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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로 간 기업인]사외이사 영입의 법칙, ‘조력자를 찾아라’③주력 사업·신사업 관련 전문가 모시기…경쟁사 출신·글로벌 기업 CEO '인기'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07 08:04:08

[편집자주]

경험에 의해 축적된 지혜를 꺼낼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최근 이사회에서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기업경영에 대한 현실적 조언이 가능하고 재무제표의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으며 단순한 이론이나 원칙이 아닌, ‘현장에서 통하는’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the Board는 국내 코스피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의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 데이터를 분석, 나아가 그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2일 09시4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견제자’라는 공식을 넘어 기업이 실질적으로 전략적 도움을 받기 위한 영입된 ‘의사결정 조력형 사외이사'들이 있다. 다수의 시총 상위 기업들은 최근 이사회에 추천할 인물을 고를 때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을 선호하고 있었다.

주력 사업이나 신사업과 맞닿은 업계 전문가, 경쟁사 출신 CEO, 동종업계 글로벌 경영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전략 조언자’로 활동하며 회사의 방향성에 힘을 더하는 사외이사들로는 누가 있을까.

◇신기술 전문가 CEO 인기, 경쟁사 출신 기업인도 다수

the Board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사외이사들을 분석했다. 올 3월 14일 기준으로 100대 기업을 선정했으며 여기에 우선주·리츠 등을 제외했다. 사외이사 명단의 경우 각 기업의 분기보고서 와 사업보고서에 더해 주주총회소집공고까지 참고해 이달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 이후 새 이사회를 상정했다. 이에 따라 총 470명의 사외이사 풀(Pool)을 확보했다.

해당 사외이사들을 △기업인 출신 △교수 출신 △관료 출신 △법조인 출신 △회계·세무사 출신 △기타 출신 등 6개 카테고리로 나눴다. 이 가운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총 96명으로 집계됐다.

이런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는 어떤 배경에서 영입된 걸까. 많은 경우 오너나 대표이사, 사외이사의 지인으로 추천되지만 그 추천 배경에 나름의 이유가 보이는 케이스들이 눈에 띈다. 먼저 그 기업의 주력 사업이나 추진하는 신사업에 정통한 전문가를 이사회로 부른 경우들이 많았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업종 전문성을 지닌 기업인을 사외이사로 많이 영입하는 경향이 있었다.

도진명 퀄컴 전 아시아 부회장은 이제 막 현대자동차 사외이사로 활동을 시작한 '신입 사외이사'다. 지난달 20일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정식 선임됐다. 1997년 입사 이후 20년 간 퀄컴에 몸담은 그는 인공지능(AI), 수소 등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현대자동차는 현재 자율주행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에 힘을 쏟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을 내재화할 전문가가 필수이다. 해당 사업에 적절한 조언을 해줄 인물로 도 전 부회장이 지목됐다는 평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2023년 초부터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활동 중인 제임스 킴(James Kim) 한국지엠 전 CEO는 글로벌 IT·자동차 업계에서의 풍부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인물이다.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소프트웨어((Automotive/SW) 분야 전략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가로 평가돼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영입됐다.

키스 위텍(Keith Witek) 텐스토렌트 COO(최고운영책임자)도 2024년 초부터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위텍 COO는 세계적 명성을 지닌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IT(정보통신)와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 하고 있는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쳤다. CPU 제조사인 AMD의 부사장과 테슬라 R&D 디렉터, 구글에서 전략 담당자(Director, Strategic Alliances)를 맡았던 인물이다.

위텍 COO는 소프트웨어 중심기업으로 변모 중인 현대모비스에 훌륭한 자문가 역할을 수행 중이다. 현대모비스도 위텍의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고자 하는 현대모비스의 향후 비전을 실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외이사로 온 기업인들, ‘실무 조언자’가 되다

철강 너머 ‘이차전지 소재 시장’을 신사업동력으로 삼은 포스코그룹도 사외이사로 이차전지 전문가들을 포섭 중이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유진녕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유 사외이사는 전 LG화학 CTO로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을 지냈고 국내 몇 안되는 이차전지·첨단소재 등 신기술 개발 전문가로 손꼽힌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직접 영위 중인 포스코퓨처엠도 경쟁사인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역임했던 인물을 사외이사로 모셨다. 이웅범 사외이사는 30년 넘게 LG그룹에 몸담았던 인사로 자동차부품 계열사 LG이노텍 부품소재사업본부장과 대표이사를 거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회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경쟁사 출신 인사라는 공식을 보여주는 사례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복희 전 듀폰코리아 대표이사와 올 초 새롭게 선임한 공성도 전 GE에너지코리아 대표이사를 통해 에너지 관련 신사업에 대해 조력을 받고 있다. 이 이사의 경우 글로벌 화학기업인 듀콘코리아 CEO 출신으로 SK이노베이션의 화학, 신소재 관련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기여하는 중이다.

공 이사가 몸담았던 글로벌 에너지기업 GE에너지 역시 발전, 전력 송배전, 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산업에서 굵직한 혁신을 주도한 곳이다. 공 이사는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경영 전반과 에너지 산업의 규제 이슈에 대해 전문가적 조언을 해주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사외이사를 역임 중인 신미남 이사의 경우도 국내 에너지업계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재료공학 분야 박사로 삼성종합기술원, 맥킨지앤드컴퍼니 등을 거쳐 퓨얼셀파워를 설립한 인물이다. 퓨얼셀파워는 두산그룹에 인수되면서 현재 두산퓨얼셀이 됐다. 국가과학기술 자문위원 등으로도 여러 차례 활동하며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해 많은 제언을 해왔다.

아모레퍼시픽의 이재연 사외이사도 아모레퍼시픽 동종업계 산업군인 한국존슨앤존슨에서 사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존슨앤존슨에서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국내와 북아시아지역 마케팅을 총괄했고 이후 한국지사 대표(사장)와 아시아·태평양 본사 아시아전략담당 등을 역임했다.

이 밖에 한국타이어테크놀로지의 한성권 전 현대자동차 상용사업담당 사장 영입 역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사외이사로부터 자동차 사업과 관련한 실질적 조언을 얻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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