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08년 07월 21일 10: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6년 6월 한국기업평가가 우림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중견 주택건설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거품이 향후 금융시장에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채권시장을 뜨겁게 달구던 때였다.
우림건설은 동일토건, 월드건설 등과 함께 2000년 이후 급성장한 주택건설사들의 얼굴마담 격이었다. 우림건설에 대한 전망 수정은 신용평가사가 중견건설사들에게 던진 '경고장'의 의미가 강했다.
당시 시행사 PF대출 등 우발채무는 1조1174억원으로 자기자본의 무려 8배에 달했다. 사업장별로 분리돼야 할 부도위험은 우림건설의 지급보증이란 끈으로 모두 연결돼 있었다. 만약 당시에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상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렀다. 그러나 우림건설의 우발채무 규모는 올해 3월말 현재 1조4893억원으로 오히려 더 커졌다. 자기자본 대비 8.8배, 매출액 대비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미분양 위험도 커졌다. 중견 건설사중엔 비교적 건실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현금흐름은 지난해 이후 급속히 악화됐다. 올들어선 위기설까지 돌았다.
◇겉으론 멀쩡..현금흐름은 대규모 적자
재무제표 상 흑자를 내면서도 부도를 내는 경우가 있다. 현금흐름이 막힐 경우다. 영업이익을 내고, 매출액도 늘지만 현금흐름이 일시에 막히면 단 몇억원의 어음에도 부도가 날 수 있다. 중견건설사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는 손익계산서성 실적이 아니라 현금흐름의 악순환이다.
우림건설도 매출액이나 손익은 멀쩡해 보인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443억원, 올 1분기 9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갑자기 커진 부채비율이 거슬리지만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금흐름을 보면 전혀 딴판이다. 순영업활동현금흐름이 2006년 332억원에서 지난해 무려 마이너스 1786억원으로 급반전했다. 장부상으로만 순이익을 냈을 뿐 실제로는 작년에 엄청난 규모의 현금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올들어 현금기준 영업적자도 1분기에만 338억원에 달해 2006년 한해 흑자의 규모를 보이고 있다.
현금유출이 커지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용지 및 미완성 주택 등 재고자산의 증가 △공사 및 분양 미수금 등 매출채권의 증가 △장단기 대여금의 증가 등이다.
자체공사 중 미분양이 발생한 지분은 회사의 재고자산이 된다. 도급공사의 미분양분은 미수금 증가로 이어진다. 주로 시행사들에 대한 대출이 증가하면 장단기 대여금이 늘어 현금 유출이 늘어나게 된다.
우림건설의 미수금 등 매출채권은 지난해 눈덩이처럼 늘어 2608억원으로 전년의 두배가 됐다. 재고자산은 490억원에서 1573억원으로 무려 3배로 불었다. 운전자본에 묶인 돈이 3219억원인데 이중 지난해 발생한 것만 2118억원에 달했다.
◇PF 우발채무 못줄여..차입금 급증으로 이자부담도 대폭 확대
장사를 해서 오히려 현금을 까먹었으니 문을 닫지 않는 한 빚을 질 수 밖에 없다. 우림건설은 지난해 1679억원의 차입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부채비율은 2006년말 169.6%에서 지난해말 290.7% 까지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006년 말 30.2% 에서 올 3월 52.9%로 증가했다.
차입금이 갑자기 늘면서 이자부담도 급격하게 커졌다. 2006년 74억원 정도였지만 지난해 110억원이 넘었고 올들어서는 1분기에만 32억원을 기록해 더 늘어날 태세다. 시중 금리가 오른데다 PF대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권에서 우림건설에 대한 대출금리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등에서의 차입금리가 지난해만 해도 7%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올들어서는 9%수준까지 치솟았다. 회사채 차환발행까지 힘겨워졌다.
자체 차입보다 심각한 것은 시행사 지급보증 등 우발채무다. 상당부분은 특수관계인인 시행사에 대한 것으로 실제로는 우림건설 자체 차입금이나 진배 없다. 공사미수금이나 단기대여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이들 시행사들이 미분양 때문에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분양의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우림건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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