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대한민국 사외이사 인식 조사]의사결정시 오너·대표 영향력 여전히 막강⑤‘반대 의견 개진 가능한 이사회’ 분위기는 조성됐으나 실제 반대는 많지 않아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07 08:02:39
[편집자주]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핵심 요소다. 도입 28년차를 맞은 현재, 사외이사들은 어떤 이들로 구성됐으며 본인이 몸담은 이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더벨이 만든 기업 지배구조 및 이사회 평가 서비스 theBoard는 4월 1일 그랜드 오픈을 맞아 50여명의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기업 이사회를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1일 07시05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해당 기사는 theBoard 등록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2025년 3월 이뤄진 설문에 바탕해 작성했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이 활용됐습니다.Q 귀하가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회사에서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할 때 대주주(미등기임원 포함)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Q 귀하가 현재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회사에서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할 때 대표이사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생각하십니까?
Q 귀하가 속한 이사회에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한 사례가 있습니까?
Q 귀하가 속한 이사회에서는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습니까?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이사회 독립성이 훼손될 뿐 아니라 일반 주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오너의 등기이사 기재는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오너가 이사회 주도권을 과도하게 쥔다면 되레 이사회 운영에 큰 제약이 될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 상당수가 이사회에서 주요 사안을 결정할 때 대주주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이사회 내 대표이사의 영향력이 크다고 응답한 사외이사 또한 많았다.
그럼에도 꽤 많은 기업들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반대 의견 개진의 경험이 있는 사외이사 수도 응답자수의 절반에 이르렀다.
◇”오너 및 대표이사 영향력 크다”에 각각 42%·48%
theBoard가 국내 주요 기업 사외이사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사회 의사결정 시 대주주(미등기임원 포함)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생각한 사외이사들은 총 21명(42%)이었다. 이 가운데 ‘매우 그렇다’에 응답한 사외이사는 총 6명(12%),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외이사는 총 15명(30%)였다.
이는 ‘보통’에 체크한 17명(34%)의 사외이사들을 제외하면 ‘아니다’(10명·20%), ‘매우 아니다’(2명·4%)에 응답한 사외이사들의 수(12명·24%)를 훌쩍 뛰어넘었다. 여전히 많은 회사에 대주주의 영향력이 상당함을 알 수 있는 수치였다.

대표이사의 영향력이 강한 편이라고 응답한 사외이사 수는 더 많았다. ‘매우 그렇다’에 응답한 사외이사는 6명(12%), ‘그렇다’라고 응답한 사외이사는 18명(36%)였다. 모두 합해 24명, 48%를 차지하는 비중이었다. 과반에 가깝다.
여기에 이사회 안건 처리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은 편이라 응답한 사외이사는 총 4명(8%)에 불과했다. ‘아니다’고 응답한 사외이사가 3명(6%), ‘매우 아니다’에 체크한 사외이사가 1명(2)이었다. 보통에 체크한 사외이사 수는 22명으로 44% 정도였다.
사외이사의 오너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 약화는 회사 의사결정의 왜곡을 초래한다. 사외이사가 오너의 입김으로 인해 발언을 제약받을 경우 잘못된 투자나 무리한 사업 확장 같은 부실 경영이 제때 시정되지 못해 기업 전반의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 중요한 경영 판단이 오너 및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는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 기업들의 이사회에서 대주주나 대표이사로 대표되는 경영진의 입김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 의견 개진 분위기 충분히 조성…실제 '반대' 외친 사외이사 '절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많은 회사들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40명(80%)의 사외이사들이 본인이 속한 회사의 이사회가 다른 목소리도 받아들여지는 조직이라고 응답했다. 11명(22%)의 사외이사들이 ‘매우 그렇다’에, 29명(58%)의 사외이사들이 ‘그렇다’에 체크했다. 대부분 회사에서 이사회 내 비판적 시각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반대의견을 개진한 일이 있는 사외이사 수가 24명(48%)으로 과반에 이르렀다. 그런 사례가 ‘없다’에 체크한 사외이사들도 26명(52%)으로 상당수였다.

사외이사의 견제나 반대, 비판도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는 기업 문화는 중요하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합의가 너무 쉽게 이루어진 회의는 다시 검토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사외이사가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이사회 구조는 지배구조 투명성의 핵심 지표로 꼽힌다.
반대 없는 이사회는 ‘형식’에 그칠 뿐이고 반대와 비판 의견을 내는 사외이사가 오너 및 경영인의 ‘실질적 경영 파트너’가 된다. 이견이 허용되면 더 다양한 대안과 시나리오가 논의되면서 올바른 방향의 정교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최근 많은 글로벌 투자자들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중요한 투자 지표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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