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0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재계에서 창업자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일명 '오너'라 불리는 이들 대부분이 창업자 가문의 사람들이다. 국내 이사회 제도의 문제점을 꼽으라면 십중팔구 오너(지배주주)의 입김이 너무 강하다는 것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다.그렇기에 이런 파워를 지닌 창업자가 해임된 사례는 유독 눈에 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인 이수만 전 의장이 경영진에 밀려났으며 아미코젠의 창업자인 신용철 전 회장은 주주총회에서 해임이 결정됐다. 이들은 보유 지분율이 낮고 지분 외 지배력을 보강할 수단이 없으며 경영진 및 주주의 지지를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네이버의 창업자인 이해진은 그런 면에서 독특한 오너다. 보유지분은 3.7%에 불과해 오너로서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의아할 정도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계속된 투자유치로 지분이 대거 희석된 탓이다. 보통 이럴 때 다른 기업을 통해 우회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 총수가문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는 보유지분 외 지배력을 보강할 수단이 없다. 4%도 안 되는 지분은 얼마든지 집어삼켜질 수 있으나 그럼에도 이해진은 오너로 대우 받는다. 최근 네이버 이사회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화두가 된 것도 모두가 그를 오너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위상이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다만 창업자라도 마냥 오너십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경영진과 주주들의 지지를 잃으면 지분율 낮은 오너는 위험해진다. 반대로 말하면 이해진은 지지를 유지해 왔다는 뜻이다.
네이버컴을 설립하고 한게임과의 합병을 통해 수익기반을 확보했다. 일본 자회사를 세워 갖은 고생 끝에 라인(LINE)을 성공시켰다. 미국, 일본, 유럽 검색시장을 점령한 거대 빅테크 구글의 공세를 막아내 안방시장을 지켰다. 이런 그의 행보가 오너로서의 위상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해진은 총수로 지정됐으나 총수임을 거부했다. 결국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로 지정하자 네이버 이사회를 떠나 글로벌투자책임자(GIO)란 보직을 갖고 일본 라인(LINE)으로 갔다. 당시 야후재팬(Z홀딩스)과의 경영통합 법인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그런 그가 네이버 이사회에 다시 돌아온다. 라인(A홀딩스) 사업의 지배력이 일본 쪽으로 넘어간 게 명확해진 시점에 네이버로 복귀한다는 것이 공교롭지만 대의명분은 '인공지능(AI)'를 내걸었다. 확실히 먹히는 명분이긴 하다.
AI 분야에서 네이버는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다. 수년간 1조원 넘게 쏟아 부었고 챗GPT가 한창 화두였던 2023년 야심작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지만 세계시장에 나설 경쟁력이 있냐고 묻는다면 의문이 붙는다. 그 사이 중국에서 가성비를 내세운 생성형 AI '딥시크'가 등장했다. 이제는 글로벌 빅테크만큼 투자를 하지 못해 그렇다는 변명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네이버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해진 페이즈 2(Phase Ⅱ)'로 전환 중이다. 근속기간 대신 역량에 따라 직원들에게 레벨을 부여하는 '레벨제' 도입을 예고했다. 한 차례 무산된 적 있는 레벨제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내부에서 만만찮게 나온다. 이해진 페이즈 2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확실한 것은 그는 지분에 기대지 않고 모두의 인정을 받은 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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