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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 리포트]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어떻게 현금을 쌓았나①배당 미실시로 유출 최소화…계열사에 투자지분 매각·HD현대중공업 지분 시간외매도

이민호 기자공개 2025-04-23 08:19:15

[편집자주]

'K-조선'에 글로벌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수주잔고가 늘어나면서 매출이 성장하고 있는 데다 고가 수주 비중이 커지면서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조선업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국내 조선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선업은 수주에 따른 선수금 유입과 자본적지출(CAPEX) 소요, 이에 따른 차입 변화 등 재무 전략이 중요하다. THE CFO가 각 조선기업의 영업 현황과 재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8일 08시2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의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기본적으로 현금창출력이 미미하다. 자회사에 대한 수탁연구와 경영지원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핵심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배당금을 수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HD한국조선해양은 차입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현금을 확보할 다른 수단이 필요했다. 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현금 유출을 줄였고 투자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유입했다.

올해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은 적극적으로 조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재무 전략을 수정한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 지분을 교환대상으로 내세운 교환사채(EB) 발행으로 6000억원을 끌어왔다.

◇HD현대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별도 현금성자산 1.7조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HD현대그룹 조선 3사를 모두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다. 2019년 6월 옛 현대중공업이 조선·특수선,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사업회사인 HD현대중공업을 신설하고 투자사업부문만 남겨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로 탈바꿈한 것이 HD한국조선해양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그룹 조선 3사 호황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이들 조선 3사의 지난해 합산 신규수주액은 41조원을 넘었으며 연말에 이르러 합산 수주잔고는 84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말 별도 기준 선수금을 포함하는 계약부채는 합산 13조원을 넘었다. 선수금은 부채로 분류되지만 현금 여력을 키워주므로 결과적으로 차입 부담을 낮출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지난해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1조8994억원으로 1년 만에 2조1000억원 넘게 줄었다. 총차입금을 줄이고도 현금성자산은 5조6395억원으로 이 기간 1조원 넘게 늘었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3조7401억원에 이르며 순현금 폭을 크게 키웠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 중간지주사로서의 현금 여력을 살펴보려면 연결이 아닌 별도 기준 현금창출력과 보유 현금을 봐야 한다. 지난해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7432억원이었다. 총차입금도 307억원으로 리스부채 189억원을 제외하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의 석유개발사업융자(장기차입금) 118억원뿐이었다.

◇현금창출력 미미…핵심 자회사 HD현대중공업 배당 미실시


기본적으로 HD한국조선해양의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편은 아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근간이 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023년 133억원에 이어 지난해 453억원이었으며 최근 5년 평균(2020~2024년)으로는 151억원에 그쳤다. 2020년에는 -180억원으로 적자에 머물기도 했다.

이는 HD한국조선해양의 수익구조와 관련이 있다. 매출액은 2022년 1805억원, 2023년 2699억원에 이어 지난해 5168억원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중간지주사로서 자회사로부터 수탁연구, 경영지원, 선박기자재 명목으로 매출을 발생시킨다. 이를 포괄하는 고객과의 계약에서 생기는 수익의 비중이 2023년은 98.3%(2654억원), 지난해는 93.5%(4833억원)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수익은 비용을 발생시켜 이익을 그만큼 줄인다.


반면 중간지주사임에도 배당금수익은 2023년 45억원으로 매출액에서의 비중이 1.7%에 불과했으며 지난해에도 335억원으로 이 비중은 6.5%에 그쳤다. 각 자회사의 배당금 기여도를 보면 2023년에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36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지난해에는 중국 금융 자회사(HD Hyundai (Shanghai) Financial Leasing·지분율 41.26%)가 278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HD현대삼호가 5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의 배당금수익이 미미한 결정적인 이유는 핵심 자회사인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6월 물적분할 이후 한 번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HD한국조선해양 별도 기준 자산총계(12조573억원)에서 HD현대중공업 투자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43.8%(5조2760억원·장부금액 기준)에 이르기 때문에 자산 구성으로 보면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이 핵심 수익원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매출액은 2095억원뿐이었으며 배당금수익도 없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024년 결산배당으로 주당 2090원의 현금배당을 처음 결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지분율(75.02%·6660만1116주)을 고려하면 139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금 미지급에 현금 유출 최소화…투자지분 매각으로 현금 유입

그럼에도 2019년 6월 HD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이래로 HD한국조선해양의 현금성자산은 변동이 큰 편은 아니었다. 2022년말에는 2조493억원이었고 2023년말에는 1조4556억원이었다.

HD한국조선해양이 미미한 현금창출력에도 차입을 일으키지 않고도 현금성자산을 두둑이 쌓을 수 있었던 데는 다수 요인이 존재한다. 먼저 HD한국조선해양은 애초 2019년 6월 HD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때 2018년 3분기말 별도 기준 보유하고 있던 2조4977억원의 현금성자산 중 1조5328억원을 HD현대중공업에 주고도 9649억원을 남겼다.

여기에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수년간 모회사이자 HD현대그룹 지주사인 HD현대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HD한국조선해양이 배당을 실시한 것은 옛 현대중공업 시절이었던 2014년(지급일 기준)이 마지막이다. 다만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주당 5100원의 2024년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보유하고 있던 투자지분을 HD현대그룹 다른 계열사에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 점이 주효했다. 2020년 대한송유관공사 지분을 HD현대오일뱅크에 144억원에 팔았고 2021년에는 중국 자회사(Hyundai Heavy Industries (China) Investment·1464억원)와 브라질 자회사(Hyundai Heavy Industries Brasil-Manufacturing and Trading of Construction Equipment·738억원) 지분을 HD현대건설기계에 합산 2202억원에 팔았다. 2022년에는 현대엔진 지분을 HD현대중공업에 290억원에 팔았고 2023년에는 HD현대중공업모스 지분을 HD현대중공업에 146억원에 팔았다.

시장에 투자지분을 내놓기도 했다. 2022년 5월 HD현대중공업 지분 1.70%(150만9000주)를 시간외매도해 1821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어 지난해 5월에는 HD현대중공업 지분 3.0%(266만3000주)를 시간외매도해 3497억원을 손에 쥐었다.

다만 올해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은 적극적으로 조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재무 전략을 수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5년 만기 사모 EB를 발행해 6000억원을 조달했다. 교환대상으로는 HD현대중공업 지분 173만576주가 제시됐다. HD한국조선해양 보유지분(6660만1116주)의 2.6%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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