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숨은 강자들]'농협 입김' 남해화학 이사회, '독립성·다양성' 과제②농협 측과 갈등빚은 대표 내정자 선임 철회하기도…"지배구조 원칙 명문화 검토"
정명섭 기자공개 2025-03-18 13:42:42
[편집자주]
석유화학은 반도체, 자동차 등과 한국의 수출을 떠받친 핵심 산업이었다. 그러나 중국·중동발 공급과잉,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SK와 롯데, LG 등 주요그룹 화학사마저 수천억원대 손실을 기록할 정도다. 그럼에도 꿋꿋한 기업들이 있다. 업황 둔화가 무색할 정도로 탄탄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특정 분야에서 확고한 강점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벨은 석유화학업계의 숨은 강자들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4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해화학은 농협경제지주 산하 계열사(지분율 56%)인 만큼 농협 출신들이 이사회에 다수 포진해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농협 측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배구조다. 앞서 농협 측 간부들과 갈등을 빚은 대표이사 내정자의 선임이 무산된 적도 있다.사외이사들의 경력도 농업 업계에 쏠려있다. 남해화학이 반도체 소재, IT 소재 등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 넓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 개선이 필요해보인다. 사측은 향후 이사회의 미진한 점을 보완할 지배구조 원칙을 명문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해화학 이사회는 총 13명으로 구성된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 기타비상무이사가 1명이다. 사내이사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출신들이 주로 맡아왔다.
현 김창수 대표이사는 농협중앙회에서 원예사업부장, 전북지역본부장, 농협경제지주 상무를 역임한 인물로 작년 3월에 취임했다. 전임 하형수 대표는 농협중앙회에서 감사위원회 사무처장, 사업감사부장을 역임했다.

다른 등기 임원인 강남경 부사장과 임규수 부사장은 각각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경영지원본부장, 강릉농산물도매시장 대표 출신이다. 이전에 부사장단도 전부 농협중앙회에서 주요 보직을 거친 인물들이었다.
농협중앙회는 남해화학 경영진 선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공모와 이사회 승인을 거친 대표이사 내정자까지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입김이 세다. 일례로 남해화학은 2016년 5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여수도시공사 사장 출신인 박노조 대표이사 내정자를 신임 대표로 선임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무산됐다.
박 대표 내정자와 농협중앙회 출신 남해화학 임원들이 상견례 자리에서 현안사업 지원, 특정 직원 채용, 차량 추가 구매, 건물 신축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게 발단이었다. 당시 상호 간 폭행이 우려될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해 6월 남해화학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박 내정자 선임을 취소했다. 다른 상장회사에선 보기 드문 사례다. 업계 안팎에서는 농협 출신들이 지나치게 인사에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사 후보 추천과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영진을 견제할 사외이사진도 주로 농업계 인물들로 채워져있다. 사외이사 8명 중 6명이 농업 협단체 출신이다. 나머지 2명은 심완성 대현회계법인 회계사, 양만승 한국생명과학기술연구원 사무국장으로 각각 회계, 연구정책 분야 전문가다. 남해화학 측은 농업, 경영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이 중요해 관련 인물들로 이사회를 채웠다는 입장이다.
이사회의 농업 쏠림 현상은 오는 28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에도 지속된다. 사외이사 4명이 교체되는데 2명이 농업, 나머지 2명이 각각 회계, 화학업계 출신이다. 김병승 사외이사 내정자가 남해화학과 TKG휴켐스, 일렘테크놀로지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해화학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반도체용 황산, 암모니아 탱크 등의 사업에서 조언을 얻기 위해 김 이사를 신규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사내이사 4인은 모두 재선임된다.
남해화학은 이사회의 다양성과 전문성 확보 등과 관련해 절차나 규정을 담은 지배구조 원칙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이사회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명시적인 정책은 없지만 농업, 경영 분야에서 경험과 전문성이 풍부한 인물을 이사로 선임하고 있다"며 "(이사 선임 절차 등을) 명문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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