재조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는 사실에 시장은 더욱 놀라는 눈치다.회생신청으로부터 촉발된 홈플러스의 위기가 유통업 전반으로 번지지는 않을지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의 경영 실패, 또는 금융 자본의 폐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지만 이보다는 MBK파트너스에게 홈플러스는 억세게 운이 없었던 자산은 아닐까 곱씹어 보게 된다.
돌이켜보면 MBK파트너스는 2019년 추진했던 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실패하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시 MBK파트너스는 공모 시장에서 최대 2조원을 조달하고, 대출을 더해 총 4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한 뒤 차입금을 크게 줄여 이자비용을 낮출 계획이었다. 하지만 롯데리츠 등 대기업 스폰서 리츠에 가려 흥행에 실패했고, 결국 리츠 상장을 통한 유동화는 포기했다.
그리고 이듬해 시작된 코로나19 펜데믹은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계기가 됐다. 매장을 팔아 차입금을 갚아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홈플러스 입장에선 입지가 우수한 알짜매장을 팔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 셈이다. 요약하면 리츠 상장 실패와 펜데믹, 온라인 이커머스 활성화라는 격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홈플러스는 미처 손 쓸틈없이 악화됐다.
안타까운 사실은 홈플러스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회생법원의 빠른 의사결정으로 상거래 채권과 임직원 급여채권을 우선 융통하면서 매장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은 막았다는 것이 MBK파트너스의 설명이지만 오프라인 유통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한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홈플러스의 회생신청은 어쩌면 일정부분 예견된 결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당시 7조원이 넘는 '초대형 빅딜'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뒤에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서서히 저물고 있는 전통 유통업에서 밸류업을 통한 엑시트 전략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평가 역시 많았다는 뜻이다.
그 동안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임을 자처한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를 어떻게 매듭지을 수 있을까. 대형 바이아웃 펀드 업계 맏형에 걸맞는 정교하고도 세련된 스킬로 난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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