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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SK식 삼권분립…이사회가 힘을 갖다①염재호 전 SK 이사회 의장 "글로벌 스탠더드 향한 6년 실험"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02 08:22:0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7일 14시49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 이사회 의장을 지낸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사진)은 지난 6년간 SK 이사회를 이끌며 국내 거버넌스 혁신의 중심에 있었다. 높은 통찰력과 모범적인 이사회 참여도, 때론 이례적인 반대 표결로 SK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SK 사업의 전략적 깊이를 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9년 초 염 전 의장이 SK 이사회 의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최태원 회장은 이미 남다른 ‘이사회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미 사외이사제도를 한참 전에 시행한 글로벌 선진 기업 수준의 이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구상이었다. 그 구상의 중심에 염 전 의장이 있었다.

6년 후 SK 이사회는 어떤 모습을 변했을까. 긴 임기를 마치고 이제 막 이사회에서 물러난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어봤다.

◇"가결되더라도 반대 의견 제시, 소수의견 기록도 중요"
*염재호 태재대학교 총장 겸 SK(주) 전 이사회 의장

염 전 의장은 최근 the Board와 만나 “SK 이사회는 매해 확실히 진화해왔고, 그 변화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타사 이사회와 비교해 확실히 실질적인 기구라 단언할 수 있으며 최 회장의 방향성대로 형식적인 운영을 지양한다”고 말했다.

염 전 의장은 지난 6년 SK 사외이사직을 수행하느라 참 바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2023년에는 정기 및 임시 이사회 참여, 각종 소위원회 활동, 사외이사만의 회의, 사외이사 교육, 워크샵 등을 포함해 총 54번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 일 년이 52주니 매주 활동이 있었던 셈이다. 2024년 역시 비슷했다. 그만큼 SK 이사회는 그 어떤 것도 ‘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염 전 의장은 “사외이사 추천이 있어 연락했더니 매해 54회 정도 모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바로 고사하더라”며 “사외이사의 고질적 문제인 ‘거수기’ 이사회, 형식적 운영 같은 얘기는 SK 이사회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염 전 의장은 SK 이사회의 경우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하는 분위기가 충분히 조성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역시 최 의장이 의도한 바였다는 설명이다. 실제 염 전 의장의 공시된 과거 이사회 활동 내역을 살펴보니 ‘반대’ 의견을 낸 안건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2022년 4월엔 Y사 지분투자에 대해 반대 의견을, 2023년 3월엔 CEO 스톡옵션 부여 안건에 대해, 2024년 3월엔 SK㈜ 경영계획 및 KPI 안건을 놓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언론이 ‘이사회 안건 100% 통과’에 대해 미스리딩하게 보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국무회의도 보면 미리 차관회의 등에서 다 사전점검을 통해 충분히 논의한 뒤 올려 100% 가결되는 것처럼 기업 이사회도 마찬가지로 사전에 심도있는 검토와 조정을 거쳐 안건에 올리기 때문에 가결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염 전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반대 의견을 던진 건 정말 예외적인 경우인데 우리(사외이사)가 충분히 설득이 안 된 상태에서 이사회에 올라온 것은 아직도 좀 미진하다는 의견을 냈던 기억이 있다”며 “이런 얘기를 듣고 최 회장도 나도 이쪽(사외이사) 편에 서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CEO 스톡옵션 부여 안건'의 사례를 들었다. 타사의 경우 의례적으로 그냥 통과시키는 안건도 SK는 이사진들이 나서서 보다 합리적 설계를 유도했다.

그는 "당시 SK가 파이낸셜 스토리를 갖고 투자를 확대하던 시기였는데 스톡옵션의 행사시점을 놓고 얘기가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경영진의 성과에 대해 회사의 10년 뒤 가치를 높이는 방향을 유도하려면 성과에 대한 보상의 행사시점을 단기가 아닌, 장기로 가져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구체적인 기간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좀 더 연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염 전 의장은 이어 “어떤 안건에 반대하게 되면 그 이유를 또 의사록에 적어야 한다”며 “다수가 찬성해서 가결되더라도 이런 소수 의견이 있었다는 걸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가결될 것을 알면서도 반대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워스트플랜 적극 요구…최태원 회장, 사외이사 견제역할 높이 평가"

안건에는 오너의 뜻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보통 회사들에 거수기 논란이 나오는 것도 사외이사가 오너의 뜻에 거스르는 일을 굳이 하려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SK의 경우 최 회장이 사외이사들에게 본인을 비롯해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했다.

그는 “누가 그러더라, 이러면 잘리는 것 아니냐고”라며 “하지만 SK에서는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사외이사들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너도 사실은 부정확한 정보에 의해 오판하는 경우도 있고 경영진에게 보고받은 방향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며 “이에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들이 사외이사였고 최 회장의 경우 그 역할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염 전 의장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워스트 플랜'에 대한 요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는 장밋빛 미래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도 회사가 감당할 수 있을지를 따져보는 존재라는 설명이다.

그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글로벌 밸류체인이 갑자기 흐트러졌을 때엔 100억, 1000억을 바라보고 들어갔던 투자가 몇 조의 손실을 보게 될 수 있다"며 "이사회엔 각기 다른 전문성을 보유한 이사진들이 있어 마치 경주말처럼 앞만 보고 달릴 위험이 있는 경영진에게 A플랜 뿐 아니라 B와 C플랜까지 적극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염 전 의장은 SK그룹이 마치 삼권분립체제와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수펙스추구협의회’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해왔는데 SK 이사회가 점차 진화하면서 그 권한을 분산시켰다는 얘기였다. 마치 '건축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처럼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세 역할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협력과 견제를 한다는 의미였다.

그는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부회장들과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는 힘이 막강한 기구였는데 최근 6년 동안 SK 이사회가 커지면서 그 권한을 나눠가졌다”며 “CEO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이사회가 마치 입법·사법·행정처럼 자리해 ‘SK 기업가치 제고’라는 한 목표를 위해 존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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