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빚류업'을 향한 시선 thebell desk

최은수 서치앤리서치(SR)본부 차장공개 2025-05-21 08:14:39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0일 07시45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들어 부채를 일으켜 밸류업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이 속속 보인다. PBR이 0.3배 미만인 곳들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청산할 필요가 있다는 유력 대통령 후보의 말에 휘둘린 것일지 주주행동에 따른 압박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주환원에 나서고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기업, 즉 '빚류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자체는 눈여겨 들여다볼 점이다. 아직까지 배당정책 자체가 없는 국내 기업도 허다한 상황에 일부 기업은 빚을 내면서까지 밸류업에 동참하는 자체가 흥미롭다.

국내에서 빚을 내 주주환원에 나서는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가 단연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국내 기업 중 가장 천문학적 단위에 근접해 있다. 다만 배당과 주주환원을 감당할 본체인 별도재무제표 상의 삼성전자의 유동성 체력은 한 번 더 살펴 볼 일이다.

삼성전자의 별도 2024년 말 기준 유동성은 12조원, 올해 1분기엔 약 4조7000억원이 됐다. 여전히 조단위 유동성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별도 상황을 나쁘다 말할 순 없다. 다만 삼성전자의 규모나 자금집행 계획과 빗대보면 넉넉하진 않아 보인다. 삼성전자 별도 기준 차입금이 직전 2년 간 30조원 넘게 늘어난 것도 작금의 밸류업 상황과 연결된다.

올해 2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은 코웨이 역시 2000억원이 넘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밸류업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시장과 투자자와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MBK파트너스에서 최대주주가 넷마블로 바뀐 이후론 관측되지 않던 빚내서 주주환원을 재개한다는 세간의 입길도 감내하는 모습이다.

아직까지 빚류업은 아직 국내 정서상 달갑거나 매끄러운 이슈로 다가오진 않는다. 그러나 이 자체에 대한 편견은 걷어낼 필요가 있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에 나서는 건 권장하는 반면 빚을 내 주주환원에 나서는 걸 평가절하하는 게 옳을까.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의외로 어렵지 않게 빚류업 사례를 찾을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차입을 일으켜 자사주를 사고 배당금을 늘리는 환원 정책을 내놓은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의 예가 대표적이다.

야구팬 마음속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홈런을 잘 치는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홈런을 어떻게 잘 치냐고요? 일단 배트를 잡고 스윙을 하세요. 그게 다입니다"라고 답했다.

베이브 루스는 현대 야구 슬러거들도 900그램 안팎의 무게의 배트를 드는 와중에, 백 년 전 현역으로 활동하며 1.2KG짜리 배트를 휘둘렀다. 당시 야구 패러다임을 바꾼 인물이 남긴 말치고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물론 베이브 루스는 당시 귀찮게 자신을 따라붙는 언론에 그다지 괘념치 않고 몇 마디를 남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밸류업 시국에선 이 말을 다시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홈런을 치기 위해선 어쨌든 간에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니까'.

밸류업도 마찬가지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리려면, 하다못해 밸류를 낮추는 것도 일단 행동이 먼저고 반 이상이다. 범박함 속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가득한 홈런왕의 메시지에 야구판을 넘어 밸류업으로 고민하다 움직인 기업들을 향한 응원의 마음을 덧붙여 본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