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현장 돋보기]서정진 대신 '서진석' 달라진 리더십, 신약 비전 구체화차분한 자세로 주주 불만 대응, 서정진 회장은 건강상 이유 불참
송도(인천)=한태희 기자공개 2025-03-26 07:43:57
[편집자주]
주주총회는 기업의 방향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숫자와 문서로 정리된 안건 뒤에는 주주들의 기대와 우려, 경영진의 고민과 결단이 담겨 있다. 하지만 책상 위 자료만으로는 이 모든 흐름을 온전히 읽어낼 수 없다. 주총장에서 오간 논쟁과 질의응답, 미묘한 온도 차 속에서 기업과 주주 간의 관계가 드러난다. 더벨은 주총 현장에서 직접 포착한 주요 이슈와 기업의 전략적 변화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7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셀트리온의 상대적 강점은 빠른 개발 속도와 데이터다. 단순한 바이오시밀러 개발, 실적 기반 성장이 아니라 신약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작년 주총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오너 2세' 서진석 대표.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선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나타냈다. 주가 침체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에 '죄송하다'는 표현을 거듭하면서도 신사업인 신약 개발에 대한 경쟁력과 자신감을 차분히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서 대표는 경쟁사 대비 셀트리온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개발 속도'와 우수한 '데이터'를 꼽았다. 올해부터 신약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ADC(항체약물접합체), 다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등 4개 파이프라인의 본임상 진입에 나선다.
◇짐펜트라 '포텐셜' 강조, 신사업 경쟁력 설득 주력
서진석 대표는 25일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총 의장으로 연단에 섰다. 당초 모습을 드러낼 거라 봤던 서정진 회장은 성대 수술로 인한 회복 문제 등 건강상 이유로 주총에 불참했다.
서 대표는 "글로벌 경제 환경은 불안정한 정세와 더불어 국내 정치적 변화, 미국 관세 이슈 등 다양한 요인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서도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 후 과도기를 지나 가시적 실적 성장을 기대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제품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와 신규 제품 판매 개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신약개발 등 탄탄한 성과 및 미래 성장 동력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총은 서 대표의 진행으로 재무제표, 자본준비금 감액, 이사 보수한도 승인 및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이사 선임 안건이 논의됐다. 주주들은 안건 설명이 시작되기 전부터 질의를 신청하는 등 침체된 주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서 대표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도 주주들에 '죄송하다'는 말을 거듭하면서 침착하게 대응했다. 서 대표는 "여기 계신 주주 한 분 한 분의 의견이 중요하다"며 "더 열심히 잘해서 성과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년 미국에 출시한 피하주사(SC) 제형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매출 부진과 관련한 주주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의 작년 매출 목표를 5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했지만 실제 매출은 366억원에 그쳤다.
서 대표는 "짐펜트라의 출하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태로 '포텐셜(잠재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유럽 시장보다 복잡해 단계마다 준비가 많이 걸렸는데 올해부터 주주님들의 불안을 줄일 수 있도록 실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AI 활용한 타깃 발굴 진행, 연내 실험 검증 돌입
서 대표는 본인이 이끄는 신약 개발 사업과 관련한 잔신감도 드러냈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있었던 2024년 4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구체적인 신약 개발 현황을 알렸다. 피노바이오로부터 도입한 두 후보물질 외에도 7개의 ADC, 4개의 다중항체 신약 물질을 공개했다.

서 대표는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중 올해 4건의 임상이 들어갈 것"이라며 "(비임상) 데이터가 좋아 연구자들의 임상 참여 의지가 크고 글로벌 제약사들이 우리 신약에 대한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첫 임상은 올해 4, 5월부터 돌입할 예정"이라며 "단순한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실적 기반 성장이 아니라 신약의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셀트리온의 상대적인 강점은 빠른 개발 속도와 데이터"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작년 미국에서 열린 'World ADC' 행사에 이어 올해 1월 JPM(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구체적인 신약 개발 현황과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올해도 신약과 관련된 추가적인 외부 공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작년 말 기준 지분 22.38%를 보유한 영국 파트너사 익수다테라퓨틱스와 관련된 협업 방향도 관심사였다. 국내 ADC 선두주자인 리가켐바이오가 최근 익수다테라퓨틱스에 366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26.6%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서 대표는 "관계사 간 비밀유지계약으로 인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리가켐바이오의 지분투자) 계약을 통해 셀트리온이 투자금에 대한 많은 리스크를 헷징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신약 개발 전략에 대해서도 답했다. 서 대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AI 신약 개발 등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에 전략적투자를 단행했으며 용역 계약을 맺었다. 신약의 신규 타깃을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동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서 대표는 "자가면역질환에서 5개 정도 타깃을 찾아냈고 그 타깃이 정말 작동하는지 올해 실험 검증에 들어갈 것"이라며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내부에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비롯해 상정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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